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재계 포털’재벌닷컴이 이따금 발표하는 재벌 총수 일가와 미성년 자녀의 주식 및 부동산 보유 현황은 주요 언론의 단골 보도 메뉴다. 그래서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를 일컬어 재계 일각에서는 재벌 총수 일가의 약한 고리를 잘 파헤친다 하여 ‘재벌의 저승사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정 대표 본인은 ‘재벌 지킴이’ ‘재벌 도우미’를 자처한다. 일반 국민 눈높이에서 재벌닷컴의 ‘예방주사’로 국내 재벌의 체질과 경쟁력이 더욱 강해져 세계적 기업, 세계적 재벌로 성장하기를 바란다는 점에서다.
석 달 이상 ‘옥동자’(‘대한민국 100대 그룹’)를 만들어낸 탓일까. 정 대표는 다소 지친 모습이었다. 그렇지만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는 보람과 긍지가 담겨 있었다. 정 대표는 “소수 재벌에 부가 편중된 일부 문제는 있지만 한국 기업 전체 규모가 커지는 것은 바람직하다”며 “100대 그룹에 관한 책을 엮으면서 한국 기업이 유기체처럼 성장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통적 재벌이 촘촘히 사업망을 확장한 틈을 뚫고 죽순처럼 솟아난 젊은 기업을 보면 한국 기업의 새로운 동력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쇄용 잉크가 채 마르지 않은 새 책 ‘대한민국 100대 그룹’이 그의 사무실에 막 도착한 7월 2일, 서울 종로구 재벌닷컴 사무실에서 정 대표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 100대 그룹의 현황을 한 권에 모으는 작업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책으로 엮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국내 최초로 재계 전반을 아우르는 책을 만든다는 사명감이 컸다. 그동안 개별 그룹사를 다룬 각론 책은 있었지만, 자산규모로 100대 그룹을 모두 묶은 총론 개념의 책은 이것이 처음이다. 이 책을 통해 나무(기업)는 물론 숲(재계)까지 동시에 파악할 수 있기를 바란다.”
▼ 100대 그룹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상대평가할 수 있도록 우리 정부가 보유한 총자산과 비교해봤다. 100대 그룹 총자산은 정부 보유 총자산(1523조2000억 원)의 95% 수준(1446조7620억 원)에 달했다.”
전 업종에 진출 ‘몸집 불리기’
▼ 재벌의 경제력 집중화가 구체적으로 확인된 셈인가.
“소수 재벌에게 경제력이 집중됐다는 것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이 보유한 자산 총액은 671조 원이다. 이는 민간 100대 그룹 전체 자산의 46.4%다. 상위권 소수 재벌에 경제력이 편중돼 있는 것이다.”
▼ 재벌의 경제력 집중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다.
“상위권 기업이 정상 속도로 성장하고 적정 규모를 유지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머리만 크고 하체가 부실한 재계의 자산 분포는 경제 전반을 왜곡할 위험성이 있다. 정부는 정부대로 재벌로의 경제력 편중을 완화하는 정책을 더 마련해야 하고, 산업계 내부에서도 스스로 경제력 집중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중·장기적으로 성장에 한계가 올 수밖에 없다.”
▼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이유 아닌가.
“중요하게 살펴봐야 할 부분이 상위권 재벌이 몸집을 키우는 과정에서 무차별적으로 계열사를 늘려 사업영역을 확장했다는 점이다. 100대 그룹이 진출한 평균 업종 수가 20개를 넘는다. 우리나라 주요 그룹은 산업의 주요 대표 업종에 모두 진출해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 예로, 자산규모 면에서 30대 그룹 안에 든 재벌 가운데 광고업에 진출하지 않은 곳은 단 하나도 없다.
▼ 이 책 발간을 재벌들이 반기지 않을 것 같다.
“좀 불편하기야 하겠지만 재벌을 욕보이려고 낸 책이 아니다. 객관적 통계와 자료를 집대성해 무엇보다 정부가 재벌정책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했다. 기본 현황을 알아야 미래를 전망해 정책을 마련할 것 아닌가. 개별 재벌 처지에서도 스스로 자신들의 좌표를 명확히 파악해 향후 기업활동의 방향을 정하는 데 참고하면 좋겠다. 모쪼록 이 책으로 기업활동과 정부의 재벌정책이 선순환하는 계기가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 100대 그룹 책은 매년 발간하나.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매년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그래야 재계의 판도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 책을 엮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무엇인가.
