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직장인들의 주요 관심사는 단연 연말정산이다. 올해도 ‘별 볼일 없다’며 아쉬워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누군가는 가상으로 돌려본 연말정산 환급금에 회심의 미소를 지을지도 모른다. 정산 신고 절차는 3월 10일 마무리되지만월급쟁이는 대부분 1월 말 사내 시스템을 이용해 일괄적으로 정산 입력을 완료했다. 먼저 말해두지만, 올해 큰 소득이 없었다고 실망할 필요는 전혀 없다. 연말정산은 해마다 돌아오고 오히려 올해 놓친 혜택들이 득이 돼 돌아올 수도 있다. 금융상품은 끊임없이 생겨나니 말이다.
지난해 12월에는 IRP(개인형 퇴직연금) 가입 열풍이 금융권을 휩쓸었다. IRP를 활용한 은퇴 준비는 최대 300만 원까지 추가된 세액공제 혜택 때문이었는데, 그 결과 IRP 계좌의 추가 적립금 규모 역시 전 분기에 비해 186%나 급증했다. 그런데 이처럼 매년 되풀이되는 현상을 지켜보는 마음은 그리 유쾌하지 않다. 해마다 8월 첫 주는 더위가 절정에 이른다. 에어컨 대리점을 하는 지인도 항상 그때만 되면 밀려드는 주문 전화 때문에 정신이 없다. 그런데 에어컨을 주문하는 손님들이 한결같이 덧붙이는 두 가지 ‘부탁’이 있다고 한다. “빨리 설치해주세요”와 “좀 싸게 해주세요”다. 그 상황에서는 빨리 설치해줄 수도, 싸게 해줄 수도 없다. 오히려 더 오래 기다려야 하고 더 비싼 가격을 부담해야 한다.
IRP만 해도 세액공제 추가 한도인 300만 원을 한꺼번에 몰아넣을 수는 있지만 그렇게 적립한 돈을 쉽게 인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연금저축도 마찬가지다. 당장 급히 찾아야 할 경우에는 그때까지 공제받은 환급금을 다 토해내야 할 뿐 아니라 상품에 따라 추가적인 손해도 감수해야 한다. 물론 가입 기간에 따라 다르지만 어쨌든 IRP나 연금저축같이 은퇴 목적의 상품에 가입할 땐 미리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이것저것 잘 따져봐야 한다. 그런데 금융회사의 유혹과 연말정산에 쫓겨 정신없이 가입하다 보면 후유증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마치 웃돈까지 주면서 급하게 설치한 에어컨이 이튿날부터 말썽을 피우는 것처럼.
더 아이러니한 것은, 온갖 전투적인 자세로 소득세 환급률을 조금이라도 더 높이는 데 성공했다고 치자. 그렇게 애써 환급받은 세금이 다음 달 급여통장에 들어오기가 무섭게 어딘가로 사라져버리는 현상은 또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러니 애초 계획이란 게 존재하지 않았던 직장인에게 연말정산은 13월의 보너스가 아니라 평소 나쁜 습관을 잠시 잊게 만드는 중독성 강한 마취제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필자는 당장의 연말정산을 위해 뭔가를 저지르려는 직장인에게 이번에는 마음을 비울 것을 권한다. 차라리 1년 뒤 또다시 닥칠 연말정산을 위해 지금부터 자신의 소득과 부채, 그리고 저축과 지출을 비롯한 재정 상태를 분석하고 그 장단점을 파악한 다음, 앞으로의 계획에 맞춰 정말 필요한 상품들을 찾아 가입하는 것이 훨씬 유익하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 12월까지 재형저축과 소장펀드에 연간 한도를 가득 채워 각각 1200만 원, 600만 원까지 납부했다면 연간 납부 한도가 2000만 원인 ISA를 이용해 투자할 수 있는 잔여 금액은 연간 200만 원에 불과하다. 또한 재형저축이 가입 후 7년, 소장펀드가 가입 후 5년이라는 의무 기간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ISA의 의무 유지 기간 5년 또는 3년(연간 소득금액에 따라 달라짐)과 기간이 겹치기 때문에 ISA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사실상 사라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ISA가 직장인에게 얼마나 유리할지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그래도 필자는 ISA를 통한 수익금 가운데 비과세 한도 금액인 200만 원 혹은 250만 원보다 그 이상의 수익금에 대해 9.9% 분리과세를 적용한다는 점에 더 주목한다), 그런 제도 자체를 제대로 이용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은 마치 법적으로 허용된 교체선수 카드를 전반전에 모두 사용한 후 더 치열한 후반전을 초조하게 지켜봐야 하는 성질 급한 축구감독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지난해 가입이 종료됐거나 소득공제를 목적으로 이런저런 상품에 서둘러 가입했던 사람은 올해부터 더 치열하게 전개될 ‘쩐의 전쟁’에서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훨씬 줄어든 셈이다. 반대로 금융회사들의 온갖 유혹을 물리치고 새해를 맞이한 사람은 오히려 더 느긋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을 수도 있다.
