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남양주 인근의 그린벨트. ‘그린’ 없는 그린벨트로 해제가 유력한 지역이다.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계획이 발표되면서 주택공사, 국토해양부 등 관련 기관은 그린벨트 토지 소유자들의 항의 농성으로 조용할 날이 없다. 지난 수십 년간 재산권 행사를 제대로 못했는데 정부가 보금자리 아파트를 짓는다며 그린벨트 상태의 공시지가로 자신들의 땅을 수용한다고 하자 연일 시위를 벌이는 것. 사실 그린벨트는 1971년 지정된 이래 1999년까지는 절대 풀릴 수 없는 ‘족쇄’였다. 일단 지정이 되면 증·개축은 물론, 형태를 바꾸는 작은 행위라도 관련법의 엄격한 제재를 받기 일쑤였다.
그린벨트 정책에 일대 변화가 온 것은 1997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1만㎡ 이상의 농장과 과수원을 소유한 농업인은 기존 소유 주택을 헐고 새 집을 지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수십 번의 관련법 개정을 통해 그린벨트 내 축사, 콩나물과 버섯 재배사, 농업용 창고의 신축도 가능해졌다. 원주민은 주유소, 근린생활시설 등도 지을 수 있게 됐으며 훼손된 그린벨트는 골프장으로도 허가가 났다. 개발제한 관련 규제가 조금씩 풀리면서 그린벨트는 ‘돈 되는 땅’으로 비치기 시작했다.
호가 30% 이상 급등, 매물도 ‘쑥’
하지만 이런 변화는 이명박 정부의 그린벨트 정책에 비하면 ‘맛보기’에 불과했다. 보금자리주택 등 대규모 개발계획이 발표되면서 말 그대로 그린벨트가 ‘골드벨트’가 되는 본격 개발시대를 맞았기 때문이다. 보금자리주택 계획구역으로 예측되는 지역 인근에는 발표 몇 달 전부터 그린벨트 투자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수도권 그린벨트의 절반이 풀릴 거라고 합니다. 그린벨트 중에 산과 상수도보호구역을 제외한 나머지가 아파트 단지나 1종 주거지역이 된다고 보면 돼요.”
8월 말 정부의 대규모 보금자리 아파트 공급계획이 발표되자 소문은 사실이 됐다. 정부의 계획은 수도권 그린벨트를 풀어 2012년까지 32만 채, 2018년까지 150만 채의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한다는 것. 이에 더해 정부는 이미 지정된 4개의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 외에 추가지구 지정작업에 들어갔다. 그러자 투자세력이 가세하면서 며칠 새 호가가 30% 이상 급등하는가 하면 매물도 쑥 들어갔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투자유망 부동산 1순위로 그린벨트해제 주변지역을 추천하고, 정부는 부랴부랴 ‘투파라치’ 제도 시행과 현장감시단 발족을 통한 대대적 단속을 예고했다. 투파라치란 그린벨트 투기꾼을 신고하면 보상금을 주는 제도. 신고대상 투기꾼에는 높은 보상을 받으려고 그린벨트에 각종 무허가 건축물을 신축하거나 비닐하우스를 설치하고 과실나무 심기, 토지매입이나 보금자리주택 청약을 위한 위장전입, 청약통장 매매 등 위법사항이 모두 포함된다.
전국의 그린벨트 중 투자대상으로 떠오른 ‘뜨거운 구역’은 수도권 녹지로 3.3m2당 20만~300만원까지 다양한 서울 근교 그린벨트 지역들이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그린벨트 건너에 있는 비(非)그린벨트 지역 상가부지가 3.3m2당 1800만원에 이르는 곳도 있으므로 그린벨트 해제와 용도 변경이 이뤄진다면 대박도 가능하다. 서울시에 속한 그린벨트는 전국 그린벨트 면적의 6.3%인 166km2(약 393만평), 경기도의 그린벨트는 1293km2(3267만평)으로, 이 땅들이 대박을 꿈꾸는 사람들이 노리는 먹잇감이다.
