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겠지? 그럼 이번 한 주도 열심히 해봅시다!”
부하직원들 사이에서 꼬인 업무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회의실을 나온 방 과장. 화장실에 다녀와 자리에 앉았는데, 사무실 분위기가 어쩐지 어색하다.
“무슨 문제 있어?”
방 과장의 질문에 유 대리가 쭈뼛거리다 입을 연다.
“과장님, 보고서는 김 대리가 쓰는 거죠?”
“보고서 마무리는 유 대리가 하는 거 아닌가요?”
곧바로 이어지는 김 대리의 질문. 회의 끝나자마자 딴소리하는 팀원을 보니 방 과장은 한숨이 나온다.
“보고서 마무리까지는 유 대리, 그다음부터 김 대리가 하기로 했잖아. 안 되겠다, 다시 모여봐.”
답답한 마음에 다시 팀원을 불러 업무를 정리하는 방 과장. 그의 지시에 팀원은 ‘어김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방 과장은 궁금하다. 이들은 정말 본인이 해야 할 일을 정확하게 이해한 걸까. 방 과장의 의심, 어떻게 해야 없앨 수 있을까.
영국 국민의료서비스(NHS)는 큰 골칫거리를 안고 있었다. 진료 예약 후 나타나지 않는 환자가 연 600만 명 이상이었던 것. 영국 정부는 이 때문에 8억 파운드, 우리 돈으로 1조4000억 원 정도의 예산을 낭비하고 있었다. 고민 끝에 NHS는 병원들과 협업해 세 가지를 바꿨다. 첫째, 예약할 때 병원 담당자가 일방적으로 날짜와 시간을 공지하지 않고, 환자가 직접 예약 날짜를 말하도록 했다. 사람들에겐 자신이 말한 것을 지키고자 하는 ‘일관성’에 대한 욕구가 있다는 점을 활용한 방법이었다. 아주 간단한 방법이지만 이 작은 변화를 통해 예약 취소율을 6.7% 줄일 수 있었다.
NHS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갔다. 예약 카드에 환자 본인이 ‘직접’ 예약 날짜와 시간을 적도록 했다. ‘말’이 아닌 ‘글’을 활용해 일관성의 효과를 더 높인 것이다. 이 방법을 통해 예약 취소율이 18% 감소했다.
마지막으로 선택한 방법은 ‘사회적 증거의 법칙’을 활용한 것이었다(‘주간동아’ 841호 참조). 예약 취소율이 높아 골치가 아팠던 영국 진료소들은 지금까지 예약 취소율의 수치를 포스터 형식으로 만들어 병원 벽에 붙여뒀다. 사람들에게 높은 취소율을 알려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자 했던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 포스터를 본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취소율이 저렇게 높아? 그럼 나도 다른 일이 생겼을 때 예약을 취소해도 별문제가 없겠네’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를 바로잡으려고 병원에선 ‘약속을 지키는 사람의 비율’을 표기하는 것으로 바꿨다. ‘부정적 집단’이 아닌, 병원이 원하는 ‘긍정적 집단’에 대한 동조 효과를 만들려는 방법이었다. 이를 통해 예약 취소율을 31.4% 줄일 수 있었다. NHS는 이 방법을 모든 진료소에서 활용하면 연간 의사 472명을 고용하는 것과 맞먹는 경제적 효과가 있으리라고 밝혔다.
그럼 이 방법을 조직에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많은 리더가 회의를 하거나 업무 지시를 한 후 일방적으로 끝낸다. 하지만 일을 시킨 리더의 생각과 지시를 받은 부하직원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이 생각의 차이를 줄이려면 부하직원 스스로 ‘말’하거나 ‘글’로 쓰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본인의 업무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은 물론, 자기 자신과 ‘무언의 약속’을 하는 것이다. 현재 팀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진행 비율을 시각화해 제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현재 우리 조직에서 하는 일이 얼마나 잘 진행되는지 보여줌으로써 조직 내에 ‘성공 에너지’를 확산시킬 수 있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건 어렵다. 하지만 사람은 ‘작은’ 자극 하나에 쉽게 변하기도 한다. 리더가 그 작은 자극을 만들어주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따라, 성공한 팀과 그저 그런 팀으로 나뉘는 ‘큰 차이’가 생긴다. 당신은 어떤 리더인가.
* 문제 해결을 위한 맞춤형 기업교육 전문기관인 휴먼솔루션그룹 R·D 센터장으로, 기업의 협상력 향상과 갈등 해결을 돕는다.
