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휴가철에 앞서 이른바 저가항공, 저비용항공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해외여행 중 처음 본 항공사인데, 많은 현지인이 이용하는 것을 목격하기도 한다. 한국이 자리한 동아시아 지역에서도 저비용항공사가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세계 각지의 저비용항공사를 알아보고 이들이 활성화된 이유를 찾아본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매년 전 세계 항공사의 수송실적을 발표한다. 지난해 1위 항공사는 아일랜드 국적의 ‘라이언에어’였다. 라이언에어는 국제선에서 7100만 명을 수송해 4440만 명의 독일 국적 항공사 ‘루프트한자’를 눌렀다. 저비용항공사(Low Cost Carrier·LCC)인 라이언에어가 대형항공사(Full Service Carrier·FSC)인 ‘에어프랑스’와 ‘유나이티드’등을 앞지른 것이다. 뒤이은 3위 항공사는 영국 국적의 LCC ‘이지젯’으로, 루프트한자는 LCC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이는 LCC 본고장인 유럽만의 일이 아니다. 국내선 수송실적 1위도 세계 최초의 LCC라 부르는 미국 ‘사우스웨스트’가 차지했다. FSC인 ‘델타’와 ‘유나이티드’가 그 뒤를 따른다.
LCC는 단일 기종만 운행하고, 좌석 등급에 구분이 없으며, 부대 서비스는 최소한으로 제공하고, 낮은 운임으로 이용 가능한 항공사를 말한다. 2012년 6월 현재 아시아태평양항공센터(CAPA)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 LCC는 모두 129개다. 대륙별로는 아시아태평양권에 51개, 유럽권에 42개가 있다. LCC가 활성화된 유럽 지역은 유럽 내 공급 좌석의 3분의 1이 넘는 36%를 LCC가 제공한다. 고속철도의 발달로 상대적으로 LCC 비중이 낮다는 프랑스에서도 국제선 좌석의 25%를 LCC가 차지한다.
전 세계 저비용항공사 129개
유럽권 LCC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반면, 아시아권은 성장 가능성이 큰 편이다. 현재 LCC가 가장 활성화된 곳은 동남아시아 지역이다. 공급 좌석의 32.4%를 LCC가 차지하는데, 올해가 지나면 절반 가까이까지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일본이 자리한 동아시아권은 아직 LCC의 좌석 공급률이 7% 수준이다. 한국만 놓고 보면 이보다 낮은 5% 정도다.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 5개 LCC가 취항 중인 것을 고려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항공사 하나하나의 역량은 LCC 시장 전체에 영향을 끼친다. 아시아 최고의 LCC라 부르는 ‘에어아시아’가 있는 말레이시아의 LCC 비율이 아시아태평양권에서 가장 높은 좌석 공급률인 46%를 기록하는 것이 그 예다.
이미 자국 국적의 LCC를 여럿 가진 한국에 일본, 중국, 싱가포르, 필리핀 국적의 LCC가 들어온다. 일본 ‘피치’가 인천공항에 취항했고 ‘에어아시아 재팬’도 연내 인천에 진출한다. 내년에는 ‘제트스타’가 인천과 부산에 취항할 예정이다. 중국 국적의 ‘춘추항공’은 상하이-청주, 상하이-제주 노선을 8월부터 운항하기로 했다. 싱가포르 ‘스쿠트’와 필리핀의 ‘에어아시아 필리핀’도 올해 안에 한국 하늘에서 볼 수 있게 됐다.
LCC 성장의 주요 열쇠는 국가 정책이다. 항공시장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정부의 엄격한 통제를 받아왔다. 그러나 요즘은 시장 상황에 따라 운항 횟수와 지점을 자유롭게 결정하는 ‘항공자유화 정책(Open Skies Policy)’으로 변화하는 추세다. 유럽은 유럽연합(EU)의 경제통합을 바탕으로 역내 단일 항공시장을 만들어냈고, 역외 국가와도 항공자유화 협상을 추진해왔다.
