주간동아 1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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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K-배터리, 북미시장 주도권 잡는다

중국 저가 배터리 공세에 시장점유율 밀리자… LFP 배터리로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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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입력2023-04-03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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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에너지솔루션이 추진하는 북미 지역 생산라인. [LG에너지솔루션 제공]

    LG에너지솔루션이 추진하는 북미 지역 생산라인. [LG에너지솔루션 제공]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K-배터리 3사’의 시장점유율 합은 중국 배터리 제조사 CATL보다 12.6%p 낮았다(그래프1 참조). 시장조사 전문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규모는 1255억 달러(약 163조5000억 원)였으며, CATL이 시장점유율 39.1%(출하량 기준)로 1위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14.9%로 2위였고 중국 BYD(12.2%)가 3위, 삼성SDI(5.2%)가 4위, SK온(6.4%)이 5위였다. CATL의 지난해 매출은 3286억 위안(약 62조 원)으로 2021년보다 152% 증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매출액 25조5000억 원의 2.4배 규모로 LG에너지솔루션과 CATL의 시장점유율은 점점 벌어지는 상황 이다.

    북미시장 정조준

    CATL은 저렴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무기로 중국 전기차업체뿐 아니라 테슬라, 포드, BMW, 리비안 등 글로벌 전기차업체까지 고객사로 끌어들이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CATL은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22.3% 점유율로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표1 참조).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이 22.9% 성장률을 보이며 주춤하는 사이 CATL은 131%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LG에너지솔루션 턱밑까지 쫓아온 것이다.
    CATL 등 중국 배터리 제조사의 급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K-배터리 3사가 향후 고성장이 예상되는 북미시장 공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술력보다 원가 절감을 선택해 중국 배터리 제조사의 공세에 대응하려는 조치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시장에서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원통형과 LFP 배터리를 선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6월 재검토를 결정했던 애리조나 원통형 배터리 생산 전용 공장 건설을 재개하고, 투자금액을 4조2000억 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애리조나 원통형 배터리 생산 전용 공장의 연평균 생산능력은 27GWh(기가와트시)로 이는 고성능 순수 전기차 35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또 같은 부지에 3조 원을 별도 투자해 총 16GWh 규모의 ESS(에너지저장시스템) LFP 배터리 생산 공장을 건설한다. 총 7조2000억 원 규모다. 지난해 3월

    1조7000억 원을 들여 원통형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짓기로 했다가 투자비 급등을 이유로 3개월 만에 보류했는데, 5조5000억 원 이상 투자금액을 대폭 늘리며 북미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 원통형 배터리, 2026년 LFP 배터리를 양산할 예정이며, LFP는 향후 전기차용까지 확대할 계획”이라면서 “장기적으로 전체 LFP 배터리 시장의 30%를 점유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창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에서 생산능력을 확장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최근 CATL과 포드의 협력 확대로 삼원계 배터리(니켈·코발트·망간 사용)에 치우친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사업 확대가 우려됐으나 이번 투자를 계기로 점차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가격경쟁력 높이기 위해 총력

    삼성SDI는 원통형 배터리 생산 확대에 집중하며 LFP 배터리 개발도 준비하고 있다. 3월 15일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정기주주총회 직후 “충남 천안공장에 46파이(지름 46㎜) 원통형 배터리 생산 설비를 입고해 상반기에 가동할 것”이라며 “LFP도 중요한 플랫폼 중 하나라고 생각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완성차 기업들과 함께 미국 시장을 공략한다. 삼성SDI는 미국 완성차 기업 스텔란티스와 미국 인디애나주에 연간 23GWh 규모의 합작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으며, GM과는 미국 미시간주에 연간 생산능력 30~50GWh 규모의 공장을 짓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총 투자금액은 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위경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성SDI는 아직 미국 투자 규모가 작다”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현재 추진 중인 GM과의 신규 공장 설립이 공식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SK온은 미국 완성차 기업 포드와 지난해 5월 총 10조2000억 원을 투자해 합작법인 ‘블루오벌SK 배터리 파크’를 세우고, 미국 켄터키주와 테네시주에 연간 129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 공장 3곳을 구축하기로 했다. 테네시주 스탠턴에는 43GWh 규모의 공장 1개, 켄터키주 글렌데일에는 같은 규모의 배터리 공장 2개가 들어선다. SK온은 이미 조지아주에 배터리 생산 공장 2개를 가동 중이다. SK온은 LFP 배터리 개발에도 힘을 쓰고 있다. 3월 중순 개최된 배터리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3’에서 SK온은 K-배터리 제조 3사 중 처음으로 LFP 배터리 시제품을 선보인 바 있다.

