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23

2008.02.19

여전한 기계적 훈련 반복 한국축구 제 갈 길 가나

  • 축구 칼럼니스트 prague@naver.com

    입력2008-02-11 11: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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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전한 기계적 훈련 반복 한국축구 제 갈 길 가나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 진출을 목표로 출범한 허정무호.

    “한국 학생들은 두 번 놀라게 한다. 과제곡을 완벽하게 소화할 때 놀라고, 그 곡 외에는 신통치 않다는 점에 또 한 번 놀란다.”

    우리 음악계에 이런 씁쓸한 농담이 유행한 적이 있다. 외국의 유명 콩쿠르에 도전하는 유망주들은 수년에 걸쳐 레슨을 받으며 과제곡을 연마한다. 외국 심사위원들은 한 치의 빈틈도 없이 과제곡을 소화하는 한국의 유망주들을 ‘신동’으로 반긴다. 그러나 좀더 자유롭고 유연하게 자신의 감정과 해석을 가미하는 연주에서는 아주 다른 평가가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지금 한국 축구는 분기점에 놓여 있다. 신임 허정무 감독은 ‘강도 높은 훈련 프로그램’으로 ‘악명’ 높다. 최근 대한축구협회는 대표팀 ‘생활 수칙’을 마련해 파주트레이닝센터 숙소에 걸기도 했다. 그런데 치열한 경쟁을 뚫고 대표팀에 선발된 ‘성인’ 선수들에게 ‘수칙 액자’를 만들어 걸도록 한 것이 효과적인지는 의문이다.

    물론 축구 선진국인 유럽에서도 선수가 반드시 지켜야 할 조항들이 있다. 최고의 ‘프로’ 세계이기 때문에 구단과 에이전트가 꼼꼼한 수칙을 마련한다. ‘스키를 타지 않는다’ ‘오토매틱 차량만 운전한다’ 등의 조항은 우리처럼 ‘규율 확립’ 같은 기강 차원이 아니라 천문학적 연봉의 선수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정신력과 기술’은 이분법적으로 접근할 수 없다. 그러나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팀의 성격과 지향점이 달라지게 된다.



    창의력 개발, 신선한 프로그램 개발 시급

    허 감독은 ‘2007 대한축구협회지도자 세미나’에서 “체력과 정신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기술을 발휘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나는 한국인이라는 철저한 국가관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홍명보 코치는 어느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신력과 체력을 강조하는 축구를 해서는 국제무대에서 희망이 없다”며 “기술과 전술을 강조해 플레이다운 플레이를 하는 축구를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다. 이에 허 감독은 “굳이 더 중요한 덕목을 꼽으라면 체력과 정신력”이라고 되받았다.

    어느 쪽도 가벼이 할 수 없는 문제인데, 부산아이파크를 맡게 된 황선홍 감독은 흥미로운 해답을 제시한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철저한 프로 의식. 프로라면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프로로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황 감독은 “비시즌 기간에 가족여행을 떠나 쉬면서 스스로를 되돌아본 결과 다음 시즌에 득점왕을 차지했다”며 경험담을 들려줬다. 그는 중요한 경기가 열리기 전날 밤에는 홀로 눈을 감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반복하면서 골 장면을 상상했다. 이처럼 선수 스스로 창의와 상상의 힘을 길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협회와 각급 대표팀은 이 같은 신선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기계적인 훈련 프로그램의 반복만으로는 세상을 놀라게 하기 어려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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