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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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지금 사도 되냐고? ‘지금이라도’ 사야 한다”

장우석 유에스스탁 부사장 “미국 주식, AI주와 비(非)AI주로 나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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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입력2023-06-10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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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우석 유에스스탁 부사장. [지호영 기자]

    장우석 유에스스탁 부사장. [지호영 기자]

    “엔비디아 이제 와 들어가도 되나요?”

    “엔비디아 사고 싶은데 100% 물릴까요?”

    최근 개인투자자가 모인 온라인 카페와 커뮤니티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질문이다. 엔비디아 주가가 올해 들어서만 170% 급등하자 뒤늦게라도 투자에 뛰어들지 고민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에 필요한 고부가 반도체인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기업이다. 현재 글로벌 GPU 시장의 약 90%를 엔비디아가 점유하고 있다. AI 기술 개발 및 상용화에 속도가 붙을수록 엔비디아도 덩달아 실적이 좋아지는 구조다. 이에 엔비디아는 최근 미국 증시에서 가장 주목받는 종목 중 하나로 손꼽힌다.

    엔비디아, 거품이지만 거품 아니다

    미국 증시 전문가인 장우석 유에스스탁 부사장은 급등한 엔비디아 주가에 대해 “거품이지만 거품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엔비디아의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매출비율(PSR)이 각각 50배, 25배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주가에 거품이 낀 건 사실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향후 AI 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연평균 35%에 달하는 엔비디아의 매출 증가율을 감안하면 거품을 현실로 만들 저력 또한 엔비디아에 있다고 말한다. 장 부사장은 6월 7일 인터뷰에서 “엔비디아(반도체)를 시작으로 어디에, 어떻게 옮겨 붙을지 모를 ‘AI 열풍’에 올라타지 못하면 최소 1년간은 미국 증시에서 소외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월 인터뷰 때 엔비디아가 고평가됐다고 했다. 그런데 올랐다.

    “당시만 해도 인텔, 마이크론 등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저조하고 주가가 하락하던 때였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줄고 더는 스마트폰이나 개인용 컴퓨터(PC)를 전처럼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던 시기였다. 그즈음 챗GPT가 등장했다.”

    AI 열풍을 감안해도 엔비디아 실적이 좋아지기는 어렵다고 했다.

    “AI 반도체 수요가 이렇게까지 빨리 올라올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웃음). 나 같은 사람도 구글 바드를 사용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실생활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엔비디아 실적이 게임, 클라우드와 관련성이 컸다. 그 부분을 중심에 놓고 봤을 때는 (실적이) 저조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향후 엔비디아 주가를 어떻게 전망하나. ‘이제 시작’이라는 의견과 ‘거품’이라는 의견이 맞서는데.

    “지금이 거품이냐고 묻는다면 거품이라고 답하겠다. 현재 엔비디아 PER이 50배, PSR이 25~26배로 나오는데, 둘 다 평균치보다 한참 높다. 수치상으로 버블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다만 AI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엔비디아 GPU 수요가 계속 늘고 있어 지금의 버블이 얼마든지 실체가 있는 주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최근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매출은 스마트폰, PC 반도체 수요 둔화를 모두 커버하고도 남을 만큼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2013년 3달러→2023년 400달러

    누군가 지금 엔비디아에 투자해도 괜찮으냐고 묻는다면 추천할 건가.

    “2년 뒤 (엔비디아가) 현 주가의 2배 수준인 800달러(약 104만 원)가 된다고 하면 사겠나, 안 사겠나. 엔비디아는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35% 정도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전체 반도체 기업의 연평균 성장률이 15%인데, 이를 훨씬 웃도는 것이다. 또 최근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연간 50% 성장률을 자신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2년만 있으면 주가가 더블이 되는 것이다. 금리 등 매크로(거시경제) 때문에 주가가 조정받고 빠지는 걸 견딜 수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매수할 가치가 있는 주식이다. 참고로 10년 전 엔비디아 주가는 3달러(약 4000원)대였다.”

    ‘제2 엔비디아’로 불리는 반도체 생산 기업들의 주가도 최근 꿈틀대고 있다. AI 관련 수혜가 예상되는 AMD, 마벨테크놀로지, 브로드컴 등이 그 예다. 이들은 연초 대비 각각 84%, 65%, 43% 주가 상승률(6월 7일 기준)을 나타냈다.

    AMD, 마벨테크놀로지, 브로드컴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엔비디아에 비해 수익이 조금 덜 나도 괜찮다면 가져가도 좋다고 본다. 엔비디아는 전체 매출에서 GPU 비중이 절반 이상이다. 마벨테크놀로지는 약 20%다. 1군 사업 부문이 GPU가 아니라는 데서 차이가 나는 것이다. 앞으로 이들 세 기업이 GPU 비중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긴 하다. 하지만 이미 글로벌 GPU 시장점유율 90%를 차지하는 엔비디아라는 산이 있다는 점도 생각해봐야 한다. 이런 비중들을 참고해 투자하면 될 것 같다.”

