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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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안정이냐 모험이냐? 섞어찌개냐?

대선 막판 합종연횡 시나리오…살 떨리는 선택의 순간

  • 이종훈 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입력2017-03-31 19: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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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도의 완성이다. 이대로 본선까지 갈 것인가. 아니면 합종연횡이 이뤄질 것인가. 가장 가능성 높은 합종연횡은 무엇일까. 가장 파괴력 강한 합종연횡은 어떤 것일까.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만났을 때 / 가능성 上 파괴력 上

    가능성이 가장 높다. 두 정당은 공통점이 많다. 이념 정체성 면에서 중도개혁을 지향한다는 점도 유사하다. 보수와 진보 양극단의 패권주의에 반대한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없다. 각자 우회전하고 좌회전해 교차로에서 만난 격이다. 그냥 지나칠 것인지, 아니면 합체할 것인지만 남았다. 안철수 후보는 연대에 반대한다. 바른정당도 적폐청산 대상이라는 인식이다.

    반면 호남 출신 국민의당 의원 다수는 긍정적이다. 안 후보의 생각이 이상론이자 원칙론이라면, 호남 출신 의원들의 생각은 현실론이자 실리론이다. 두 당이 처한 객관적 상황은 집권에 절대 불리하다. 국회 의석이 각각 38석과 30석에 불과하다. 두 당 모두 당세가 너무 약하다. 집권해도 여소야대다. 그것도 합쳐서 250석이 넘는 골리앗 야권을 상대로 해야 한다. 솔직히 이 정도면 옴짝달싹 못 할 지경이다. 총리와 장관 인사 청문회 과정에서부터 발목이 잡힐 것이다. 법안 하나도 제대로 통과시키기 힘들 것이다. 예산안은 말할 것도 없다. 불임정권으로 갈 확률이 매우 높다.

    국민도 이런 상황을 모르지 않는다. 그래서 지지에 주저하는 사람도 적잖다. 이런 우려를 불식하는 가장 확실한 길은 합당이다. 68석도 충분하진 않다. 그나마 해볼 만한 정도다. 1단계로 68석을 만들면, 2단계 추가 합류 가능성이 높아진다. 민주당 내 비문(비문재인)계와 자유한국당 내 비박(비박근혜)계의 탈당 및 합류를 유도할 수 있다. 대선 전 여기까지 진도를 빼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대선에서 승리하면 추가 합류 가능성은 한결 높아진다. 당장 대선 승리 확률도 올라간다. 유권자의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파괴력이 가장 큰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뤄지면 민주당도, 자유한국당도 긴장할 것이다. 합당까지 가지 않고 연대, 곧 후보단일화만 해도 단일 후보의 지지율은 상승할 개연성이 높다. 그 결과 민주당 후보 또는 자유한국당 후보와 양강구도를 만들어내면 민주당 또는 자유한국당의 분열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안철수 후보에 이어 유승민 후보도 경선 통과 뒤 자강론을 강조 중이다. 일단 독자적으로 지지율 제고 노력을 하겠다는 뜻이다. ‘선(先)자강-후(後)연대’를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다. 결단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현실성 있는 방식은 국민의당 우산 속으로 바른정당이 들어가는 것이다. 정당 지지율이나 후보 지지율을 고려할 때 그렇다. 안철수 대통령-유승민 국무총리 구도로 동반 유세에 나서면 의외로 파괴력이 클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바른정당과 만났을 때 / 가능성 中 파괴력 下

    민주당과 바른정당이 연대하는 것에 비해 가능성은 다소 낮다. 역시 명분이 달린다.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바른정당을 창당한 이유는 친박(친박근혜) 패권세력 청산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최순실 게이트’에 책임이 있는 친박 8적의 탈당을 요구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그들이 떠난 뒤 새누리당은 인명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하에서 당명을 바꾸고 친박 핵심 정리에도 나섰다. 인 전 비대위장의 초반 공언에도 친박 8적은 자유한국당을 떠나지 않았다. 미약한 징계를 받았을 뿐이다. 탄핵정국에서 친박계는 오히려 목청을 높였고, 친박단체와 연대해 부분적이나마 세를 회복한 상태다.

    이처럼 변할 생각조차 없는 자유한국당과 다시 연대를 한다? 역시 선뜻 내키지 않는 일이다. 차라리 이번 대선을 포기하더라도 그래선 안 된다는 당위론을 거스를 수 없는 것이다. 홍준표 후보가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 뒤 친박계 청산에 나설 것으로 보이긴 한다. 본선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불가피한 일이다. 이것이 성공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연대는 고려해볼 만하다. 그런 점에서 눈여겨볼 것은 김무성 전 대표와 홍준표 후보의 3월 24일 회동이다. 이 회동 직후 인명진 비대위장이 사퇴한 것도 눈길을 끈다. 바른정당과 연대 또는 합당을 염두에 둔 포석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당 지지율도, 대선후보 지지율도 변변치 않은 바른정당이다. 자유한국당도 형편이 좋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둘이 합치면 살림이 다소 피지 않을까 하는 기대인 것이다. 더 아쉬운 쪽은 자유한국당이다. 바른정당은 솔직히 이번 대선 본선에서 패배하거나 심지어 본선 완주를 포기하더라도 잃을 것이 별로 없다. 없는 살림이나마 추슬러가며 2020년 총선을 준비하면 그만이다. 자유한국당과 연대론을 주장하던 유승민 의원이 바른정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뒤 자강론으로 돌아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친박 8적 청산 없이는 연대도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한 것이다.

