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광역시
20대 총선에서 국회의원 12명을 선출하는 대구에선 ‘진박’(眞朴·진짜 친박근혜) 후보 논란이 최대 이슈가 되고 있다. 정부 각료와 청와대 수석 출신 등 6명이 출마를 선언한 곳은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을 포함해 유 의원과 가까운 초선의원들의 지역구다. 자칭 ‘진박 연대’ 회동 후 나흘 만에 3선의 박창달(70) 전 의원이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따라서 이번 대구지역 총선은 유 의원을 중심으로 한 현역과 ‘진박 연대’, 새누리당을 탈당한 ‘무소속 연대’ 프레임으로 치러질 개연성이 높아졌다, 여야 맞대결이 예상되는 ‘수성갑’은 예외다.
수성갑, 김부겸 앞서거니 김문수 뒤서거니
대구 수성갑은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여야 거물급 후보가 맞붙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전국적인 관심 지역이 됐다. 17대 총선부터 내리 3선을 한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이 지난해 2월 일찌감치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곳은 새누리당 김문수(65) 전 경기도지사와 더민주당 김부겸(58) 전 의원이 맞붙을 공산이 매우 높다.김문수 전 지사는 지난해 8월 새누리당 수성갑 당협위원장에 선출된 뒤 일찌감치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19대 총선과 2014년 6·4 전국동시지방선거 대구시장 선거에 이어 삼수(三修)에 나서는 김부겸 전 의원은 4년째 수성구 곳곳을 누비고 있다. 김 전 의원은 2014년 대구시장 선거 수성갑에서 50.6%를 득표해 47%에 그친 권영진 당선인(대구시장)을 3.6%p 앞서 이번 총선에 대한 기대가 남다르다.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1월 말까지는 김 전 의원이 김 전 지사를 앞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김문수 전 지사와 새누리당 공천 경쟁을 준비했던 정순천 대구시의회 부의장이 1월 11일 경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김 전 지사의 지지율이 다소 올라가는 분위기다. 매일신문이 1월 19~20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김부겸 전 의원 50.1%, 김 전 지사 37.0%로 두 후보 간 격차가 13.1%p로 줄었다.
김문수 전 지사는 본선까지 지지율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김부겸 전 의원은 끝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다며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2014년 대구시장 선거에서 새누리당 권영진 후보와 막판까지 오차범위 내 접전이라는 분석이 나왔지만, 결과는 15.62%p 차이였다. 대구가 ‘새누리당 텃밭’이라는 점이 김부겸 전 의원으로 하여금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다. ‘대구 정치 1번지’라 부르는 수성갑의 4·13 총선 결과를 예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동구을, 차기 TK지도자냐 자칭 진실한 사람이냐
새누리당 유승민(58) 전 원내대표의 공천 여부가 초미 관심사인 대구 동구을에서는 이번 총선 TK(대구·경북)지역 최대 화두인 ‘배신의 정치’와 ‘진실한 사람’에 대한 공방이 새누리당 경선까지 이어질 태세다. 유 의원에 맞서 이재만(57) 전 대구 동구청장이 지난해 11월 출마를 선언했다. 이 전 구청장은 출마 기자회견에서 경쟁자인 현역 유 의원에 대해 마음이 편치 않다면서도 배신의 정치를 응징하겠다고 돌직구를 날렸다. 유 의원이 지난해 7월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사퇴한 이후 지금까지 동구을 지역민들 사이에선 ‘박근혜 대통령을 배신한 유승민’과 ‘차기 TK 정치지도자 유승민’으로 민심이 크게 갈리면서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반(反)유승민 의원 측을 대표하는 이재만 전 구청장은 이번 선거전에서 배신의 정치와 진실한 사람을 적극 활용하며 ‘박근혜 마케팅’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19일 열린 이 전 구청장 선거사무소 개소식에는 친박계 핵심 인사인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과 이장우 대변인뿐 아니라 유 의원과 지난 4년간 대구에서 의정활동을 함께 했던 조원진 의원까지 찾아 유 의원을 압박했다. 이들 역시 이날 축사를 통해 진실한 사람을 수차례 강조했다.
현재까지 민심은 유승민 의원 쪽으로 좀 더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그러나 새누리당 지지층에서는 이재만 전 구청장이 조금 앞선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반 국민 70%, 당원 30%로 진행되는 새누리당 경선에서 누가 웃을지가 남은 기간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인근 선거구인 대구 동구갑에선 정종섭(59)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출마를 선언하면서 경북고 57회 동기인 새누리당 류성걸(59) 의원과의 공천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유승민 의원도 경북고 57회로, 대구 동구에서 ‘박심(朴心)’이 어떻게 작용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경상북도
선거구 획정 따른 현역의원 간 맞대결
선거구 획정으로 15석에서 2석 정도가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경북은 선거구가 어떻게 조정되느냐가 최대 관심사다. 현재로선 ‘상주’와 ‘군위·의성·청송’, ‘영주’와 ‘문경·예천’의 통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이들 지역구 현역의원 간 맞대결이 예상된다. 물론 새누리당 경선에서 이들이 살아남는다는 전제하에서다.
