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장에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공존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둔화되면서 시장이 정상화되리라는 기대와, 경기침체로 기업 실적이 꺾이리라는 비관이 부딪치고 있는 것이다. 비관론의 중심에는 ‘마지막 한 방’이 남았다는 걱정이 있다.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10년물 국채 금리보다 2년물 국채 금리가 더 높은 상황)된 기간에는 증시 바닥이 나온 적이 없다”는 우려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언제 주가가 바닥인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도망가지 말고 시장에 남아 있어야 수익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3월 28일 만난 염 이사는 시장에 만연한 비관적 전망에 대해 “알 수 없는 문제”라거나 “참 어려운 문제”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투자에 대한 생각은 확고했다. “지금은 주식 비중을 늘릴 때”라는 것이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 [조영철 기자]
“위기, 8부 능선 지났다”
염 이사는 개별 기업에 대한 공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는 지수 등락과 매크로 이슈 등에 집중하기보다 개별 기업 및 업황을 중심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염 이사 역시 지난해 8월부터 매일 유튜브 채널 ‘염블리와 함께’에 그날의 공부 내용이 담긴 영상을 1편씩 올리고 있다. 이날 “주차는 어떻게 했냐”는 기자의 물음에도 “항상 지하철을 타고 다닌다”며 “스마트폰에 새로 발간된 리포트를 저장해두고 매일 읽으면서 다니는데 그 시간이 굉장히 좋더라”라고 답했다. 이어 “조금만 신경 쓰면 누구나 하루 1~2시간은 뺄 수 있으니 개인투자자도 보고서를 읽는 습관을 들이기를 권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염 이사와 나눈 일문일답.3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어떻게 봤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긴축 사이클이 거의 종료 지점에 왔다. 간접적으로 금리인상이 끝나간다는 메시지를 던졌다고 보면 된다. 이번 성명서에 나왔던 문구의 변화가 중요하다. 지난번에 나왔던 ‘지속적인 (금리)인상이 적절하다’는 표현 대신 ‘추가적인 긴축 정책이 적절할 수 있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금리인상을 지속하기보다 상황을 봐가며 점진적으로 올리거나 동결하겠다는 얘기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은행 문제가 심각해지면 금리인하도 하겠다’는 뉘앙스를 보였다. 금리인상은 거의 종착지를 향해 가는 것 같다.”
은행 위기처럼 특정 분야가 예기치 않게 깨지면서 인플레이션이 잡히고, 긴축도 종료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은데.
“알 수 없는 문제다. 이번 인플레이션은 코로나19 사태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치면서 발생한 문제다. 해당 문제들이 정상화만 되더라도 물가가 꺾이리라 본다. 미국의 재화 소비는 이미 줄어들기 시작했다. 위기가 터져야만 인플레이션이 종료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지난해부터 인플레이션이 꺾이는 흐름은 시작됐다.”
투자자 입장에서 시스템 위기 리스크에 대비할 수는 없나.
“참 어려운 문제다. 시스템 위기인데 대비한다고 대비가 되겠나.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할 줄 누가 알았겠나. 아무도 몰랐던 일이다. 이제 ‘도이치은행 리스크’가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도이치은행은 10분기 연속 순이익을 냈고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 비율이 높다는 점에서 SVB와 상황이 다르다. 현재 은행 위기설 역시 과거 리먼사태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사람들이 지역 은행에서 돈을 빼고 있지만 이 돈을 JP모건체이스 등 대형 금융기관으로 옮길 뿐이다. 각국 정부의 위기 대응 능력도 올라간 상황이다. 위기론에 지나치게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리스크 요인은 점차 감소하고 있으며 8부 능선은 넘어갔다고 본다.”
“한국, PBR 기준 투자해야”
“과거에도 금리를 급격히 올리면 바닥은 이후 금리하락 국면에서 나왔다”는 말도 있지 않나.“과거에 그런 경우가 많았으니 그 같은 얘기가 나올 수 있다. 다만 꼭 그렇게만 상황이 흘러간 것도 아니다. 1989년 미국 저축대부조합이 무리한 투자로 파산한 바 있다. 4000여 곳의 주택대부조합 중 1043곳이 파산했다. 해당 문제에 대응하려고 금리를 3년 동안 9%대에서 3%대까지 떨어뜨렸다. S&P500 지수가 15% 빠지긴 했으나 폭락하지 않고 횡보했다. 그러다 1994년까지 강세장이 나타나며 도리어 지수가 62% 올랐다. 1995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가 부동산 문제로 파산했다. 당시에도 미국이 금리를 급격히 올렸다가 인하했는데 지수는 도리어 25% 상승했다. 최근에는 2019년 8월 미국이 금리인하를 했다. 지수가 5%가량 빠졌지만 이후 5개월 동안 지수가 21% 오르는 강세장이 나타났다.”
평소 “코스피 투자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정답”이라고 말해왔는데.
“미국은 ‘브랜드 회사’가 많다. 애플, 테슬라, 코카콜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브랜드 가치와 이익 지속성이 높은 회사가 여기에 포함된다. 이들 회사는 안정적으로 성장하다 보니 경기 영향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 반면 한국 기업은 대부분 이들 기업이 필요로 하는 부품들을 납품한다. 반도체와 석유화학, 철강 등 다양하다. 이런 회사들은 벌 때 왕창 벌고 반대로 손해 볼 때 크게 입는다. 문제는 주가수익비율(PER)을 기준으로 이들 기업에 투자하면 결과가 반대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경기 사이클을 타다 보니 PER이 낮다고 투자했다가는 손해를 보기 쉽다. PBR을 기준으로 투자하면 편한 이유다. 코스피는 보통 PBR 0.8배, 1.2~1.3배에서횡보한다. 지금은 0.9배 수준으로 주식 비중을 늘릴 때다.”