    반대로 반도체주 단기 조정을 기대하는 투자자도 많은 듯하다. 반도체주에 대한 인버스 투자는 유의미한 전략인가.

    “인버스 이전에 반도체주를 너무 쉽게 던지지 말라는 말부터 하고 싶다. 최근 서학개미가 엔비디아를 많이 팔고 있다. 반도체를 보는 시야가 좁은 탓이다. 경기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서 반도체주가 더 가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PC에 대해서는 맞는 얘기지만 AI 반도체는 그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 또 미국은 기업 실적이 한 번 좋아지기 시작하면 보통 10년 이상 가는 트렌드가 있다. 그러니 안절부절하지 말고 엔비디아를 좀 더 장기적 관점에서 보기를 권한다.

    인버스 투자는 웬만하면 안 하는 게 좋다. 미국 증시에서 인버스가 성공한 적이 별로 없다. 100년 미국 증시에서 강세장 비율은 8, 약세장은 2밖에 안 된다. 많이 오르면 떨어지게 돼 있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접근해서는 수익을 낼 수 없다. 섣불리 투자하지 말길 권한다.”

    AI 어디에, 어떻게 붙는지가 관건

    챗GPT가 불을 댕긴 AI 열풍이 엔비디아를 계기로 더 강해지고 있다. 반도체주, 기술주의 상승세가 이어지기 위한 조건이 있다면 무엇인가.

    “지금 미국 주식은 AI주와 비(非)AI주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I가 어느 산업에, 얼마나 광범위하게 접목되느냐가 관건 같다. 최근 엔비디아 이외에 AI 수혜를 본 종목으로 어도비가 있다. 포토샵 프로그램에 AI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어도비 주가가 굉장히 많이 올랐다. AI 작동에 필요한 방대한 양의 전력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조달할지도 AI 시대의 고민이다. 이런 식으로 AI가 다른 기술 또는 산업으로 번지면 그쪽 기업 주가에 탄력이 붙을 것이다. 실체가 없는 ‘닷컴 버블’도 나스닥을 2배 이상 끌어올렸는데, AI 열풍이 그 정도 상승세를 나타내지 못하리라는 법이 없다. 최소 1년간은 AI주가 강세를 보일 듯한하다. 이때 관련 주식이 하나도 없으면 아무래도 시장에서 소외감을 느낄 것이다.”

    이미 인기 있는 반도체주, 기술주 외에 눈여겨볼 산업 분야나 주식 종목이 있다면.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서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섹터가 바이오, 헬스케어다. 사실 바이오, 헬스케어 기업은 물가 등과 관계없이 꾸준히 실적을 내는 모범생이다. 약값이 비싸다고 안 먹지는 않기 때문이다. 화이자, 머크, 애브비가 대표적인데, 화이자는 코로나19 사태 때 60달러대에서 지금 30달러대까지 추락했다. 저평가돼 있으니 매수할 만하다.

    한 가지 더 얘기하고 싶은 점은 개별 종목보다 지수에 투자하는 게 더 안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AI가 어느 산업 분야에 접목되느냐에 따라 희비가 갈릴 전망이다. 그걸 다 예측할 수 없으니 시장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가장 권하고 싶은 상품은 넣어두기만 해도 최소 10%는 벌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다.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SPY ETF(그래프2 참조) 같은 걸 포트폴리오에 추가하면 좋다.”

    [GETTYIMAGES]

    [GETTYIMAGES]

    증시 올라야 7%, 오버 슈팅 금물

    하반기 미국 증시가 어떻게 흘러갈지도 궁금하다. 일각에서는 S&P500 지수가 연말에 4600을 찍을 것이라고 전망하는데.

    “나 또한 그 정도 수준으로 하반기 증시가 오를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이게 5000까지 간다고 착각해선 안 된다. 그러려면 미국 기준금리가 2%는 내려야 한다. 4600이라고 해봐야 지금(6월 7일 기준 4267)보다 7%가량 오르는 것이라서 오버 슈팅은 금물이다.”

    6월 13~14일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결정은 어떻게 될까.

    “이번에는 동결이 유력해 보인다. 지난 인터뷰 때 말했듯이 연내 인하는 없을 것이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지난해 물가상승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은 원죄가 있다. 똑같은 실수를 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분명 있을 테고, 고용지표나 임금상승률이 버티는 한 금리인하에 아주 보수적으로 접근할 것이다.”

    S&P500 지수가 전고점인 4818을 회복하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올해 안에 가능할 수도 있다. 다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지수가 올라도 그중에 가는 기업, 못 가는 기업이 갈릴 것이다. 금융주, 에너지주는 하반기에도 못 갈 가능성이 크다. 지수 투자가 아니라면 상승장이 중요한 게 아니라, 올라가는 종목에 편승했는지 여부가 중요할 것이다. 다시 한 번 AI주 하나쯤은 담으라고 권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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