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 [김도균]
‘가치투자의 대가’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조언이다. 잠자는 동안 돈을 버는 방법은 무엇일까. ‘한국의 버핏’으로 불리는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가치투자’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그는 “철저한 기업 분석이 바탕인 가치투자야말로 장세에 상관없이 편안하게 돈을 버는 방법”이라며 “지수보다 중요한 것은 종목 선정”이라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1996년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한 뒤 버핏의 ‘마이더스의 손’과 가치투자 창시자 벤저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를 읽고 가치투자를 시작했다. 대학 4학년인 2004년 ‘가치투자 개척자(Value Investment Pioneer)’를 모토로 VIP투자자문을 설립해 현재 운용 자산 3조 원 규모의 자산운용사로 키웠다. 25년간 가치투자 외길을 걷고 있는 최 대표를 3월 28일 만나 ‘한국 주식시장에 맞는 가치투자 전략’에 대해 물었다.
로 리스크-미디엄 리턴
‘가치투자’란 무엇인가.“가치투자에 대응되는 말이 투기다. 가치투자는 투기적으로 하지 않는 투자를 말한다. 보통 ‘싸게 사서 제값에 파는 투자’를 가치투자로 아는데, 그건 방법론이다. 정의는 ‘로 리스크-미디엄 리턴’(낮은 위험-중간 수익)이다. 즉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리스크가 적은 기업에 투자해 적당한 수익성을 장기적으로 추구하는 투자다.”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은 무엇인가.
“주식을 싸게 사는 것과 예측 가능한 하이 퀄리티 종목에 투자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예측 가능성이 높은 대상이란 버핏이 장기투자하고 있는 코카콜라처럼 10년이나 20년이 지나도 여전히 돈을 잘 벌 수 있는 기업을 말한다.”
최 대표는 이 투자전략에서 벗어난 적이 한 번도 없나.
“단 한 번도 없다. 물론 이 두 전략이 항상 성과가 좋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산투자를 하면 개별 종목은 실패할 수 있지만 종합적인 성과는 뛰어나다.”
한국 주식시장은 가치투자로 수익을 내기 힘들다는 의견도 적잖은데.
“미국이나 한국, 일본의 가치투자 본질은 다르지 않다. 다만 현지 문화나 시장의 장단점을 알아두면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한국 주식시장도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팁은 있다.”
그 팁이 무엇인가.
“미국 기업 경영자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과 비슷하다. 즉 좋은 실적을 내서 주가를 올리는 역할을 충실히 한다. 반면 한국 기업 경영자는 대대손손 물려받는 경우가 많다. 기업 실적이 안 나와도 제재를 받지 않으니 부양 의지가 약하다. 이 부분이 가장 큰 차이다. 따라서 한국에서 가치투자를 할 때는 경영자보다 주가가 올라갈 만한 잠재 요인이 있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된다. 또한 미국이나 중국은 시장이 커서 한 번 성공하면 긴 구간을 성장할 수 있다. 맥도날드 1호점이 성공하면 5000호점까지는 쭉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시장 확장이 어려워 해외 진출 여부가 중요하다.”
현 주식시장이 20년 전 투자자문을 처음 설립했을 때와 가장 크게 변화한 부분은 무엇인가.
“20년 전은 한국 주식이 역사상 가장 쌌던 시절이다. 이후 증시가 20년간 우상향하면서 가치투자자는 많은 돈을 벌었다. 길바닥에서 금덩어리를 줍던 시대가 끝나고 이제는 많은 노력을 해야 보물을 찾을 수 있는 상황이다.”
시간이 흘러도 시장에서 변치 않는 것이 있나.
“탐욕과 공포, 조바심에 휩싸인 투자자들이다. 투자자는 하락장이 와도 시장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데 도망갔다가 시장이 다시 활황이 되면 돌아온다. 주식시장에서 돈을 벌려면 이런 기질부터 바꿔야 한다.”
기업 비즈니스 모델 중요
가치투자를 하려면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 어떤 요소들을 평가해야 하나.“회사가 돈 버는 방식을 알아야 한다. 어떤 제품을 만들어 얼마를 남기고 판매하는지, 판매 제품 수요는 꾸준히 있는지, 회사는 앞으로 나아갈 힘이 있는지 등을 알아야 한다. 이를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한다.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 있는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제품 종류 확장이나 해외 진출 같은 성장 요인도 살펴봐야 한다. 또한 경외감을 갖게 하는 경영자가 있는지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주주에게 합당한 대우를 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앞으로 국내 주식시장에서 구조적으로 성장할 분야를 꼽는다면?
“성장 산업은 두 가지 배경에서 탄생한다. 하나는 탁월한 리더가 나타나 그 사업을 만드는 것이다. 국내 대표 기업으론 현대와 삼성, 포스코가 있다. 사실 한국은 반도체 사업을 하기에 적당한 조건은 아니지만 탁월한 리더 이병철, 이건희 회장이 만들어냈다. 다른 하나는 노동자나 수요자의 수준이 다른 나라보다 높을 때다. 브라질 축구처럼 말이다. 한국은 현재 콘텐츠와 피부미용 분야가 그렇다. K팝, K드라마는 질적 수준뿐 아니라 소비자 수준도 높다. 또한 한국에서 최고로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의대에 가고, 한국 소비자는 미용에 굉장히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최강의 소비자와 공급자가 만나 피부미용 산업을 만드니 경쟁력이 어느 나라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다른 분야는 어떤가.