“100대 그룹의 성장사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대기업 창업주들의 혜안을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경제를 이끄는 100대 그룹의 평균 연령(창업 이후 현재까지)이 50세 정도 된다. 그만큼 1960년대 초반에 탄생한 기업이 많다. 당시는 우리나라 경제 현실이 매우 어려웠을 때다. 그런데도 창업주들은 앞을 내다보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기업을 일으켰고 현재에 이르렀다.”
벤처기업 육성이 성장동력
정 대표는 대기업 창업주와 재벌의 부침(浮沈)을 언급하면서 재벌 오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기업을 이끌고 있는 대주주와 경영인은 모두 기업의 주인공과 같다. 그 때문에 대기업 오너는 공적 활동은 물론 사생활까지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오너의 잘못된 판단과 투자도 문제지만, 잘못된 행각도 기업과 그룹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 100대 그룹 중에는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급부상한 기업도 있지 않나.
“책을 엮으면서 1980년대까지 없던 기업이 급성장해 100대 그룹에 포함된 것을 찾아내는 기쁨도 있었다. 100대 그룹 가운데 기업령이 30년이 안 되는 그룹이 10곳 있다. 바이오, 교육, 게임 등에서 두각을 나타낸 이들 그룹을 잘 연구해보면 기업을 세워 성공하고픈 사람들에게 좋은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
정 대표는 특히 국내 대표적 게임업체 넥슨을 모범 사례로 꼽았다. 1994년 창업한 넥슨은 기업령으로 보면 아직 만 20년이 안 돼 미성년자 수준이지만, 재계 순위는 39위에 랭크됐을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그는 넥슨의 성공 비결로 “오너의 뛰어난 경영능력과 혜안”을 꼽았다.
“1990년대 이후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벤처신화가 만들어졌고, 그때부터 온라인이 각광받았다. 이런 흐름을 잘 활용해 한국 경제를 이끌 대기업으로 성장시킨 기업이 넥슨이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성공 사례를 더 많이 만들어내기 위해 ‘벤처기업 육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 젊은이들도 세계적 경제 트렌드를 잘 읽고, 앞서 성공한 기업을 롤모델 삼아 창업하면 10~20년 뒤에는 100대 그룹으로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은 변화를 주도할 새로운 도전자가 나타나느냐 아니냐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석 달 이상 ‘옥동자’(‘대한민국 100대 그룹’)를 만들어낸 탓일까. 정 대표는 다소 지친 모습이었다. 그렇지만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는 보람과 긍지가 담겨 있었다. 정 대표는 “소수 재벌에 부가 편중된 일부 문제는 있지만 한국 기업 전체 규모가 커지는 것은 바람직하다”며 “100대 그룹에 관한 책을 엮으면서 한국 기업이 유기체처럼 성장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통적 재벌이 촘촘히 사업망을 확장한 틈을 뚫고 죽순처럼 솟아난 젊은 기업을 보면 한국 기업의 새로운 동력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쇄용 잉크가 채 마르지 않은 새 책 ‘대한민국 100대 그룹’이 그의 사무실에 막 도착한 7월 2일, 서울 종로구 재벌닷컴 사무실에서 정 대표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 100대 그룹의 현황을 한 권에 모으는 작업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책으로 엮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국내 최초로 재계 전반을 아우르는 책을 만든다는 사명감이 컸다. 그동안 개별 그룹사를 다룬 각론 책은 있었지만, 자산규모로 100대 그룹을 모두 묶은 총론 개념의 책은 이것이 처음이다. 이 책을 통해 나무(기업)는 물론 숲(재계)까지 동시에 파악할 수 있기를 바란다.”
▼ 100대 그룹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상대평가할 수 있도록 우리 정부가 보유한 총자산과 비교해봤다. 100대 그룹 총자산은 정부 보유 총자산(1523조2000억 원)의 95% 수준(1446조7620억 원)에 달했다.”
전 업종에 진출 ‘몸집 불리기’
▼ 재벌의 경제력 집중화가 구체적으로 확인된 셈인가.