    친박 8적이 자유한국당을 떠나면 연대를 넘어 합당까지 가능할까. 이것도 세간의 관심사다. 이때도 합당까지는 어려울 것이다. 탈당한 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또한 명분이 달린다. 결국 친박 8적의 자유한국당 탈당을 전제로 한 연대가 최대치다. 실은 이조차 가능할지 의문이다. 버티기로는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친박계 아니던가.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당과 만났을 때 / 가능성 下 파괴력 中

    더불어민주당(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둘로 나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집권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을 것이다. 야권은 대선을 앞두고 언제나 통합을 시도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극복할 방법이 그것밖에 없었던 탓이다.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운동장은 급속히 야권 쪽으로 기울었다. 역전된 것이다. 그럼에도 진보세력 내 표심이 분산된 상태에서는 당선을 장담하기 어렵다. 역시 연대라도 해두는 편이 안전하다.

    문제는 국민의당이 응할 것이냐다. 친문 패권세력 청산을 요구하다 탈당한 그들이다.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친문 패권이 여전하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이런 상태에서 연대한다면 2012년 후보단일화 과정을 되풀이하는 것에 불과하다. 안철수 후보가 다시 양보해야 한다는 얘기다. 아무리 양보가 미덕이라지만 이미 충분히 했다는 것이 안 후보의 생각이다. 이번에는 양보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탈당까지 감행한 터다. 끝까지 완주하려 들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두 정당의 연대 가능성은 매우 낮다. 연대하더라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도 실은 의문이다. 단순 산술로는 그래야 한다.

    하지만 안철수 후보가 다시 문재인 후보에게 양보하는 상황이 왔을 때, 안 후보 지지세력은 2012년 대선 때보다 더 심한 거부감을 보이면서 이탈할 개연성이 높다.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도 친문 패권주의가 논란이다. 안희정 후보와 이재명 후보에 대한 공격이 도를 지나쳐, 경선 이후 두 후보의 지지세력을 온전히 통합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오히려 안 지사를 지지하던 세력이 안철수 후보 지지로 돌아설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안 지사 지지세력까지 더하면 안철수 후보는 더 강해진다. 그런데 연대라니 어불성설이다. 이번에 안철수 후보와 국민의당을 주저앉히려면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은 특단의 양보 카드를 내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런데 각 당 경선 이후 국민여론이 요동쳐 대선 본선이 문재인 대 안철수 양강구도로 짜인다면 이 또한 소용없는 일이 될 것이다.



    김종인이 홍석현과 만났을 때 / 가능성 中 파괴력 下

    김종인 의원과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의 출마 선언이 임박했다. 이를 앞두고 김종인-홍석현-정운찬 회동이 있었다. 각 당 경선과 무관하게 이들은 별도 리그를 준비 중이다. 올드보이 리그다. 이 리그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까지 다시 뛰어들지 모른다. 제 나름 실력이 입증된 올드보이들의 리그가 만들어진다면 국민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기존 리그보다 더 많은 관심을 끌 수 있을까. 쉽지 않을 터다. 이미 실기한 측면이 없지 않다. 대선이 너무 임박했다. 더욱이 각 당 경선이 끝난 뒤다. 경선까지 거친 대선후보들에게 후보단일화를 하자고 드는 것은 무임승차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당연히 받아들일 리 없다.

    결국 별도로 리그를 치러 단일후보를 내는 방법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정당을 창당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제3지대에 국민의당이나 바른정당 말고 또 다른 정당이 하나 더 만들어지는 셈이다. 이런 상태에서 혹시 민주당을 제외한 정당의 지지율이 미미하다면, 제 정당의 대선후보 지지율 또한 상승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면 원샷 통합경선으로 끌고 갈 수는 있을지 모른다. 이 모든 것을 군사 작전하듯 신속하고 정확하게, 아무리 늦어도 4월 중순까지는 끝내야 한다. 그래서 가능성이 낮다. 각 당 경선이 끝나면 국민 대다수는 마음속으로 지지 후보를 확정할 공산이 크다.

    물론 획기적인 이변이 발생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번 대선은 벌써 크게 두 번 요동쳤다. 반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이 첫 번째 계기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불출마 선언이 두 번째 계기다. 벌써 두 차례나 유력 대선주자가 중도 탈락하는 이변이 벌어진 것이다. 사상 초유의 일이다. 앞으로 발생 가능한 천재지변급 이변이라면 대세론 주인공인 문재인 후보와 최근 지지율이 급격하게 회복되는 안철수 후보가 중도 탈락하는 상황이다. 홍준표 후보의 중도 탈락도 보수 표심에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반기문으로부터 시작해 황교안을 거쳐 홍준표까지 연이은 유력 대선주자의 탈락은 보수세력을 거의 패닉 상태로 몰아넣을 것이 분명하다. 요행에 가깝지만 이런 급변사태가 오면 올드보이 리그도 국민적 관심을 끌어모을 수 있을 테다.

    변동성이 큰 시장이다. 누군가는 안전한 투자처를 찾겠지만 또 누군가는 더 모험적인 투자에 나설 것이다. 역대 어떤 대선보다 후보가 넘쳐난다. 결국 합종연횡을 거쳐 컬래버레이션 후보 두세 명으로 압축될 것이다. 누구에게 투자할 것인가. 안정이냐 모험이냐, 섞어찌개냐. 살 떨리는 선택의 순간이 임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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