“방산을 꼽을 수 있다. 한국은 자주포, 대포를 전 세계에서 가장 잘 만든다. 선진국의 방산산업은 위성을 이용한 첨단무기 위주로 발전했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니까 폭탄 쏘고 총 쏘며 전쟁하지 않나. 방산은 한국 강점을 드러낼 수 있는 산업이다.”
이런 분야는 어느 정도 기간을 두고 투자하면 될까.
“보통 3년 이상 투자해야 한다. 브라질 축구가 올해만 잘하고 끝나는 게 아니지 않나.”
올해 리스크가 적으면서 수익을 어느 정도 낼 수 있는 꽃놀이패 종목이 있나.
“꽃놀이패는 저평가받고 있고, 많이 알려지지 않았으면서 배당 같은 주주 정책이 있어야 한다. 현재는 손해보험사(손보사)가 그렇다. 올해 손보사는 회계 제도가 변경되면서 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주가가 PER(주가수익비율) 4~5배로 전반적으로 싸고 은행처럼 정부 간섭이 심하지도 않다. 또한 배당은 5% 정도나 된다.”
과거 가장 장기간 보유했던 종목과 현재 투자하는 대표 종목이 궁금한데.
“최장기 보유 종목은 2001년 매수해 2015년 매도한 동서(동서식품)다. 동서의 커피믹스는 코카콜라처럼 시장점유율이 높고 고객 충성도가 강했다. 또한 경영도 잘하고 주주들에게 배당도 잘 줬다. 무엇보다 15년간 주가가 오버 슈팅 없이 이익이 늘어난 만큼 안정적으로 올랐다. 2004년 무렵 커피전문점이 증가했고 2011년에는 남양유업의 카제인나트륨(커피크림 성분) 공격도 있었지만 시장점유율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해 계속 보유했다. 이후 2015년쯤 커피믹스 시장 확장에 한계가 왔다고 생각해 매도했다.”
“당시 동서 주가가 2001년 대비 15배가량 올랐다(그래프 참조). 지나고 보니 2001년 동서 주식 매수는 데뷔하지 않은 고교생 아이유와 계약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아이유와 계약해 15년간 함께 일했으니 당연히 수익이 클 수밖에. 2010년 투자한 아모레G(옛 태평양)도 그런 종목이다. 당시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종목의 인기가 높았는데, 나에겐 중국 시장 진출 확률이 높은 화장품만 보였다. 현재는 MLB, 디스커버리 등으로 유명한 F&F라는 패션 회사를 눈여겨보고 있다. 이 회사는 우선 옷을 잘 만들고 중국에서도 장사를 잘한다. 무엇보다 유행에 민감한 패션은 탁월한 경영자가 필요한데, 이 회사 김창수 회장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다.”
관심 분야가 주로 의식주인 것 같은데.
“맞다. 내가 주력하는 분야는 의식주와 ‘미락(美樂)’이다. 아모레G는 미이고, K팝은 락이다.”
유튜브 아닌 진짜 공부 필요
지난해 하락장이 지속되었다. 수익률은 어떤가.“2021년 수익률은 72%, 지난해는 -10%였다. 지난해 고평가주의 주가가 많이 내려갔는데, 나는 고평가주에 거의 투자하지 않아 지수 하락 대비 손실이 크지 않았다. 20년 동안 투자하면서 손실이 난 해는 3번이다. 2008년 금융위기와 2018년, 그리고 지난해다. 하지만 3번 모두 지수보다 더 빠진 적은 없다.”
최 대표처럼 성공적인 가치투자를 위해 투자자는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첫 번째는 기준을 세워 좋은 주식을 골라야 한다. 기준 없이 무작정 종목을 선정하는 것은 결혼하려고 남자를 고를 때 기준이 없는 격이다. 두 번째는 가짜가 아닌 진짜 공부를 해야 한다. 유튜브 주식 영상이나 경제TV를 보고 주식 공부를 하는 투자자가 부지기수다. 수험생이 EBS만 보고 시험을 보는 것과 같다. 영상만 보면서 공부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게 진짜 위험하다. 주식투자를 하기 전 개별 기업을 낱낱이 파헤쳐가며 공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심리를 잘 다스려야 한다. 열심히 공부하고 시험장에 갔는데 시험을 망치는 이는 대부분 심리가 약해서 그렇다.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서는 탐욕, 공포, 조바심을 떨쳐내야 한다.”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안녕하세요. 한여진 기자입니다. 주식 및 암호화폐 시장, 국내외 주요 기업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기획] 지속가능경영 구축 글로벌 외식기업, 다이닝브랜즈그룹 주식회사
[기획] 사회적책임 실현에 앞장서는 에듀테크 기업, 교육지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