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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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비용 부담 커 적자 ‘눈덩이’

  •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입력2002-11-20 13: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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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기비용 부담 커 적자 ‘눈덩이’

    국내 스키장들은 리프트나 제설기 도입에 따른 막대한 렌털 비용을 감당하느라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국내 스키장 11개 중 7개 스키장이 지난해 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 실적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스키장들은 저마다 흑자 전환을 내세우며 경영 실적 공개를 꺼려왔다. 국내 스키장들의 이 같은 경영 실적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10월, 11개 스키장 사업자의 리프트 요금 담합 행위에 대해 과징금을 물리기 위해 심사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국내 스키장 중 공시 의무가 있는 상장사는 현대성우리조트를 운영하는 현대시멘트 한 곳밖에 없다.

    11개 스키장 사업자의 지난 3년간 경영 현황을 분석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대명비발디 알프스리조트 사조수안보스키리조트 지산리조트 등 4개 스키장이 자본 잠식 상태에 빠져있으며, 그나마 지난해 당기 순이익 기준 흑자를 내고 있는 스키장은 천마산스키장(491억원)과 베어스타운(62억원), 양지파인리조트(16억원), 지산리조트(2억원) 등 네 곳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키장별 적자 규모를 보면 무주리조트 490억원, 용평 185억원, 현대성우 70억원, 대명 68억원, 알프스 23억원, 휘닉스파크 16억원, 사조 1억8000만원 등이다. 대부분의 스키장은 최근 2∼3년간 스키장 이용객 증가에 따라 적자 규모를 줄여나가고 있으나 흑자 전환에는 역부족인 상황.

    공정위는 10월 전국 12개 스키장 가운데 11곳이 서로 짜고 리프트 사용 요금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며 해당 스키장들에 6억2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들 스키장은 2000∼2002년 스키장 요금을 결정하면서 사전에 판촉 책임자 회의와 스키장 대표자 회의를 통해 리프트 요금 인상률, 시즌권 판매가격, 할인폭, 판매시기 등을 사전에 합의했다는 것. 그러나 당시 공정위가 11개 스키장에 부과한 6억원대의 과징금은 스키장 업계의 경영난을 감안해 상당히 경감된 액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키장들이 이렇게 적자에 허덕이는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에 대한 부담과 금융 비용 때문이다. 국내 스키장에서 운영하는 제설기는 대부분 캐나다 일본 등으로부터 수입해 사용하고 있는 실정. 지산리조트 관계자는 “제설기와 리프트를 대여해 사용하는 데 따른 렌털비만도 매달 3∼4억원 정도 나가다 보니 영업이익에서 렌털 비용을 제외하면 남는 게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1995년 개장한 휘닉스파크 관계자는 “최근 시즌권 가격 결정을 둘러싼 스키 동호회와 스키장 업계의 갈등도 따지고 보면 스키장이 만성적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스키장들이 가격 인상 요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IMF 이후 사실상 가격을 동결하고 있다가 인상요인을 한꺼번에 가격에 반영하면서 스키어들의 반발에 부딪혔다는 것. 전국의 스키장들은 올해 스키시즌 본격 개막을 앞두고 지난해에 비해 시즌권 가격을 평균 15∼20% 인상했고 이에 따라 스키 동호회원들이 중심이 돼 불매운동을 선언하는 등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전국의 12개 스키장 중 그나마 흑자를 내고 있는 곳은 서울 인근에서 당일 스키가 가능한 스키장들이다. 서울지역 스키어들을 대상으로 1박2일 코스로 운영하고 있는 강원도 지역 스키장들은 대부분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 콘도미니엄 역시 비수기에도 서비스 인력을 가동할 수밖에 없다는 점 때문에 만성적인 적자 구조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스키장 관계자들은 지금으로서는 골프장과 함께 운영하는 스키장이 그나마 적자 폭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LG강촌리조트 김세환 부장은 “사실상 리조트 수입의 대부분은 골프회원권 분양과 콘도 분양 수익으로 구성되어 있어 스키장 운영만을 통한 수익은 별로 기대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 개장하는 LG강촌리조트의 경우도 초기 투자 비용이 1600억원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 LG측은 현재 220실 규모로 운영하고 있는 콘도 외에 330실 규모의 제2콘도를 내년 착공 후 분양해 오는 2005년부터는 흑자 전환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계획을 보더라도 스키장만으로 영업이익을 내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초기비용 부담 커 적자 ‘눈덩이’

    스키장들은 올해 스키 이용객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스키 장비를 보강하는 등 시설 투자를 확대해왔다.

    스키장 개장에 따른 초기비용으로 1000억원을 투자했다고 할 때 금융 비용으로만 70∼80억원이 나가는 마당에 100∼200억원의 연매출로는 영업이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LG강촌리조트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70억원. 결국 이 정도 매출로는 은행 이자를 감당하기도 벅차다는 이야기다.

    스키장들은 만성적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부문별 특화 전략으로 대응해 나가고 있다. ㈜보광이 건설한 휘닉스파크는 고급화 전략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해온 경우. 지난해 강원도 4개 스키장의 평균 객단가(客單價)를 들여다보면 휘닉스파크가 어떤 전략을 써왔는지를 알 수 있다. 휘닉스파크의 지난해 객단가는 6만1500원으로 98∼99 시즌을 제외하고는 강원도 지역 4개 스키장 중 줄곧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초기투자에 4000억원을 들였을 정도로 고급 시설을 지어 숙박이나 식음료 등 모든 부대 서비스도 다른 스키장에 비해 10% 이상 높은 금액을 적용하고 있다. 보광휘닉스 관계자는 “다른 스키장에 비해 초기 투자 비용이 큰 만큼 고급화 전략을 통해 고객들의 요구에 맞춰나간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올해 처음 개장하는 LG강촌리조트는 무료 강습 프로그램으로 고객 유치에 나서 올해 이용객 수를 강원도 내 기존 스키장의 70% 수준인 30만명까지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그렇다면 대기업들은 왜 돈도 되지 않는 스키장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가장 큰 원인으로 콘도 가동률을 높여 적자폭을 줄여야 한다는 절박한 입장을 꼽는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서천범 소장은 “기업들 입장에서는 주5일 근무제 도입에 맞춰 콘도 가동률을 더욱 높일 필요가 있는 데다 자금 흐름상 단기자금을 확보하는 데 스키장 운영이 적지 않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만성적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매력적 사업의 하나”라고 말했다.

    초기비용 부담 커 적자 ‘눈덩이’
    한편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용평, 휘닉스파크, 현대성우, 대명비발디파크 등 강원도 4개 스키장의 평균 매출액은 주5일 근무제 실시에 따른 휴일 수 증가와 시즌권 가격 인상 등으로 지난해보다 10% 증가한 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시즌의 4개 스키장 평균 매출액은 228억원 수준. 또 스키 인구 또한 98년 이후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올 시즌 스키장 이용객 수는 주5일 근무제의 부분 실시와 신규 스키장 개장 등에 힘입어 지난 시즌보다 8.7% 증가한 413만명으로 사상 최고 수준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스키장 리프트 앞에 늘어선 줄이 한없이 길어진다고 해서 당장 국내 스키장들이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설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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