부하직원들 사이에서 꼬인 업무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회의실을 나온 방 과장. 화장실에 다녀와 자리에 앉았는데, 사무실 분위기가 어쩐지 어색하다.
“무슨 문제 있어?”
방 과장의 질문에 유 대리가 쭈뼛거리다 입을 연다.
“과장님, 보고서는 김 대리가 쓰는 거죠?”
“보고서 마무리는 유 대리가 하는 거 아닌가요?”
곧바로 이어지는 김 대리의 질문. 회의 끝나자마자 딴소리하는 팀원을 보니 방 과장은 한숨이 나온다.
“보고서 마무리까지는 유 대리, 그다음부터 김 대리가 하기로 했잖아. 안 되겠다, 다시 모여봐.”
답답한 마음에 다시 팀원을 불러 업무를 정리하는 방 과장. 그의 지시에 팀원은 ‘어김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방 과장은 궁금하다. 이들은 정말 본인이 해야 할 일을 정확하게 이해한 걸까. 방 과장의 의심, 어떻게 해야 없앨 수 있을까.
영국 국민의료서비스(NHS)는 큰 골칫거리를 안고 있었다. 진료 예약 후 나타나지 않는 환자가 연 600만 명 이상이었던 것. 영국 정부는 이 때문에 8억 파운드, 우리 돈으로 1조4000억 원 정도의 예산을 낭비하고 있었다. 고민 끝에 NHS는 병원들과 협업해 세 가지를 바꿨다. 첫째, 예약할 때 병원 담당자가 일방적으로 날짜와 시간을 공지하지 않고, 환자가 직접 예약 날짜를 말하도록 했다. 사람들에겐 자신이 말한 것을 지키고자 하는 ‘일관성’에 대한 욕구가 있다는 점을 활용한 방법이었다. 아주 간단한 방법이지만 이 작은 변화를 통해 예약 취소율을 6.7% 줄일 수 있었다.
NHS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갔다. 예약 카드에 환자 본인이 ‘직접’ 예약 날짜와 시간을 적도록 했다. ‘말’이 아닌 ‘글’을 활용해 일관성의 효과를 더 높인 것이다. 이 방법을 통해 예약 취소율이 18% 감소했다.
마지막으로 선택한 방법은 ‘사회적 증거의 법칙’을 활용한 것이었다(‘주간동아’ 841호 참조). 예약 취소율이 높아 골치가 아팠던 영국 진료소들은 지금까지 예약 취소율의 수치를 포스터 형식으로 만들어 병원 벽에 붙여뒀다. 사람들에게 높은 취소율을 알려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자 했던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 포스터를 본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취소율이 저렇게 높아? 그럼 나도 다른 일이 생겼을 때 예약을 취소해도 별문제가 없겠네’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를 바로잡으려고 병원에선 ‘약속을 지키는 사람의 비율’을 표기하는 것으로 바꿨다. ‘부정적 집단’이 아닌, 병원이 원하는 ‘긍정적 집단’에 대한 동조 효과를 만들려는 방법이었다. 이를 통해 예약 취소율을 31.4% 줄일 수 있었다. NHS는 이 방법을 모든 진료소에서 활용하면 연간 의사 472명을 고용하는 것과 맞먹는 경제적 효과가 있으리라고 밝혔다.
그럼 이 방법을 조직에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많은 리더가 회의를 하거나 업무 지시를 한 후 일방적으로 끝낸다. 하지만 일을 시킨 리더의 생각과 지시를 받은 부하직원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이 생각의 차이를 줄이려면 부하직원 스스로 ‘말’하거나 ‘글’로 쓰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본인의 업무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은 물론, 자기 자신과 ‘무언의 약속’을 하는 것이다. 현재 팀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진행 비율을 시각화해 제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현재 우리 조직에서 하는 일이 얼마나 잘 진행되는지 보여줌으로써 조직 내에 ‘성공 에너지’를 확산시킬 수 있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건 어렵다. 하지만 사람은 ‘작은’ 자극 하나에 쉽게 변하기도 한다. 리더가 그 작은 자극을 만들어주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따라, 성공한 팀과 그저 그런 팀으로 나뉘는 ‘큰 차이’가 생긴다. 당신은 어떤 리더인가.
* 문제 해결을 위한 맞춤형 기업교육 전문기관인 휴먼솔루션그룹 R·D 센터장으로, 기업의 협상력 향상과 갈등 해결을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