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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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로 지은 밥 몸에 좋을까요?

  •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blog.naver.com/foodi2

    입력2012-07-09 09: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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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수로 지은 밥 몸에 좋을까요?

    약수가 약이 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음식을 맛있게 만들어주는 물은 아니다.

    술 빚는 이에게 물었다. “술맛을 내는 데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요?” 그는 좋은 쌀과 누룩, 적절한 온도 등에 대해 설명하다 마지막에 이 말을 했다. “그 모든 것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게 있다면, 물이죠. 술에 가장 많이 들어 있는 게 물이잖아요.”

    술뿐이겠는가. 음식할 때도 물은 반드시 필요하다. 조리된 상태로 봐도 음식에는 상당량의 물이 들어 있다. 그러니 음식맛에 물은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우리는 음식할 때 물맛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그 까닭은 여럿일 텐데, 그중에서도 특히 “한반도는 물이 좋다”는 신화가 작용한 것이 아닌가 싶다. 세계의 물 사정을 들어보면 석회질과 철분 등 각종 무기물이 많아 그냥 마시기에 버거운 지역이 많다고 한다. 한반도의 물이 이들 지역에 비해 나은 것은 맞겠지만 “한반도는 물이 좋다”고까지 확대해 말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무기물 등 불순물이 적어 마시기에 거북하지 않다”는 정도가 바른 표현일 것이다.

    언젠가 일본 메밀국수 장인이 한국에 와서 시연한 적이 있는데, 그 자리에 참석했던 사람이 필자에게 말을 전했다. 메밀을 반죽하기 전 그 장인은 물맛부터 보더라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의 물은 세네요”라고 하더란다. 이 물로는 메밀 반죽이 만족스럽게 나오지 않으리라는 표현이었다. 메밀국수 시연장은 최상의 조리시설과 재료 등을 갖춘 상태였을 텐데, 일본 장인이 그런 말을 했다는 사실이 다소 놀라웠다. 필자에게 말을 전하는 이에게 “거기엔 연수기가 없었나 보네” 하고 말았다.

    한반도의 물은 대체로 마시기에 거북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요리하기에 딱 좋은 물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일본 메밀국수 장인이 말한 바와 같이 한반도의 물은 센 경우가 많다. 과학 시간에 배웠을 것이다. 물에는 센물(경수)과 단물(연수)이 있다는 것을. 물에 칼슘이온이나 마그네슘이온이 많이 들었으면 센물이고, 이 두 성분이 적거나 없으면 단물이다. 과학 교과서는 단물에서는 비누가 잘 풀리고 센물에서는 잘 풀리지 않는다는 정도의 지식을 전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단물과 센물은 음식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단물은 음식맛을 좋게 하고 센물은 음식맛을 나쁘게 할 수도 있다.

    단물이 특정 성질을 지녀 음식맛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칼슘이온과 마그네슘이온이 적거나 없으니 음식이 이 두 성분의 영향을 받지 않아 맛이 좋아질 뿐이다. 그러니까 센물의 칼슘이온과 마그네슘이온이 음식맛을 좋지 않게 하는 불순물로 작용하는 것이다. 물은 물 자체여야 음식을 하는 데 가장 이상적이라는 의미다.



    여름이면 계곡에 약수를 마시러 가는 이가 많다. 물이 약이 되는지 어떤지는 알 수 없으나, 약수 대부분은 음식을 하기에 좋은 물이라 할 수 없다. 물 안에 무기물이 너무 많아 쓰고 떫고 비린 맛을 내기 때문이다. 이 약수로 밥이며 닭백숙을 해놓고 맛있다고 한다. 하지만 약수가 몸에 좋다 하니 그 음식이 맛있다고 착각할 뿐이다. 물은 그냥 물일 때가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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