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오른 것을 확인한 한 중국인 투자자가 주식시세 전광판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투자자들이 한 달 만에 주식시장을 보는 시각이 180도 달라진 것은 중국 증시가 경제지표나 기업실적보다 정책 이슈가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시장’이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중국 정부가 3대 거품, 즉 ‘주식투기 붐’ ‘주택시장 광풍’ ‘은행대출 남발’을 잡기 위해 은행 대출을 크게 줄인 데다, 과잉 생산시설도 규제하기 시작하면서 지난 7개월간의 상승 랠리가 꺾였다. 하지만 10월 초 국경절 60주년 행사를 앞두고 주가가 급락한다면 열기를 더해가는 환갑잔치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판단한 정부 당국자들이 연일 ‘주가 띄우기’성 발언을 하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증시는 반등세로 돌아섰다.
10월, 정책효과 사라지고 조정국면 진입
그렇다면 국경절 이후 정책 기대감이 사라지면 주가는 다시 하락하지 않을까?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때도 당국의 인위적인 부양조치가 있을 것이라며 모두가 주가 상승을 예상했지만, 올림픽이 개막한 8월8일 상하이 종합주가지수는 4.5%나 폭락하며 2605.72포인트를 기록했다. 그리고 일주일간 쭉 밀리더니 결국 10% 이상 떨어지며 당초 예상을 빗나갔다. 올림픽 특수는 없었다.
이번 국경절은 어느 해보다 의미가 깊지만, 주식시장의 분위기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당국이 주가를 붙잡기 위해 9월에만 500억 위안(약 9조원) 규모의 인덱스 펀드를 허가하는 등 호재를 쏟아냈지만, 막상 10월에는 수급 부담으로 조정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선 10월에 비유통주 해제물량이 3187억5300만 주, 시가총액 1조9900억 위안(약 358조원)으로 올해 최고조에 달한다. 해제 물량 가운데 수위를 차지하는 공상은행(2360억1200만 주), 시노펙(590억8800만 주), 상하이국제항구(130억 주)도 매도 물량이 시장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차스닥(창업판) 시장의 첫 발행심사회의가 9월17일 개최돼, 현재까지 상장을 신청한 149개사, 신청금액 336억 위안(6조원)이 10월 이후 공모주 시장을 뜨겁게 달궈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1개사당 평균 공모금액은 2억 위안(360억원)에 불과하지만, 초기에 상장될 50여 개 종목은 지수 산정에 필요한 업종대표주로 기업당 6조원 이상의 청약자금이 몰리는 치열한 청약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유통시장에서 발행시장으로 자금이탈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10월의 주가 조정폭은 깊지 않고 단기간에 그칠 것이다. 이는 경기회복으로 기업실적이 호전되는 데다, 비유통주 해제물량이 10월을 고비로 11, 12월엔 모두 321억6400만 달러(5조8000원)로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상하이 종합주가지수의 투자위험을 고려한 합리적인 주가수준은 PER 25배인데, 올해 상장기업의 순이익증가율이 18%임을 고려할 때 연말 지수는 3200선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10월 증시조정은 좋은 매수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므로 향후 실적 호전이 기대되는 금융, 에너지, 통신, 소비 관련주의 비중 확대가 바람직해 보인다. 한편 2010년 중국 증시의 최대 이슈는 ‘출구전략이 언제 시작되느냐’다.
중국은 디플레이션 상황에선 적극적인 경기자극 정책과 양적 완화 기조를 유지했다. 그러나 올해 4분기부터는 지난해 물가수준이 높았던 데 따른 역기저 효과가 사라지면서 소비자물가지수는 플러스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4분기부터 수출경기가 살아나면 경제성장률이 두 자릿수대로 올라갈 수 있는데, 이럴 경우 다시 과잉생산과 부실채권 발생 같은 구조적인 문제가 돌출될 수 있다. 무역수지 확대, 핫머니 유입 시에는 지급준비율을 인상해 통화 공급을 억제할 수 있지만, 국제원자재 가격이 인상되고 미국의 통화정책이 인플레이션 억제로 바뀔 경우엔 금리인상이 시작될 전망이다. 통화정책 전환이 예상되는 내년 초엔 불안한 주가 급등락 현상이 자주 나타날 것이다.
경제환경이 급변하면서 중국 정부는 수출 의존적이고 연안 중심의 성장방식을 내륙 중심과 내수 주도의 균형성장 전략으로 전환할 것이다. 이를 통해 중국 경제의 중심을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높은 내륙지역 도시로 옮겨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본격적인 기업 구조조정 등이 시작될 전망이다. 올해 주식시장을 이끈 산업은 투자 확대에 따른 소재, 에너지, 금융주, 친환경이지만 내년엔 소비재, 유통, 항공, 원자재, 농업 등이 부각될 것이다. 2010년 상장기업의 순이익증가율이 20%에 달할 것으로 보여 상하이종합주가지수는 4000선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 확대로 중국 투자 기회 열려
중국 주식시장의 장기투자를 가로막는 요소 중 하나가 비이성적인 주가 흐름이 자주 나타난다는 점이다. 연기금의 주식 편입비가 낮은 데다 주가지수선물시장엔 대차거래가 없다 보니 ‘대기대락(大起大落)’이란 말처럼 큰 폭으로 올랐다가 큰 폭으로 떨어지는 불안한 증시 움직임이 반복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증시 안정을 위해 주가지수선물과 대차거래제도를 도입하고, 홍콩 증시에 상장된 레드칩의 중국 내 재상장도 추진할 예정이다.
중국은 내년 하반기부터 상하이거래소 내 국제판시장을 만들어 HSBC홀딩스, 코카콜라, 월마트,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다국적기업의 CDR을 상장시켜 세계금융센터로 키울 계획이다. 블룸버그는 현재 중국 증시의 시가총액이 3조2000억 달러에 불과하지만 3년 뒤엔 현재의 미국 수준인 11조2000억 달러까지 늘어나고, 상하이종합주가지수는 6000포인트 달성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중국의 소비율은 GDP의 36%에 그쳐 미국의 절반, 유럽과 일본의 3분의 2 수준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소비활성화를 꾀할 필요가 있는 중국 정부는 사회보장 시스템을 개선하고 학자금 대출과 소비자 할부금융의 확대를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향후 5년간 소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5% 수준까지 높아지는 소비황금시대를 맞을 전망이다. 따라서 자동차, 화장품, 신약, 의료, 실버산업 등이 유망해 보인다.
최근 중국 펀드는 원금회복으로 환매압력이 커지고 있지만, 5년 뒤의 중국은 분명 좋은 투자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다. 2010년 중국은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뛰어오르고 5년 뒤에 위안화는 달러, 유로, 엔처럼 기축통화로 자리잡을 것이다. 중국 주식시장도 예정보다 개방 일정을 앞당길 것으로 보여 5년 뒤엔 우리나라 투자자들도 자유롭게 중국 주식을 HTS(홈트레이딩 시스템)로 투자하는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