이 밖에도 심학봉 전 의원의 사퇴로 공석이 된 ‘구미갑’과 불법정치자금 수수와 관련한 검찰 측 소환을 총선 때까지 거부하고 있는 TK 최다선인 이병석(64) 4선 의원의 지역구인 ‘포항북구’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구미갑, 치열한 새누리 예비후보 삼파전
심학봉 전 의원의 사퇴로 구미갑은 무주공산이지만, 예상과 달리 선거 분위기는 좀처럼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야당 후보 없이 새누리당 예비후보만 5명이 선거전에 뛰어들어 발품을 팔고 있지만 유권자들의 관심과 호응은 냉정할 정도로 차갑다. 성추행 혐의를 받았던 심 전 의원이 급기야 뇌물 수수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구속되면서 국회의원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지고, 주민들은 좀처럼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구미갑에는 백승주(55) 전 국방부 차관, 백성태(64) 전 국가정보대학원장, 구자근(49) 전 경북도의원, 채동익(69) 전 구미시 경제통상국장, 황의덕(48) 보스톤치과 원장이 새누리당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선거전에 뛰어든 상황이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 공천 대결을 백 전 차관, 백 전 대학원장, 구 전 도의원의 삼파전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백승주 전 차관의 경우 청와대 낙점과 ‘박심’을 앞세워 열심히 다니고 있지만, 구미을 지역구인 구미 장천면 출신이어서 구미갑과 연고가 부족하다는 것이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심학봉 전 의원도 이 지역이 아닌 포항 출신이었던 점이 백 전 차관에게는 더욱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백 전 차관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국방부 차관으로 부임한 뒤 지난해 말 개각 때 사퇴하고 출마를 선언했다.
백성태 전 대학원장은 지역에서 태어나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구미에서 졸업했지만 대구상고 진학 이후 구미와
사실상 인연을 끊어 유권자들의 관심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에서 31년간 근무해 중앙 인맥을 내세우는 백 전 대학원장은 극동대 경찰행정학과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구자근 전 도의원은 광역의원 사퇴 시한에 맞춰 1월 14일 예비후보 등록을 마쳐 다른 예비후보들에 비해 본격적인 선거운동 시작이 늦었다. 초중고교를 구미에서 졸업하고 구미시의원에 이어 경북도의원 재선을 역임해 인지도 면에서는 매우 유리하지만 공직 출신이 아니라는 점과 2명의 백 예비후보에 비해 스펙이 다소 부족하다는 것이 단점이다. 그 대신 구미고 총동창회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채동익 전 경제통상국장과 황희덕 원장은 영향력과 인지도 면에서 앞선 세 후보에 비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다.
포항북구, 여 1강 3약 이병석 의원이 최대 변수
포항북구는 대혼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국회부의장까지 역임한 4선의 이병석 의원이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았지만 불응한 채 오히려 1월 22일 포항북구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 등록을 하며 초강수를 띄웠다. 여기에 2014년 6·4 포항시장 선거 새누리당 경선에 뛰어들었던 김정재(50·여) 전 서울시의원이 지방선거 직후부터 표심을 다져온 포항남구·울릉을 떠나 포항북구로 지역구를 옮기면서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김 전 서울시의원이 지역구를 옮겨오기 전까지는 박승호(59) 전 포항시장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병석 의원을 앞섰다.영남일보와 대구·포항MBC가 1월 1~2일 새누리당 현역과 예비후보만을 대상으로 공동 실시한 포항북구 여론조사에서 박승호 전 시장의 지지율은 34.9%로, 이병석 의원(17.9%)을 2배 가까운 17%p나 앞섰다. 일찌감치 예비후보 등록을 한 허명환(56) 전 대통령비서실 사회정책행정관과 이창균(57)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자문위원도 각각 15.8%와 15.2%로 만만찮은 지지율을 보였다. 당시만 해도 ‘1강 3약’ 구도였다.
그러나 김정재라는 새로운 인물이 경쟁에 뛰어들면서 새누리당 공천은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포항남구·울릉의 경우 지난해 10월 9~10일 실시한 영남일보 여론조사에서 김정재 전 서울시의원은 26.6% 지지를 받아 새누리당 박명재(69) 현역의원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포항북구는 박승호 전 시장이 한 발짝 앞서 있지만, 지역 정가에선 이병석 의원이 중도사퇴 등으로 물러날 경우 이 의원의 조직과 지지자들이 김 전 서울시의원 쪽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아 박 전 시장과의 한판 승부가 예상되고 있다.
야권 후보도 만만찮다. 더민주당과 정의당에선 각각 현역 경북도당위원장인 오중기(49), 박창호(50) 예비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두 예비후보 모두 2014년 6·4 경북도지사 선거에 출마했다. 당시 오 위원장과 박 위원장은 포항북구에서 각각 18.28%와 4.57% 득표율을 기록했다.
※ 여론조사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