EU의 항공자유화는 ‘카보타지(Cabotage)’를 허용하는 수준이다. 카보타지란 외국 항공사의 국내선 취항을 제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카보타지를 따를 경우 대한항공이 일본 내 오사카-나리타 구간을 취항하거나 Jal 일본항공이 김포-제주 노선을 운항할 수 없다. 유럽 LCC가 대형항공사를 압도하며 성장한 것은 항공자유화 정책 때문이다. EU는 1987년부터 3단계에 걸쳐 1993년 항공 완전 자유화에 이르렀고, 2000년대 들어 유럽 LCC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이는 항공 정책이 실효를 거두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시사한다.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항공자유화를 추진하고 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10개 회원국은 2008년 다자간 협상을 통해 2015년 단일 항공시장을 형성하는 항공 협정을 채택했다. 일본도 ‘아시아 게이트웨이’ 구상에 따라 항공자유화 협정을 확대해나가는 중이다. 한국 정부는 2005년 태국을 시작으로 동남아시아권 국가들과 항공자유화 합의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 밖에도 25개국과 여객, 38개국과 화물 항공자유화 합의를 한 상태다. 그러나 중국은 산둥성과 하이난 지역만 항공자유화 협정을 맺었고, 일본은 도쿄 지역이 제외되는 등 최대 시장인 중국과 일본에서의 자유화가 급선무인 실정이다.
저가항공 경쟁력 키우기 시급
대표적인 LCC 지원책으로는 항공자유화 외에 보조공항 이용과 전용터미널 건설이 있다. 세계 1위인 라이언에어는 런던 히드로공항이 아닌 외곽에 자리한 스탠스테드공항을 이용한다. 공항 이용료를 줄일 수 있어 승객에게 저가 운임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아시아 국가들은 LCC 전용터미널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일본은 간사이공항과 나리타공항에 LCC 전용터미널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싱가포르는 2006년 전용터미널을 세운 데 이어 2017년까지 창이공항에 1600만 명 수용 규모의 전용터미널을 추가 건설할 계획이다. 말레이시아에도 쿠알라룸푸르공항에 450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LCC 전용터미널이 생긴다.
한국 LCC들은 김포공항을 보조공항으로 이용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인천공항을 허브공항으로 키우려는 당국의 판단으로 보조공항 논의가 답보 상태에 빠졌다. 대안으로 떠오른 청주공항은 서울에서 140km 거리로, 수도권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보조공항이나 전용터미널 없이는 시설 이용료, 공항 카운터와 사무실 임대료 등에서 원가를 절감할 수 없다는 게 LCC들의 주장이다.
한국 LCC 선두기업인 제주항공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대표 항공사를 키워줄 것을 요청한다. 유럽발(發) 경제위기와 유가 상승, 일본과 중국 LCC의 잇단 취항이 국내 LCC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선두기업으로서 한국 LCC만의 경쟁력 확보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매년 전 세계 항공사의 수송실적을 발표한다. 지난해 1위 항공사는 아일랜드 국적의 ‘라이언에어’였다. 라이언에어는 국제선에서 7100만 명을 수송해 4440만 명의 독일 국적 항공사 ‘루프트한자’를 눌렀다. 저비용항공사(Low Cost Carrier·LCC)인 라이언에어가 대형항공사(Full Service Carrier·FSC)인 ‘에어프랑스’와 ‘유나이티드’등을 앞지른 것이다. 뒤이은 3위 항공사는 영국 국적의 LCC ‘이지젯’으로, 루프트한자는 LCC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이는 LCC 본고장인 유럽만의 일이 아니다. 국내선 수송실적 1위도 세계 최초의 LCC라 부르는 미국 ‘사우스웨스트’가 차지했다. FSC인 ‘델타’와 ‘유나이티드’가 그 뒤를 따른다.
LCC는 단일 기종만 운행하고, 좌석 등급에 구분이 없으며, 부대 서비스는 최소한으로 제공하고, 낮은 운임으로 이용 가능한 항공사를 말한다. 2012년 6월 현재 아시아태평양항공센터(CAPA)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 LCC는 모두 129개다. 대륙별로는 아시아태평양권에 51개, 유럽권에 42개가 있다. LCC가 활성화된 유럽 지역은 유럽 내 공급 좌석의 3분의 1이 넘는 36%를 LCC가 제공한다. 고속철도의 발달로 상대적으로 LCC 비중이 낮다는 프랑스에서도 국제선 좌석의 25%를 LCC가 차지한다.
전 세계 저비용항공사 129개
유럽권 LCC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반면, 아시아권은 성장 가능성이 큰 편이다. 현재 LCC가 가장 활성화된 곳은 동남아시아 지역이다. 공급 좌석의 32.4%를 LCC가 차지하는데, 올해가 지나면 절반 가까이까지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일본이 자리한 동아시아권은 아직 LCC의 좌석 공급률이 7% 수준이다. 한국만 놓고 보면 이보다 낮은 5% 정도다.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 5개 LCC가 취항 중인 것을 고려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항공사 하나하나의 역량은 LCC 시장 전체에 영향을 끼친다. 아시아 최고의 LCC라 부르는 ‘에어아시아’가 있는 말레이시아의 LCC 비율이 아시아태평양권에서 가장 높은 좌석 공급률인 46%를 기록하는 것이 그 예다.
