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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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상징 ‘라 브라체스카’

  • 조정용 ㈜비노킴즈 대표·고려대 강사

    입력2009-09-23 15: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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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의 상징 ‘라 브라체스카’
    이탈리아 출신 와인 중 가장 고귀한 것은 무엇일까. 와인 맛의 표현만큼이나 주관적인 질문이다. 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치아노가 답이다. 말뜻은 ‘몬테풀치아노 마을의 고귀한 와인’이다. 이탈리아 고급 와인 중에서 긴 이름순으로 배치하면 최상위에 들 것이다.

    하지만 이름에서 풍기는 우아함이 시장에서도 쉽게 먹혀드는 것은 아니다. 이름을 외우기가 어려워 금세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와인 세계에서는 줄여서 ‘비노 노빌레’ 또는 ‘몬테풀치아노’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후자로 부르면 곤란할 수 있다. 왜냐하면 동명의 포도 품종이 타지방에서 널리 재배되므로 혼동되기 때문이다.

    복잡한 이름은 주변의 경쟁자들 때문에 더욱 알리기가 힘겹다. 동쪽에서 뺨 맞고 북쪽에 화풀이하는 격이다. 동편의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에게는 명성이나 품질이 약간 뒤지지만, 북편의 키안티 클라시코보다 훨씬 훌륭한 와인을 잉태한다. 세 지역 모두 산지오베제를 갈고닦아 토속 와인을 빚으나, 상이한 풍토와 토양, 양조가의 철학에 따라 다른 와인이 탄생한다.

    몬테풀치아노의 아름다운 풍광과 유서 깊은 전통은 영화 ‘투스카니의 태양’에서 아름답게 소개됐다. 특히 몬테풀치아노 광장에서 벌어진 깃발 돌리기 대회는 마을사람들에게 축제의 현장이었다. 영화가 히트한 뒤 몬테풀치아노와 코르토나는 미국 관광객의 필수 코스가 됐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니 우리도 다음에 여길 방문한다면 우동 면발보다 두꺼운 파스타를 전통 라구(고기, 가금류, 생선 등에 여러 채소를 넣어 만든 스튜) 소스에 비벼서 내는 피치와 함께 비노 노빌레를 주문해보자. 이름만으로 이탈리아를 상징하는 안티노리의 비노 노빌레 브랜드는 라 브라체스카다.



    1990년에 데뷔한 라 브라체스카는 안티노리의 스타일답게 우아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특징. 2005 빈티지는 산지오베제의 또 다른 이름인 프루뇰로 젠틸레 90%에 메를로가 10% 혼합됐다. 밝은 루비 빛깔을 띠며, 특유의 미네랄 부케가 묻은 농익은 베리류의 플레이버가 있고, 숙성의 흔적이 느껴지는 담백하고 깔끔한 입맛이 매력적이다. 산꼭대기에 자리한 고도 몬테풀치아노의 고즈넉함이 식탁 위에 내려앉는다. 수입 대유와인, 가격 7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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