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3월 24일 서울 중구 본사 강당에서 열린 ‘우리금융그룹 제9대 회장 취임식’에 참석해 우리금융이 나아갈 방향으로 4가지 경영 키워드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제공]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신임 회장이 3월 24일 취임식에서 다시금 조직 혁신을 강조했다.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의 틀을 잡았던 그는 이제 완전하게 민영화된 우리금융지주를 이끌게 됐다. 임 회장은 이날 우리금융이 추구할 방향으로 △신뢰받는 우리금융 △빠르게 혁신하는 우리금융 △경쟁력 있는 우리금융 △국민에게 힘이 되는 우리금융 등 4가지 경영 키워드를 제시했다. 이는 향후 우리금융에 나타날 변화의 뼈대가 된다. 임 회장은 2026년 3월까지 3년간 4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우리금융을 진두지휘한다.
“잘못된 관행 있는 분야 과감히 혁신”
임 회장은 민관을 두루 거친 대표적인 금융 전문가다. 재경경제부(현 기획재정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으로 일하며 ‘해결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듬해 ‘기수 파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기획재정부 1차관으로 승진하는 등 공직에서 능력을 거듭 인정받았다. 이후로도 국무총리실장과 NH농협금융지주 회장, 금융위원회 위원장 등 민관의 중요 직책을 두루 맡으며 금융계 전반에서 활약했다.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역시 2월 3일 임 회장을 차기 대표이사 회장 후보자로 추천하면서 “한국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장을 역임하고 국내 5대 금융그룹 중 하나인 NH농협금융지주 회장직도 2년간 수행하는 등 민관을 두루 거친 금융 전문가”라고 평가했다.임 회장은 내정자 시절부터 조직 개편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은 임 회장 취임에 앞서 지주사 조직을 슬림화하는 등 변화를 시작했다. 총괄사장제(2인)와 수석부사장제를 폐지하고 11개 부문을 9개 부문으로 축소했다. 지주 임원을 11명에서 7명으로 줄였으며 전체 인력 역시 20% 감축했다. 지주사는 계열사의 영업 성과 극대화를 위한 전략을 짜는 데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는 계열사의 경영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임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증권사 인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한 미래사업추진부문도 신설됐다.
임 회장은 3월 24일 “이미 지난 조직 개편을 통해 회장 직속으로 기업문화혁신 태스크포스(TF)를 만든 바 있고, TF에는 자회사 대표들도 참여시키고 내가 직접 과제들도 챙겨나갈 계획”이라며 다시금 혁신을 강조했다. 이어 “인사 평가 및 연수 제도, 내부통제, 사무처리 과정, 경영승계 절차 등 조직에 부족한 점이 있거나 잘못된 관행이 있는 분야는 과감한 혁신을 지속하겠다”고 약속했다. 우리은행 모태인 한일·상업은행 출신 간 갈등 등 내부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투명한 거버넌스’는 올해 금융권 최대 화두로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1월 금융위원회 업무 보고 자리에서 “은행은 국방보다 중요한 공공재적 시스템”이라며 거버넌스를 강조했다. 우리금융은 이와 관련해 ‘경영승계프로그램’을 마련해 차기 우리은행장 선출 과정에서 객관적인 검증 절차를 다각도로 마련하기로 했다. 그간 우리금융은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 내부 논의만으로 은행장을 뽑았다. 이 밖에도 ‘그룹 내부통제 현장자문단’을 운영해 그룹사 차원에서 준법 감시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우리금융지주는 3월 28일 전재화 준법감시인(첫째줄 오른쪽에서 여섯 번째)과 전 그룹사 준법감시 실무자로 구성된 ‘그룹 내부통제 현장자문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뉴스1]
“새 먹거리 찾아 사업구조 다각화할 것”
“증권·보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조속히 확대하고, 비금융 분야에서도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등 그룹의 사업구조를 다각화할 것입니다. 기존 비은행 자회사들 역시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여 그룹이 균형 있는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임 회장이 취임식 당일 약속한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는 그간 우리금융의 역점 과제였다. 우리금융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증권·보험 등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 강화가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과거 민영화 과정에서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우리아비바생명(현 DGB생명) 등을 매각했다. 이 때문에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증권사와 보험사가 없어 수익구조가 은행에 집중된 편이다. 지난해 최대 실적을 냈음에도 하나금융지주에 밀려 3위 자리를 내준 배경에도 이 같은 요인이 작용했다. 손태승 전임 회장 체제에서 증권·보험·벤처캐피털(VB)사 인수를 주요 과제로 추진하고, 다올금융그룹의 VC 계열사를 15번째 자회사 ‘우리벤처파트너스’로 편입한 배경이다.
임 회장은 금융위원장까지 지낸 ‘실력자’인 만큼 향후 증권사 인수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임 회장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지내던 2014년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성공시킨 경험이 있다.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역시 2월 3일 임 회장을 차기 대표이사 회장 후보자로 추천하면서 “우리금융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다양한 역량을 갖춘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임 회장이 내외부적으로 ‘증권사 인수 과제를 해결할 적임자’로 꼽히는 만큼 ‘임종룡 체제’에서 인수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업계에서는 우리금융이 리테일 조직이 잘 갖춰져 은행과 시너지 효과를 내기 쉬운 증권사를 우선 인수할 것으로 전망한다. 전상욱 우리금융지주 미래성장총괄 사장은 2월 실적 발표 당시 “증권사 M&A(인수합병)는 적정 자본 비율 유지, 주주 이익 극대화 관점을 고려하면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유안타증권, 동양생명, KDB생명 등이 향후 인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온전히 우리금융 가족 돼”
당초 제기됐던 ‘외부 인사 논란’은 빠르게 불식됐다. 임 회장이 내정자 시기 가장 먼저 노동조합을 찾는 등 ‘진심 행보’를 보인 덕분이다. 박봉수 우리은행 노조위원장이 2월 “우리 직원을 제일 먼저 만나고 싶다”는 당시 임 내정자의 요청을 수락하면서 양측 만남은 빠르게 성사됐다. 해당 자리에서 임 회장은 “직원들과 노조의 상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면서 “임기 동안 누구보다 우리금융 직원들을 사랑할 것이고, 직원들을 사랑했던 회장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밝혔다. 임 회장은 지금까지 동료 및 후배들로부터 신망을 받아왔다. 재경경제부 시절 ‘닮고 싶은 상사’에 세 차례 선정된 일화는 유명하다. 임 회장은 앞선 자리에서 노조와 직접 소통을 약속하고 협조를 구했다임 회장과 우리금융의 인연이 각별한 만큼 외부 인사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임 회장 역시 “공직에서는 우리금융이 탄생하게 된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의 합병 작업을 담당하기도 했고, 금융위원장 시절 우리금융 민영화를 위해 함께 애쓰던 시절이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2015년 3월 금융위원장 재직 당시 정부 소유 우리금융 지분을 매각해 민영화 초석을 마련했다. “본인 주도로 민영화한 회사의 회장을 맡은 만큼 그 책임감은 내부 인사 못지않을 것”이라는 평이 우세한 이유다. 임 회장은 이와 관련해 “우연이 반복되면 운명이라는 말도 있듯이 이제 나는 온전히 우리금융 가족이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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