이미 자국 국적의 LCC를 여럿 가진 한국에 일본, 중국, 싱가포르, 필리핀 국적의 LCC가 들어온다. 일본 ‘피치’가 인천공항에 취항했고 ‘에어아시아 재팬’도 연내 인천에 진출한다. 내년에는 ‘제트스타’가 인천과 부산에 취항할 예정이다. 중국 국적의 ‘춘추항공’은 상하이-청주, 상하이-제주 노선을 8월부터 운항하기로 했다. 싱가포르 ‘스쿠트’와 필리핀의 ‘에어아시아 필리핀’도 올해 안에 한국 하늘에서 볼 수 있게 됐다.
LCC 성장의 주요 열쇠는 국가 정책이다. 항공시장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정부의 엄격한 통제를 받아왔다. 그러나 요즘은 시장 상황에 따라 운항 횟수와 지점을 자유롭게 결정하는 ‘항공자유화 정책(Open Skies Policy)’으로 변화하는 추세다. 유럽은 유럽연합(EU)의 경제통합을 바탕으로 역내 단일 항공시장을 만들어냈고, 역외 국가와도 항공자유화 협상을 추진해왔다.
EU의 항공자유화는 ‘카보타지(Cabotage)’를 허용하는 수준이다. 카보타지란 외국 항공사의 국내선 취항을 제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카보타지를 따를 경우 대한항공이 일본 내 오사카-나리타 구간을 취항하거나 Jal 일본항공이 김포-제주 노선을 운항할 수 없다. 유럽 LCC가 대형항공사를 압도하며 성장한 것은 항공자유화 정책 때문이다. EU는 1987년부터 3단계에 걸쳐 1993년 항공 완전 자유화에 이르렀고, 2000년대 들어 유럽 LCC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이는 항공 정책이 실효를 거두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시사한다.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항공자유화를 추진하고 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10개 회원국은 2008년 다자간 협상을 통해 2015년 단일 항공시장을 형성하는 항공 협정을 채택했다. 일본도 ‘아시아 게이트웨이’ 구상에 따라 항공자유화 협정을 확대해나가는 중이다. 한국 정부는 2005년 태국을 시작으로 동남아시아권 국가들과 항공자유화 합의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 밖에도 25개국과 여객, 38개국과 화물 항공자유화 합의를 한 상태다. 그러나 중국은 산둥성과 하이난 지역만 항공자유화 협정을 맺었고, 일본은 도쿄 지역이 제외되는 등 최대 시장인 중국과 일본에서의 자유화가 급선무인 실정이다.
저가항공 경쟁력 키우기 시급
대표적인 LCC 지원책으로는 항공자유화 외에 보조공항 이용과 전용터미널 건설이 있다. 세계 1위인 라이언에어는 런던 히드로공항이 아닌 외곽에 자리한 스탠스테드공항을 이용한다. 공항 이용료를 줄일 수 있어 승객에게 저가 운임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아시아 국가들은 LCC 전용터미널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일본은 간사이공항과 나리타공항에 LCC 전용터미널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싱가포르는 2006년 전용터미널을 세운 데 이어 2017년까지 창이공항에 1600만 명 수용 규모의 전용터미널을 추가 건설할 계획이다. 말레이시아에도 쿠알라룸푸르공항에 450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LCC 전용터미널이 생긴다.
한국 LCC들은 김포공항을 보조공항으로 이용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인천공항을 허브공항으로 키우려는 당국의 판단으로 보조공항 논의가 답보 상태에 빠졌다. 대안으로 떠오른 청주공항은 서울에서 140km 거리로, 수도권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보조공항이나 전용터미널 없이는 시설 이용료, 공항 카운터와 사무실 임대료 등에서 원가를 절감할 수 없다는 게 LCC들의 주장이다.
한국 LCC 선두기업인 제주항공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대표 항공사를 키워줄 것을 요청한다. 유럽발(發) 경제위기와 유가 상승, 일본과 중국 LCC의 잇단 취항이 국내 LCC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선두기업으로서 한국 LCC만의 경쟁력 확보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