연말정산은 단지 한 번 급여통장에 영향을 끼치지만, 지금부터의 전쟁은 평생 동안 통장을 지배할 것이다. 그러니 공부하자. 모르면 당한다. 첫째, 매주 한 번은 경제방송을 듣자. 팟캐스트나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 등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가볍게 들을 수 있는 인터넷방송은 널려 있다. 둘째,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느긋하게 앉아 경제신문이나 신문 경제란을 훑어보자. 반드시 종이신문을 고집하는 이유는 개인용 컴퓨터(PC)나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나도 모르게 다른 화면으로 공간 이동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셋째, 분기에 한 번 정도는 재테크 세미나에 참석해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자.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 일 년에 하루는 머니데이(money day)를 정해두고 자신의 재정 상태를 점검하면서 1년 전 세웠던 계획과 현재까지 결과를 비교하며 투자 전략 및 전체적인 포트폴리오를 검토해보자.
※ 김광주는 독립재정컨설턴트로 은행, 증권, 보험 및 부동산을 망라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금융 관련 팟캐스트 ‘그 월급에 잠이 와’ 진행자이며, 저서로는 ‘평범한 월급쟁이를 부자로 만드는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그 월급에 잠이 와?’ 등이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IRP(개인형 퇴직연금) 가입 열풍이 금융권을 휩쓸었다. IRP를 활용한 은퇴 준비는 최대 300만 원까지 추가된 세액공제 혜택 때문이었는데, 그 결과 IRP 계좌의 추가 적립금 규모 역시 전 분기에 비해 186%나 급증했다. 그런데 이처럼 매년 되풀이되는 현상을 지켜보는 마음은 그리 유쾌하지 않다. 해마다 8월 첫 주는 더위가 절정에 이른다. 에어컨 대리점을 하는 지인도 항상 그때만 되면 밀려드는 주문 전화 때문에 정신이 없다. 그런데 에어컨을 주문하는 손님들이 한결같이 덧붙이는 두 가지 ‘부탁’이 있다고 한다. “빨리 설치해주세요”와 “좀 싸게 해주세요”다. 그 상황에서는 빨리 설치해줄 수도, 싸게 해줄 수도 없다. 오히려 더 오래 기다려야 하고 더 비싼 가격을 부담해야 한다.
연말정산에 쫓겨 가입했다 손해 볼 수도
연말이 닥쳐서야 연말정산을 준비하는 직장인과 여름 성수기에 에어컨을 주문하는 사람의 공통점은 ‘잘해야 본전’이라는 것이다. 생각대로 좋은 결과가 나오기 쉽지 않을뿐더러 자칫 ‘바가지’나 쓰지 않으면 다행이란 소리다. 규모 있게 쓰지 못한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를 공제 한도를 따져가며 한꺼번에 몰아쓰기도 곤란하고, 부양가족 공제 수를 늘리기 위해 따로 사는 노부모를 부양가족에 올리는 일도 쉽지 않다. 그러다 연말정산 대상자인 다른 형제자매와 갈등을 겪는 일도 허다하다. 최악의 바가지는 연말정산 시즌을 노리는 금융회사들의 마케팅에 당하는 것이다.IRP만 해도 세액공제 추가 한도인 300만 원을 한꺼번에 몰아넣을 수는 있지만 그렇게 적립한 돈을 쉽게 인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연금저축도 마찬가지다. 당장 급히 찾아야 할 경우에는 그때까지 공제받은 환급금을 다 토해내야 할 뿐 아니라 상품에 따라 추가적인 손해도 감수해야 한다. 물론 가입 기간에 따라 다르지만 어쨌든 IRP나 연금저축같이 은퇴 목적의 상품에 가입할 땐 미리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이것저것 잘 따져봐야 한다. 그런데 금융회사의 유혹과 연말정산에 쫓겨 정신없이 가입하다 보면 후유증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마치 웃돈까지 주면서 급하게 설치한 에어컨이 이튿날부터 말썽을 피우는 것처럼.
