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고려대서 돌 나르던 기억 생생해”
고려대 명예철학박사 학위를 받고 기념 연설을 하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아산리더십아카이브 제공]
현대그룹과 고려대의 첫 인연은 193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학업을 포기하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온 정주영 명예회장은 닥치는 대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고려대 본관 신축 공사장에서 돌과 목재를 나르는 일이었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정 명예회장의 어록처럼 그는 힘든 환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꿈을 키웠고, 훗날 현대를 설립해 자수성가 신화를 썼다.
고려대는 1995년 그런 정주영 명예회장에게 “입지전적 인간 승리의 본보기로서 한국 경제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인정된다”며 명예철학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정 명예회장의 최종 학력은 소학교(초등학교) 졸업에 불과하지만 현대그룹을 세계 굴지 기업으로 키워냈으며, 그 과정에서 보여준 성실성 등 성품이 모두에게 귀감이 된다는 취지였다. 당시 정 명예회장은 “우리나라 전통 사학 명문인 고려대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은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어린 시절 빈손으로 상경해 일자리를 찾아다닐 때 고려대 전신인 보성전문학교 신축 공사장에서 돌을 지고 나르던 기억이 생생한데, 오늘 이 대학에서 학위를 받으니 감개무량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과 현대차 최초 고유 모델 ‘포니’. [포니정재단 제공]
정세영 명예회장은 당초 ‘정치학과 교수’를 꿈꿨으나 고려대 졸업 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가 1967년 정주영 명예회장의 권유로 현대차 사장직을 맡게 된다. 그리고 이때 최초 고유 모델 ‘포니’를 개발해 에콰도르 등으로 수출하는 그의 대표적 업적을 쌓는다. “독자 기술과 지식 없이는 다 죽는다”던 정세영 명예회장의 강한 의지가 당시 현대차 임원진의 반대를 꺾었고, 결과적으로 현대차가 글로벌 자동차 기업으로 성장하는 발판이 됐다. 그의 선구안과 도전하는 자세를 상징하는 ‘포니 정’이라는 별명 또한 이때 탄생했다. 정세영 명예회장은 1993~1999년 고려대 교우회장을 맡았으며, 재임 중 사재 및 기금 출연으로 대학 숙원사업이던 교우회관을 준공했다.
글로벌 톱3 완성차업체 안착시킨 정의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22년 고려대 졸업식에 영상 축사를 전달했다. [현대차 제공]
정의선 회장은 최근 그의 또 다른 직함인 한국양궁협회장으로서도 탁월한 경영 철학을 보여줬다. 한국양궁협회는 그간 정의선 회장 주도 하에 불공정한 선수 발탁 관행을 없애고, 현대차 연구개발(R&D) 역량으로 만들어낸 첨단장비를 선수들 훈련에 제공해왔다. 2024 파리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양궁 대표팀 선수들이 수상 소감을 밝힐 때마다 정의선 회장에게 공을 돌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의선 회장의 경영 철학은 2022년 고려대 졸업식 축사에 잘 녹아들어 있다. 그는 이날 “삶에는 나태에 굴하지 않을 수 있는 끈기와 반복 속에 새로움을 더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면서 “사업 초기 불의의 화재로 전 재산을 잃고 전쟁까지 겪으면서도 결국 기업을 일으켰던 아산 정주영 명예회장께서는 ‘어떤 실수보다도 치명적인 실수는 도전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하셨다. 우리 앞에는 많은 기회가 놓여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로 고려대 졸업생들을 격려했다.
이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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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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