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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창으로 본 요리

다양함+건강 죽을 다시 본다

  • 김재준/ 국민대 교수 artjj@freechal.com

다양함+건강 죽을 다시 본다

다양함+건강 죽을 다시 본다

늙은 호박과 단호박을 섞어 만드는 호박죽은 산모, 위장이 약한 사람, 회복기 환자에게 좋다.

아침을 먹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출근하느라 바빠서” 또는 “다이어트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아침을 적당히 먹는 편이 오전 근무의 생산성을 훨씬 높여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토스트와 커피, 우유, 시리얼, 달걀프라이, 베이컨 등으로 아침을 먹는 집이 늘고 있다.

나도 예전에는 밥을 먹지 않고 잘 버티는 편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쌀을 먹지 않고 지나간 날은 무엇인가 허전해지기 시작했다. 예전에 직장 선배가 마흔 넘으면 밥 생각이 날 것이라고 하더니 정말 그 말이 실감났다.

그래서 아침상 차리는 번거로움을 덜어주면서 맛있는 한 끼 식사가 될 수 있는 것으로 나는 우리 입맛에 맞는 죽을 택했다.

동남아나 홍콩에 출장 가면 나는 우리 죽보다 훨씬 묽은 광둥식 죽을 먹는다. 메뉴에 ‘Congee’라고 쓰여 있는데 중국말 ‘꽁쥬’를 영어로 표기한 것이다. 홍콩의 호텔에 머무르게 되면 아침에 나오는 조식 뷔페에서 항상 이 ‘Congee’를 먹곤 한다. 홍콩식 죽은 일단 먹기가 편하고, 남쪽 지방 쌀 특유의 향이 난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지만 먹다 보면 아주 별미다.

죽은 밥보다 더 먼저, 솥이 이용되기 전부터 발달한 음식이라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쌀을 간 물에 우유를 넣고 쑤는 ‘타락죽’이란 것이 있었는데 궁중 보양식으로 인기를 끌었을 정도로 영양이 많다.



쌀과 물의 분량을 조절하면 다양한 형태의 죽이 만들어진다. 흔히 말하기를 쌀의 1.5배 정도 물을 부으면 밥이 되고, 5~10배 정도 물을 부으면 죽이 된다. 죽을 쑬 때도 물을 많이 부을수록 먹기 쉬워지고 소화도 잘 된다. 최근에 아파서(T_T) 어지러워서(@u@) 죽을 많이 먹게 되었다.(이모티콘을 써보니 재미있네요.) 그런데 죽의 세계는 놀랄 정도로 다양하고 깊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양함+건강 죽을 다시 본다

게의 달큰, 시원한 맛과 미역이 어우러지는 ‘게살미역죽’은 산모나 이유식 후의 아이에게 좋다. 검은깨로 쑤는 흑임자죽은 쌀보다 검은깨가 더 많이 들어가야 맛이 좋다. 황기인삼닭죽은 여름철 보양식으로 좋은 닭죽에 황기나 인삼, 대추를 넣어 쑨, 병약자에게 좋은 건강 죽이다.(왼쪽부터)

죽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일단 가장 평범한 흰죽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흰죽도 유기농 현미찹쌀로 만들면 특색 있는 죽이 된다. 식물성 지방이 풍부한 깨죽이나 잣죽, 검정깨로 만드는 흑임자죽, 인삼죽, 녹두죽, 호박죽, 새우죽, 해물죽, 닭죽, 버섯굴죽이 기본적인 메뉴다. 또 육류와 채소가 들어간 죽, 명태를 쌀과 함께 참기름 넣고 볶다가 끓인 죽, 자연송이와 소라를 넣어 쑨 죽, 김 미역 다시마 매생이 등 여러 해초를 갈아서 쑨 바다의 죽도 있다. 각종 국에 밥을 조금 넣고 끓인 국밥도 알고 보면 죽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전복 내장을 넣어 푸르스름하고 고소하게 끓인 전복죽도 맛있다.

죽에는 기호에 맞춰 넣도록 다진 파가 곁들여진다. 그리고 보통 달걀이 많이 들어간다. 죽 자체에 여러 재료가 들어가는 까닭에 반찬의 종류가 많지 않지만 따라오는 반찬으로는 젓갈과 물김치, 콩나물, 우엉 등이 있다. 김치의 매콤하고 신 맛, 젓갈의 강하고 짠 맛, 물김치의 시원함도 죽과 잘 어우러지는 맛들이다. 장조림도 반찬으로 자주 나오는 편이다.

다양함+건강 죽을 다시 본다

쌀뜨물에 새우와 아욱을 넣고 된장으로 간을 하는 가을철 별미죽인 ‘새우아욱죽’(왼쪽)과 ‘쇠고기 애호박죽’.

내가 자주 가는 곳은 ‘본죽’인데 일단 체인점이라 어디서든 찾기가 쉽고 집 가까운 곳에 있기 때문이다. 특별히 다른 죽 전문점보다 맛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쁘지도 않다. 또 서울 대학로 서울대병원 후문 옆 골목에 있는 곳과 삼성강북병원 길 건너편에 있는 곳을 자주 간다. 서울 서소문 대한항공 본사 옆 ‘보양죽집’은 새우죽, 버섯굴죽이 좋고 식후에 나오는 과일즙이 아주 맛있다.

서울 역삼동 상록회관 뒤 다화(02-508-3785),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 빌딩 지하 2층의 미단(02-2112-2983), 서울 충무로 극동빌딩 위의 송죽(02-2265-5129), 서울 중구 백병원 맞은편 서울골프 2층 죽향(02-2265-1058) 등도 추천할 만한 곳이다.

죽은 밥을 잘 소화하지 못하는 노약자들의 음식으로 인식돼왔지만 최근에는 소화가 잘되는 건강식으로 되살아났다. 카페 같은 인테리어로 꾸민 죽집도 많아지고 신세대 음악이 흘러나오고 소파를 놓아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한 곳도 많다. 대학가 신세대 죽집에는 치즈가 들어간 야채죽, 참치죽도 있다. 다양한 죽으로 건강한 아침, 활기찬 하루를 맞이해보는 것은 어떨까.



주간동아 422호 (p92~93)

김재준/ 국민대 교수 artjj@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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