더 아이러니한 것은, 온갖 전투적인 자세로 소득세 환급률을 조금이라도 더 높이는 데 성공했다고 치자. 그렇게 애써 환급받은 세금이 다음 달 급여통장에 들어오기가 무섭게 어딘가로 사라져버리는 현상은 또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러니 애초 계획이란 게 존재하지 않았던 직장인에게 연말정산은 13월의 보너스가 아니라 평소 나쁜 습관을 잠시 잊게 만드는 중독성 강한 마취제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필자는 당장의 연말정산을 위해 뭔가를 저지르려는 직장인에게 이번에는 마음을 비울 것을 권한다. 차라리 1년 뒤 또다시 닥칠 연말정산을 위해 지금부터 자신의 소득과 부채, 그리고 저축과 지출을 비롯한 재정 상태를 분석하고 그 장단점을 파악한 다음, 앞으로의 계획에 맞춰 정말 필요한 상품들을 찾아 가입하는 것이 훨씬 유익하다고 설명한다.
올해엔 비과세해외펀드제도, ISA 노려야
특히 올해는 제대로 알아보는 일이 그 어느 해보다 중요해졌다. 예컨대 조만간 시행 예정인 비과세해외펀드제도나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등과 같이 새로운 제도와 정책이 계속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예컨대 3000만 원 한도로 2017년 말까지만 가입할 수 있는 비과세해외펀드제도를 이용하려면 그만큼의 월 현금 흐름이나 투자 자금을 확보하고 있어야 하고, ISA를 이용해 투자할 수 있는 연간 납부 한도 금액 역시 2015년 12월 31일자로 가입 시한이 종료된 재형저축(근로자재산형성저축)이나 소장펀드(소득공제장기펀드)와 통합 적용되기 때문에 자칫 ISA를 이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예를 들어 지난해 12월까지 재형저축과 소장펀드에 연간 한도를 가득 채워 각각 1200만 원, 600만 원까지 납부했다면 연간 납부 한도가 2000만 원인 ISA를 이용해 투자할 수 있는 잔여 금액은 연간 200만 원에 불과하다. 또한 재형저축이 가입 후 7년, 소장펀드가 가입 후 5년이라는 의무 기간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ISA의 의무 유지 기간 5년 또는 3년(연간 소득금액에 따라 달라짐)과 기간이 겹치기 때문에 ISA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사실상 사라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ISA가 직장인에게 얼마나 유리할지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그래도 필자는 ISA를 통한 수익금 가운데 비과세 한도 금액인 200만 원 혹은 250만 원보다 그 이상의 수익금에 대해 9.9% 분리과세를 적용한다는 점에 더 주목한다), 그런 제도 자체를 제대로 이용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은 마치 법적으로 허용된 교체선수 카드를 전반전에 모두 사용한 후 더 치열한 후반전을 초조하게 지켜봐야 하는 성질 급한 축구감독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지난해 가입이 종료됐거나 소득공제를 목적으로 이런저런 상품에 서둘러 가입했던 사람은 올해부터 더 치열하게 전개될 ‘쩐의 전쟁’에서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훨씬 줄어든 셈이다. 반대로 금융회사들의 온갖 유혹을 물리치고 새해를 맞이한 사람은 오히려 더 느긋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을 수도 있다.
연말정산은 단지 한 번 급여통장에 영향을 끼치지만, 지금부터의 전쟁은 평생 동안 통장을 지배할 것이다. 그러니 공부하자. 모르면 당한다. 첫째, 매주 한 번은 경제방송을 듣자. 팟캐스트나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 등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가볍게 들을 수 있는 인터넷방송은 널려 있다. 둘째,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느긋하게 앉아 경제신문이나 신문 경제란을 훑어보자. 반드시 종이신문을 고집하는 이유는 개인용 컴퓨터(PC)나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나도 모르게 다른 화면으로 공간 이동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셋째, 분기에 한 번 정도는 재테크 세미나에 참석해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자.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 일 년에 하루는 머니데이(money day)를 정해두고 자신의 재정 상태를 점검하면서 1년 전 세웠던 계획과 현재까지 결과를 비교하며 투자 전략 및 전체적인 포트폴리오를 검토해보자.
※ 김광주는 독립재정컨설턴트로 은행, 증권, 보험 및 부동산을 망라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금융 관련 팟캐스트 ‘그 월급에 잠이 와’ 진행자이며, 저서로는 ‘평범한 월급쟁이를 부자로 만드는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그 월급에 잠이 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