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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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주거 지원 대책, 목표 채우기보다 내실이 중요”

[황재성의 부동산 맥락] 저출산 주거 부문 23조 투입… 공공주택 입주 요건 다자녀 기준 2명으로 낮춰

  • 황재성 동아일보 기자 jsonhng@donga.com

    입력2023-03-31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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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가족 친화적 주거 서비스’라는 부제를 붙여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주거 지원 대책을 내놓았다. [GETTYIMAGES]

    정부가 ‘가족 친화적 주거 서비스’라는 부제를 붙여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주거 지원 대책을 내놓았다. [GETTYIMAGES]

    ‘0.78명.’ 지난해 한국 합계출산율이다. 여성이 가임 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하는데, 전년보다 0.03명 줄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1년 이후 최저치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평균 출산율(2020년 기준 1.59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지난 15년간(2006~2021) 저출산 문제 해결에 280조 원을 투입한 결과치고는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2월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년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를 직접 주재한 것도 이 같은 성적표의 심각성을 방증한다.

    저출산으로 우려되는 문제들은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학생 수 부족으로 폐교하는 학교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전국 폐교된 학교 수는 3월 1일 기준 3896개에 달한다. 서울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2020년 강서구 염강초와 공진중이 폐교된 데 이어 3월 1일자로 광진구 화양초가 문을 닫았다. 내년에는 도봉구 도봉고가 폐교되고, 성동구 성수공고가 휘경공고(동대문구)로, 덕수고가 경기상고(종로구)로 각각 통폐합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효과적인 저출산 대책 마련은 발등의 불로 여길 만한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 이런 점들을 의식한 정부는 이번 저고위에서 △돌봄과 교육 △일-육아 병행 △주거 △양육비용 △건강 등을 5대 핵심 분야로 정하고, 분야별로 국민 체감도가 높은 정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른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대책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5대 핵심 분야에서도 주거는 투입 예산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올해도 저출산 예산으로 책정된 예산 51조 원 가운데 주거 부문이 23조4000억 원(45.9%)에 달한다. 그만큼 정부가 기대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신혼부부에게 주택 43만 채 공급

    정부는 주거 부문 대책에 ‘가족 친화적 주거 서비스’라는 부제를 붙였다. 기존 대책은 대체로 신혼부부 등 정책 대상층을 겨냥한 주택 공급에 초점이 맞춰 있었다. 반면 이번에는 공급 이외에 저출산 트렌드에 맞게 다자녀 기준을 3명에서 2명으로 낮추고, 가구원 수에 따라 좀 더 넓은 공공임대주택을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 점을 부각하려는 선택이다.



    대책은 다시 ①신혼부부 주택 공급 및 자금지원 강화(이하 ‘주택공급’) ②공공주택 입주요건 완화 및 지원 강화(이하 ‘입주요건’) ③청년·신혼부부 주거 정책 통합정보 제공(이하 ‘통합정보’) 등 3가지로 나뉜다.

    주택공급은 신혼부부에게 2027년까지 공공분양(뉴:홈) 15만5000채, 공공임대 10만 채, 민간분양 17만5000채 등 43만 채를 공급하는 게 핵심이다. 공공분양(뉴:홈)은 나눔·선택·일반 등 3가지 유형으로 공급된다. 나눔형은 시세의 70% 이하로 분양하고, 분양가의 최대 80%까지 40년 만기 연리 1.9~3.0%로 최대 5억 원까지 대출해주는 주택이다. 5년 의무 거주 기간이 끝나면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되팔 수 있는데, 이때 발생하는 시세차익의 70%는 분양받은 사람의 몫이다.

    선택형은 먼저 6년간 임대로 거주한 뒤 분양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주택이다. 목돈이 부족하고 내 집 마련 의사가 불분명한 청년층을 겨냥한 유형이다. 일단 입주 때 추정분양가의 절반가량을 보증금으로 내고, 나머지 절반은 월세로 낸다. 6년 뒤 분양받지 않으면 추가로 4년 더 임대로 살 수 있다. 분양받을 때 분양가는 추정분양가에 6년 후 감정가격을 더한 뒤 둘로 나눈 값이다. 분양가의 80%까지 40년 만기 연리 1.9~3.0% 조건으로 최대 5억 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일반형은 시세의 80% 수준에서 분양가가 책정되는 상품이다. 다른 유형과 마찬가지로 전용 대출상품이 지원된다. 대출한도는 4억 원이고, 분양가의 70%까지 가능하다. 만기는 30년이고, 금리는 연 2.15~3.0%다.

    주택 구입·전세자금 대상자의 소득요건을 완화한 대출특례 상품도 나온다. 구입자금의 경우 대상자 소득요건을 7000만 원 이하에서 8500만 원으로 높이고, 금리는 7000만 원 이하는 연 2.40%, 7000만 원 초과~8500만 원 이하는 소득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전세자금도 대상자 소득요건이 6000만 원 이하에서 7500만 원 이하로 높아진다. 금리는 6000만 원 이하는 1.65%, 6000만 원 초과~7500만 원 이하는 차등 적용된다.

    가구원 수에 맞춰 넓은 면적 공공주택 신청 가능

    입주요건 완화는 다자녀 기준을 3자녀에서 2자녀로 낮추고, 공공주택 입주 자격에서 자녀수에 따라 최대 20%p까지 소득 자산 요건을 완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즉 통합공공임대를 신청할 때 2자녀를 둔 가정이라면 소득 기준(중위소득)은 540만 원에서 648만 원으로, 자산 기준(소득의 5분의 3)은 3억6100만 원에서 4억3300만 원까지 높인다는 것이다.

    주택 면적은 가구원 수에 맞춰 늘려갈 수 있게 된다. 기존 입주자의 경우 자녀수에 비례해 넓은 면적에 거주할 수 있게 공공임대주택을 우선 공급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신규 입주자는 가구원 수에 따라 넓은 면적의 공공주택을 신청할 수 있다.

    정부는 여기에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자녀를 출산하는 가구에도 동일한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즉 사실혼 가족에도 공공주택 입주 자격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통합정보는 청년이나 신혼부부에게 지원되는 주거 정책의 소득 연령 등 복잡한 기준을 정비하고, 관련 정보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주거복지 애플리케이션(마이홈)을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국토교통부는 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의해 올 상반기 안에 관련 작업 결과를 선보일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내실 있는 계획 실행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기존 대책이 목표 채우기에 급급해 내실을 등한시한 결과 현재 경험하는 저출산 대책의 총체적 실패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감사원도 2021년 7월 펴낸 감사보고서(‘저출산·고령화 대책 성과분석’)를 통해 “국토교통부가 신혼부부를 위해 공급한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공급 물량 대비 계약 물량이 51% 수준에 머무는 등 제대로 된 정책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황재성 기자는… 
    동아일보 경제부장을 역임한 부동산 전문기자다. 30년간의 기자생활 중 20년을 부동산 및 국토교통 정책을 다루는 국토교통부를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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