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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非반려인도 함께 즐기는 반려견 놀이터 만들어야

[이학범의 펫폴리] 반려견 건강·복지 위한 놀이터, 반대 여론에 신설 가로막혀

  • 이학범 수의사·데일리벳 대표

    입력2023-06-1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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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 반려동물과 행복한 동행을 위해 관련법 및 제도가 점점 진화하고 있다.
    ‘멍냥 집사’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반려동물(pet)+정책(policy)’을 이학범 수의사가 알기 쉽게 정리해준다.


    사회화 시기 반려견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산책이다. [GettyImages]

    사회화 시기 반려견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산책이다. [GettyImages]

     낯선 사람이나 다른 강아지를 보면 마구 짖는 반려견들이 있습니다. 대부분은 사회성이 부족한 강아지입니다. 강아지는 통상 생후 4주부터 12주까지가 사회화 시기인데요. 이때 처음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그에 대한 반응이 생깁니다.

    사회화 시기에 만들어지는 기억은 평생 가기 때문에 반려견의 행동발달에 ‘아주 중요한 시기(Critical Period)’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반려견은 이 시기에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해봐야 합니다. 다양한 행색의 사람을 만나보고, 엘리베이터도 타보고, 오토바이 소리도 들어봐야 합니다. 소형견, 대형견 가릴 것 없이 여러 강아지도 대면해봐야 하죠. 이 모든 경험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산책’입니다.

    “반려견에 목줄 없는 산책 필요”

    반려견은 보호자와 산책하면서 적절히 운동하고,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이나 강아지를 만나며, 다양한 장소에 방문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습니다. 또 산책만 잘해도 분리불안, 공격성 같은 문제행동이 상당 부분 해결됩니다. 무엇보다 산책은 반려견이 보호자와 온전히 교감하는 시간입니다. 이 시간을 통해 반려견과 보호자가 더 친밀해질 수 있는 거죠. 따라서 반려견에게 산책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모 대학 수의과대학 교수는 현직 수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에서 “수의사가 병원에 온 강아지에게 약이나 주사만 줄 게 아니라 산책을 처방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그 정도로 반려견에게 산책은 중요하다는 의미죠.



    산책할 때는 반드시 반려견에게 길이 2m 이내 목줄을 채워야 합니다. 다만 몇 년 전부터 수의학계에서는 “강아지에게 ‘오프리시(Off-Leash)’ 산책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동물행동학 논문들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가끔은 반려견이 사람 없는 공간에서 목줄을 차지 않고 자유롭게 뛰어놀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2021년 발표된 한 논문(‘The Importance of Off-Leash Walks for Pet Dogs’)에 따르면 오프리시 산책은 반려견의 올바른 걸음걸이, 사회적 교류, 탐색 행동을 강화하기 때문에 반려견의 건강과 복지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논문 연구진은 “도심에서 반려견을 기를 때는 목줄 착용이 불가피하지만 반려견의 신체 기능과 정서 안정을 위해 목줄 없이 활동할 수 있는 안전하고 풍요로운 환경을 조성할 것”을 강력히 권했습니다.

    비반려인은 캠핑·문화 축제 즐기도록

    서울시 등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시민 편의를 위해 반려견 놀이터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 홈페이지 캡처]

    서울시 등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시민 편의를 위해 반려견 놀이터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 홈페이지 캡처]

    반려견이 목줄 없이 활동할 수 있는 안전하고 풍요로운 환경을 갖춘 곳은 어디일까요? 대표적인 장소 중 하나가 ‘반려견 놀이터’입니다. 반려견 놀이터는 강아지가 목줄 없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일반적으로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시민 편의를 위해 운영하며, 예방 접종과 동물 등록을 마친 반려견만 입장할 수 있습니다.

    최근 지자체들이 반려견 놀이터 신설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지방선거에서 반려견 놀이터 관련 공약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죠. 문제는 지자체장이 반려견 놀이터를 지으려 해도 번번이 반대 여론에 가로막힌다는 점입니다. 반려견을 기르지 않는 자치구민들의 반대가 거센 탓입니다.

    이들이 반려견 놀이터 신설에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입니다. △모두가 낸 세금을 반려견을 기르는 일부를 위해 쓰는 것은 옳지 않다 △반려견 놀이터가 생기면 치우지 않은 배설물, 개 짖는 소리 등으로 주변이 더럽고 시끄러워질 것이다 △여러 마리 개가 한곳에 모이면 개물림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등이 그것입니다.

    반려견을 기르지 않는 시민들의 반대 이유와 걱정도 일견 이해는 됩니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반려견 놀이터는 강아지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꼭 필요합니다. 따라서 반려견 놀이터가 빈 땅에 울타리를 둘러놓는 수준을 넘어 비반려인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반려견은 분리된 공간에서 신나게 뛰어놀고 비반려인은 캠핑을 하거나 문화 축제를 즐기는 모습! 가능하지 않을까요?

    현재 국무총리 산하 건축공간연구원은 ‘반려동물 양육인구 증가에 대응하는 공간환경 정책 방향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 관련 공공시설 조성에 관한 문제점과 개선점을 파악하고, 그 연구 결과를 토대로 향후 반려동물 관련 시설이 어떻게 만들어져야 할지 제안할 예정입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이런 연구가 제대로 수행된 적이 없는데요. 이번 연구가 성공적으로 진행돼 반려견과 반려견 보호자, 그리고 비반려인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반려견 놀이터가 조성되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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