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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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베팅은 잘못” 한중관계 냉각시킨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누구?

[Who’s Who] 평양과 서울 근무 경험 많아 한국 사정 잘 알아… 과거에도 거친 언행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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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3-06-12 16: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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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 [동아DB]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 [동아DB]

    “한국 정치권과 일부 언론이 싱하이밍(邢海明) 대사가 마음껏 활개 칠 수 있는 판을 깔아줬다. 자기 생각을 전달하고 싶어도 우리 사회가 안 받아주면 가능하겠나. 한국 정치와 언론, 여론 분열이 결과적으로 싱 대사가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의중을 확성기처럼 전파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준 셈이다.”

    중국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A 외교관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최근 발언 논란을 두고 12일 이 같이 평가했다. 한국 정세에 밝은 싱 대사가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노선에 대한 국내 여론 분열을 중국의 대외정책을 선전하는 데 활용했다는 분석이다. A 외교관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사급 외교관의 언행은 본국으로부터 최소한 ‘아웃 라인’을 받기 마련”이라면서 싱 대사의 한국 외교노선에 대한 비판 발언이 개인적 일탈이 아닌, 중국 당국 의향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싱하이밍, 한국 사회 너무나 잘 안다”

    싱 대사는 6월 8일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하는 데 배팅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면서 한국 정부의 외교정책을 비판했다. 그러자 이튿날 외교부는 싱 대사를 초치해 그의 언행이 외교사절의 우호 관계 증진 임무를 규정한 비엔나협약과 외교 관례에 어긋날 뿐 아니라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내정간섭에 해당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외교부도 6월 11일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를 불러 “싱하이밍 대사와 이재명 대표의 교류에 부당한 반응을 보인 것에 심각한 우려와 불판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싱 대사는 중국 외교부의 대표적 ‘한반도통’으로 꼽힌다. “할말 다 하는 스타일”, “한국에서 오래 근무한 인연으로 지인이 많아 한국 사회를 너무나 잘 안다”는 게 그에 대한 외교가의 평이다. 1964년에 태어난 싱 대사는 1986년 중국 외교부에 입부했고 1992년 북한 사리원농업대학을 졸업했다. 북한에서 유학한 경험을 바탕으로 싱 대사는 한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한다. 기존에는 한국어 뉘앙스가 평양 말투와 비슷했으나 서울 근무 경력이 길어지면서 한국 표준어를 쓰고 있다. 싱 대사의 커리어를 살펴보면, 중국 외교부 아주국 근무와 주몽골 중국대사 시절을 제외하면 대부분 경력을 한국과 북한을 오가며 쌓았다. 싱 대사는 1988~1991년, 2006~2008년 두 차례 주북한 중국대사관에서 근무한 데 이어 1992~1995년, 2003~2006년과 2008~2011년 세 차례에 걸쳐 주한국 중국대사관에서 근무했다.

    과거에도 싱 대사는 외교관으로서 정제되지 않은 언행으로 논란을 불렀다. 2010년 5월 당시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장신썬 중국대사에게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대해 “한반도 정세가 매우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데, 중국의 책임 있는 역할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다”고 말하자 공사참사관으로서 배석하던 싱 대사는 한국어로 “이거 너무 심한 것 아닌가”라고 항의하는 결례를 했다. 2004년 5월에는 대만 독립 필요성을 역설하는 천수이볜 대만 총통 취임식에 참석하려던 한국 국회의원들에게 연락해 불참을 압박하기도 했다. 국내외 현안에 대한 싱 대사의 발언 수위는 대사 취임 후 더 강해졌다. 2021년 7월 유력 대선 주자로 주목받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두고 “명백히 우리 주권 영역”이라고 말하자, 싱 대사는 이튿날 같은 언론에 ‘윤석열 인터뷰에 대한 반론’이란 제하 기고에서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한 것은 중국 안보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했고, 중국 인민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반박하고 나섰다.



    일본, 프랑스에서도 中 대사 강경 발언 논란

    일각에선 싱 대사의 행보가 중국 ‘전랑(戰狼) 외교’에 따른 의도적 도발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중국이 미국 등 서방과 불화하면서 중국 외교관들의 발언도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우장하오(吳江浩) 주일본 중국대사는 올해 4월 취임 직후 기자회견에서 “(대만 유사시 일본이 개입하면) 일본 민중이 불길 속으로 끌려들어 갈 것”이라고 말해 구설에 올랐다. 루사예(盧沙野) 주프랑스 중국대사는 같은 달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크림반도는 역사적으로 러시아 영토”, “옛 소련 국가들은 국제법상 유효한 지위가 없다”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두둔했다. 당시 유럽의회 일부 의원들은 “루 대사를 ‘페르소나 논 그라타’(기피인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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