“소수 재벌에게 경제력이 집중됐다는 것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이 보유한 자산 총액은 671조 원이다. 이는 민간 100대 그룹 전체 자산의 46.4%다. 상위권 소수 재벌에 경제력이 편중돼 있는 것이다.”
▼ 재벌의 경제력 집중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다.
“상위권 기업이 정상 속도로 성장하고 적정 규모를 유지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머리만 크고 하체가 부실한 재계의 자산 분포는 경제 전반을 왜곡할 위험성이 있다. 정부는 정부대로 재벌로의 경제력 편중을 완화하는 정책을 더 마련해야 하고, 산업계 내부에서도 스스로 경제력 집중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중·장기적으로 성장에 한계가 올 수밖에 없다.”
▼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이유 아닌가.
“중요하게 살펴봐야 할 부분이 상위권 재벌이 몸집을 키우는 과정에서 무차별적으로 계열사를 늘려 사업영역을 확장했다는 점이다. 100대 그룹이 진출한 평균 업종 수가 20개를 넘는다. 우리나라 주요 그룹은 산업의 주요 대표 업종에 모두 진출해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 예로, 자산규모 면에서 30대 그룹 안에 든 재벌 가운데 광고업에 진출하지 않은 곳은 단 하나도 없다.
▼ 이 책 발간을 재벌들이 반기지 않을 것 같다.
“좀 불편하기야 하겠지만 재벌을 욕보이려고 낸 책이 아니다. 객관적 통계와 자료를 집대성해 무엇보다 정부가 재벌정책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했다. 기본 현황을 알아야 미래를 전망해 정책을 마련할 것 아닌가. 개별 재벌 처지에서도 스스로 자신들의 좌표를 명확히 파악해 향후 기업활동의 방향을 정하는 데 참고하면 좋겠다. 모쪼록 이 책으로 기업활동과 정부의 재벌정책이 선순환하는 계기가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 100대 그룹 책은 매년 발간하나.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매년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그래야 재계의 판도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 책을 엮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무엇인가.
“100대 그룹의 성장사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대기업 창업주들의 혜안을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경제를 이끄는 100대 그룹의 평균 연령(창업 이후 현재까지)이 50세 정도 된다. 그만큼 1960년대 초반에 탄생한 기업이 많다. 당시는 우리나라 경제 현실이 매우 어려웠을 때다. 그런데도 창업주들은 앞을 내다보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기업을 일으켰고 현재에 이르렀다.”
벤처기업 육성이 성장동력
정 대표는 대기업 창업주와 재벌의 부침(浮沈)을 언급하면서 재벌 오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기업을 이끌고 있는 대주주와 경영인은 모두 기업의 주인공과 같다. 그 때문에 대기업 오너는 공적 활동은 물론 사생활까지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오너의 잘못된 판단과 투자도 문제지만, 잘못된 행각도 기업과 그룹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 100대 그룹 중에는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급부상한 기업도 있지 않나.
“책을 엮으면서 1980년대까지 없던 기업이 급성장해 100대 그룹에 포함된 것을 찾아내는 기쁨도 있었다. 100대 그룹 가운데 기업령이 30년이 안 되는 그룹이 10곳 있다. 바이오, 교육, 게임 등에서 두각을 나타낸 이들 그룹을 잘 연구해보면 기업을 세워 성공하고픈 사람들에게 좋은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
정 대표는 특히 국내 대표적 게임업체 넥슨을 모범 사례로 꼽았다. 1994년 창업한 넥슨은 기업령으로 보면 아직 만 20년이 안 돼 미성년자 수준이지만, 재계 순위는 39위에 랭크됐을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그는 넥슨의 성공 비결로 “오너의 뛰어난 경영능력과 혜안”을 꼽았다.
“1990년대 이후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벤처신화가 만들어졌고, 그때부터 온라인이 각광받았다. 이런 흐름을 잘 활용해 한국 경제를 이끌 대기업으로 성장시킨 기업이 넥슨이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성공 사례를 더 많이 만들어내기 위해 ‘벤처기업 육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 젊은이들도 세계적 경제 트렌드를 잘 읽고, 앞서 성공한 기업을 롤모델 삼아 창업하면 10~20년 뒤에는 100대 그룹으로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은 변화를 주도할 새로운 도전자가 나타나느냐 아니냐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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