이 중 과천시는 전체 면적의 89%인 32km2가 그린벨트다. 시범지구로 미리 지정된 서울시 강남구 우면동 인근과 수도권 대표 비닐벨트지역인 경마장 인근 과천동 일대가 해제대상으로 거론된다. 하남시는 도시 전체 면적의 84%인 78km2가 그린벨트. 명색만 그린벨트지 실제로는 도시 및 취락지역이 대부분이어서 녹지 기능을 상실한 그린벨트로 분류되는 1순위 지역이다.
보금자리주택으로 지정된 미사지구를 포함해 성남시 및 광주시와 통합이 논의되면서 수도권 거대도시로 변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는 지역. 전체 면적의 70%인 94km2가 그린벨트인 시흥시도 부동산 가치가 저평가된 대표지역으로 꼽힌다.
최근 그린벨트 해제 바람이 불면서 수년간 지가상승 1위 지역을 고수했다. 대부분이 농지인 이곳은 그린벨트 해제와 용도지역 변경의 소문을 타고 현재도 가파른 가격상승을 보이고 있다.
장기 보유 관점에서 바라봐야
어느 때보다 그린벨트 투자가 가능성 있어 보이는 시대임은 부정할 수 없다. 일단 종목이 어느 것으로나 전환 가능한 땅인 데다, 주 대상이 수도권 지역이며, 그동안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저평가된 부동산이어서 가격이 정점에 있는 아파트 투자보다 성공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난 3월 비업무용 토지 관련 세법 개정으로 2010년 말까지 부재지주의 양도세가 한시적으로 축소되면서 장기 보유자들이 매물을 내놓을 만한 기본 여건도 마련됐다. 여기에 MB 정부가 쏟아내는 각종 개발계획이 투자 메리트를 높이고 있다.
그렇다면 그린벨트 가운데에서도 투자 유망지역은 어디일까. 잘 알다시피 당장은 보금자리주택의 지구 지정을 피한 그 인근지역이 답이 될 수 있다. 대규모 아파트단지와 도시가 형성되는 주변 지역을 찾아내는 게 핵심. 보금자리주택은 ‘비닐벨트’ 지역과 형태가 나대지에 가까운 초대형 평지에 들어온다. 계획 세대수를 다 채우려면 하남, 과천, 의왕, 안양, 성남, 시흥, 남양주시 등에 다양하게 분포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지역 땅 중개인들은 다양한 루트와 현장 목격을 통해 나름대로 사실에 가까운 정보를 갖고 있다.실제 투자로 들어가면 토지거래 허가구역이 첫 번째 관문이 된다. 올해 초 대규모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가 이뤄졌는데도 수도권은 대부분 토지거래 허가구역에 묶여 있다. 토지거래 허가를 받으려면 매수인의 용도가 분명해야 하고, 세대원 전원이 매입대상 토지의 해당 시·군에 6개월 이상 거주하고 있어야 한다.
전, 답 등 농지를 취득하려면 농지취득 자격증명도 필요하다. 그 다음 시세를 정확히 분석해 땅 가격에 붙는 ‘바가지’를 떼어내야 하고, 또한 모든 정보력을 동원해 보금자리주택 수용지는 피해야 된다. 수용지구 보상은 평가기관의 감정가로 이뤄져 그 안에 속하면 시세보다 낮은 보상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원주민 등 10년 이상 장기 보유자에게는 소유 토지의 수용지구 지정이 나쁘다고만 할 수 없다. 그린벨트 가격이 최근 꾸준히 올랐고, 장기보유 감면과 공공사업 감면 등 양도세 절감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과 달리 그린벨트 붐을 타고 지금 투자에 나서는 사람들은 짧은 기간 내에 지구 지정을 당하면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가장 좋은 정석 투자법은 누가 봐도 좋은 곳을 차후 용도를 염두에 두고 구입한 뒤 장기적으로 가지고 가는 것이다. 그린벨트 해제와 용도 변경은 보너스로 생각하는 여유도 필요하다. 그린벨트 원주민들이 보상을 받으면 어느 쪽으로 움직일까 예측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다만 경사도가 심한 땅이나 수목 밀집지역, 상수도 보호구역은 피하는 것이 좋다. 자연이 수려하고 도시가 가까운 지역에 자기 자금으로 부동산 투자를 해놓으면, 개발계획이 속속 발표되고 멀리서 새 길이 만들어져오는 것이 보이면서 ‘땅 팔자’와 ‘사람 팔자’도 바뀔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