    K-배터리 제조 3사가 북미 지역에 베팅하는 데는 미국 IRA의 영향이 크다. IRA가 시행되면 전기차는 북미 지역에서 제조·조립한 부품을 50% 이상 사용해야 대당 3750달러(약 487만6500원)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배터리는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40% 이상을 추출·가공한 광물을 사용해야 같은 금액의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CATL, BYD 등 중국 배터리업체들은 북미시장에서 배제된다. 반면 미국에 생산 기지를 확보한 K-배터리 제조 3사가 원통형이나 LFP 배터리까지 양산하면 전 세계 시장점유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구성중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미국 IRA 법안 발효와 배터리 금속 가격 급등으로 완성차들이 성능 향상보다 가격경쟁력이 있는 배터리를 선호하면서 K-배터리 3사의 전략도 조정되고 있다”며 “희귀 광물이 아닌 인산, 철 등을 활용해 원자재 관리가 쉬운 LFP 배터리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전기차 판매량 빠르게 증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전기차 인도량은 약 1478만 대 수준으로 전망된다(그래프2 참조). 2021년 671만 대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올해 중국 시장을 제외한 세계 전기차 인도량은 2022년 대비 38% 증가한 약 589만6000대 수준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올해 중국 내 전기차 판매 속도가 예년에 비해 다소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미국 내 전기차 판매는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본다. 북미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는 기업이 향후 글로벌 1등이 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가성비 좋은 LFP 배터리 시장 커질 것”
    인터뷰 |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LG에너지솔루션이 LFP 배터리를 생산하는 진짜 이유는?

    “미국 IRA에 대응하고, 원가 절감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향후 전기차 기업의 LFP 배터리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K-배터리 3사는 성능이 좋고 고부가가치인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에 주력했는데, 삼원계 소재 가격이 계속 치솟고 있다 보니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NCM 배터리 대비 20~30% 저렴한 LFP 배터리로 소재를 다양화하고 있다(표2 참조). 삼원계 배터리만 생산하면 가격 변동에 적절히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LFP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가 짧지 않나.

    “설문조사를 해보니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 시 가장 고려하는 점이 1회 충전 시 주행거리와 차량 가격으로 나타났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충전 인프라가 많이 생기면 해결되겠지만, 전기차 가격은 배터리 가격을 낮추는 수밖에 없다. 그뿐 아니라 1회 충전으로 300㎞ 정도 운행할 수 있던 LFP 배터리가 최근 성능이 향상돼 450~500㎞까지 가능해졌다. 사실 전기차를 운행할 때 1회 충전 시 500㎞ 이상 주행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고 효율성도 떨어진다. 무엇보다 LFP 배터리는 화재 위험성이 낮다. 전기차 기업이 LFP 배터리를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전기차업계의 가격 인하 경쟁도 배터리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미국에서 지난해 판매된 전기차(트럭 포함)의 평균 가격이 내연차 대비 1만3000달러(약 1700만 원) 정도 비쌌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이 가격 인하 경쟁에 돌입하면서 올해는 전기차와 내연차 평균 판매 가격이 거의 비슷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3000만 원대 초반이나 2000만 원대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당분간은 LFP 배터리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LFP 배터리 중심으로 성장한다는 뜻인가.

    “그건 아니다. 시장이 다각화되고 있어 삼원계 배터리, LFP 배터리, 코발트 프리 배터리 등 모든 배터리가 성장할 것이라 본다. 현재는 LFP 배터리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LFP 배터리 수요가 급증해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 배터리 시장이 어떤 흐름으로 바뀔지 모른다.”

    K-배터리 3사의 LFP 배터리가 경쟁력이 있다고 보나.

    “중국 배터리업계는 미국 IRA 시행으로 미국 배터리 시장에서 제외된다. 무엇보다 기아가 니로EV에 중국 CATL 배터리를 넣었는데, 기아 관계자에 따르면 생각보다 배터리 가격이 저렴하지 않다고 한다.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전기차 기업은 K-배터리 3사가 생산한 LFP 배터리가 있다면 굳이 중국산을 쓸 필요가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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