지수 추종 투자를 할 것이 아니라면 개별 종목 선택이 중요해 보인다.
“시장 전망이 제각각이다. 경기침체가 온다고도 하고, 그렇지 않다고도 한다. 불확실한 국면인 것은 맞다. 이런 상황에서는 스스로 공부해 성장할 수 있는 산업을 찾은 후 그곳에 투자해야 한다. 최근 2차전지 섹터가 오른 것도 누구나 해당 산업이 유망하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지수를 바라보고 투자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는 시기다. 어느 산업과 기업에 투자할지를 공부해야 할 때다.”
“2차전지, 좋은 기업 많지만…”
지난해 5월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부터)이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했다. [뉴스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세 마리 토끼를 잡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 역시 경기침체 논란이 있다. 대통령 입장에서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지원 방법이 제한적이다. 현금 지원을 할 수 없다 보니 보조금을 통해 공장을 유치하고 있다. 이게 첫 번째 토끼다. 두 번째로 바이든 대통령은 중산층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했다. 그 결과 중산층 일자리와 직결된 제조업 공장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마지막으로 미·중 갈등이다. 자국 내에 배터리산업과 태양광산업을 육성하는 등 중국 의존도를 의도적으로 줄이는 행보를 밟고 있다. 세 마리 토끼가 하나로 합쳐지는 공통분모는 ‘미국에 공장을 지어달라’는 것이다. 2차전지도 이 문제와 직결됐다. 미국이 하고 싶어도 한중일이 잡고 있어 못 하는 산업이지 않나. 미국의 이해관계와 딱 맞아떨어진 산업이었다.”
최근 2차전지 열풍은 어떻게 보나.
“2차전지를 대체할 만한 산업이 등장하지 못하고 있다 보니 수급이 몰린 측면이 있다. 투자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너무 과도하게 쏠리면 나중에 후유증이 심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2차전지 산업이 성장 중이고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러다 보니 주가가 비싸지고 있다. 냉정하게 보자면 2차전지와 관련해 좋은 기업이 많지만 반대로 나쁜 주식이 돼가고 있다. 신규로 쫓아가서 수익을 내기는 어렵다고 본다. 다만 2차전지 섹터 안에서도 주가가 오르지 않은 기업이 꽤 있다. 소외받는 분야나 기업 가운데 경쟁력을 갖췄다고 판단되는 경우가 있다면 매수를 검토할 수도 있다. 그간 양극재 관련 기업들이 제일 좋았다. 다음에 오를 세부 분야는 어디일지 고민해보자. 개인적으로는 실리콘 음극재와 도전재 산업이 커질 것 같다.”
‘제2의 2차전지’를 찾아야 한다는 얘기인가.
“미국에 없지만 미국이 필요로 하는, 미국에 있어도 보조 역할을 할 수 있는 한국 기업을 찾아야 한다. 미국이 인공지능(AI) 투자를 많이 하지 않나. AI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반도체다. 미국은 유럽에 액화천연가스(LNG)를 많이 수출한다. 에너지 문제 때문에 LNG산업과 관련된 개발도 많이 하고 있다. 한국 조선 관련 기업이라든지, LNG 플랜트 산업과 연관된 기업들이 수혜를 받을 전망이다. 미국 전력 설비가 노후화됐다는 얘기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노후화된 전력망을 교체해야 할 텐데 한국 기업 가운데 변전소, 변압기 등 송전망산업 분야에서 강한 기업들이 있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한국 기업 가운데 성장 가능성이 보이는 산업은 결국 미국과 연관이 있어야 한다. 향후 2~3년간 큰 사이클은 해당 분야에서 나타나지 않을까.”
“뜨거울 때 투자하면 데인다”
유튜브 채널 ‘염블리와 함께’를 통해 매일 공부 내용을 공유하고 있다. 올해 인상 깊게 읽은 리포트가 있다면?“4가지 리포트가 기억에 남는다. 첫째는 하이투자증권이 ‘바퀴 달릴 컴퓨터’라는 제목으로 낸 리포트다. 자동차가 컴퓨터처럼 될 것이라는 내용이 핵심이다. 자동차 시장에서 디스플레이 산업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담겼다. 2차전지 산업에서 실리콘 음극재와 도전재의 시장이 커질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신한투자증권의 리포트도 인상 깊었다. 키움증권의 ‘봄바람 부는 디스플레이’ 리포트도 좋았다. 최근 삼성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장비 투자에 나섰다. 향후 OELD 시장에 큰 사이클이 올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관련 투자를 하고 있다면 읽어보길 권한다. 마지막으로 이베스트투자증권의 ‘ESG 시대, 리사이클링 금속 굴기’ 리포트를 추천한다. 향후 구리나 니켈 등 산업 금속의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기성품에서 금속을 추출해 재활용하는 기업이 유망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올해 투자자가 주의해야 할 습관이 있다면 무엇인가.
“지난해는 매크로, 특히 금리와 물가가 중요했다. 올해는 아니다. 매크로는 방향만 보자. 그 대신 어느 산업이 돈을 벌고, 어느 기업이 이익을 창출할지에 집중하자. 유의할 점은 2차전지처럼 유망한 산업이라도 시장이 너무 뜨거울 때는 투자를 안 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뜨거울 때 투자하면 자칫 데인다. 내가 볼 때는 좋은 것 같은데 시장에서는 서늘할 때, 소외되고 있을 때 투자하는 것이 괜찮다. 정리하자면 두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공부하면서 인사이트를 얻되 반드시 차가울 때 투자하자.”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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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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