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부터 고려대에 84억 원을 기부한 유휘성 조흥건설 창업자. [동아DB]
평소 “내가 가진 모든 것을 고려대에 주고 싶다”고 말해왔던 유휘성 조흥건설 창업자가 5월 25일 모교 고려대를 찾아 또다시 10억 원을 기부했다. 2011년 신경영관 건립기금 10억 원을 시작으로 그가 현재까지 기부한 금액은 84억 원에 이른다. 2015년에는 운동화 차림으로 고려대를 찾아 10억 원 수표를 발전기금으로 전달했고, 2017년에는 살고 있던 서초구 아파트를 판 돈 24억 원을 고려대 기초과학기금에 기부했다. 2019년과 2020년, 2022년에도 각각 10억 원을 추가 기부했다.
그가 재산을 모교에 기부하기로 결심한 것은 자신의 힘들었던 성장 과정이 이유가 됐다. 1938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7세에 아버지를 여의고,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충북 진천으로 피난을 떠났다. 생계가 어려운 와중에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았던 그는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상경해 1958년 고려대 상과대학 상학과에 입학했다. 대학에 다니는 동안에는 친구 집 등을 전전하며 과외로 학비를 마련했다. 그는 이 시절의 기억 때문에 “돈 벌며 공부하는 일에 시달려 봐서 어렵게 공부하는 젊은이들을 보면 마음이 쓰인다. 그 친구들은 나처럼 살지 않고 경제적 걱정 없이 마음껏 공부하도록 돕고 싶다”고 말해왔다.
힘든 시절 이겨내고 자수성가
그는 1965년 대학 졸업 후 고려수산에서 일하면서 부를 쌓았다. 한국에서 근무지인 남태평양 사모아섬까지 오가려면 배로 왕복 두 달이 걸려 고생도 많이 했지만 그렇게 일하며 번 돈으로 1970년 조흥건설을 창업했다. 이후 그는 건축업, 토목·자재 생산업, 부동산 임대업 등을 하며 수차례 고비를 넘기고 자수성가 사업가로 자리매김하며 부를 일궜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런 삶의 여정에 대해 “돈을 좀 번다고 해서 행복했던 것도 아니고, 후회할 일 만들지 않도록 잔잔하고 꾸준히 장사해 지금까지 온 것”이라고 말했다.‘기부왕’으로 불리는 그는 “도움을 받은 후배들이 나중에 또다시 기부를 하는 선순환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갖고 있다. 또 남은 전 재산 200억 원도 고려대에 기부하기 위한 유언 공증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그는 “미국의 워런 버핏은 세 자식에게 일부만 나눠주고 수십조 원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며 “우리나라도 사회에 환원하는 기부 문화가 더 필요하다“고 소신을 밝혔다
고려대는 그의 어머니와 할머니 성함에 있는 ‘인(仁)’ 자와 그의 이름에 있는 ‘성(星)’ 자를 따 2015년부터 ‘인성기금’을 운영해 오고 있다. 기금은 장학금과 연구비 지원 등에 쓰인다. 그는 2021년 대한민국 고등교육 발전 및 미래인재 육성에 이바지한 공을 인정받아 국민포장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