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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배의 Food in the City

돼지 냄새 살짝 전통 순대 ‘수애’ 씹는 맛이 최고

제주 순대

  • 박정배 푸드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돼지 냄새 살짝 전통 순대 ‘수애’ 씹는 맛이 최고

돼지 냄새 살짝 전통 순대 ‘수애’ 씹는 맛이 최고

‘광명식당’의 순댓국.

돼지는 제주인 잔치의 필수품이다. 옛날부터 잔칫날이면 제주인들은 돼지를 잡았고 털이나 뼈처럼 먹을 수 없는 것을 제외한 모든 것을 상에 올렸다. 돼지 피와 내장도 알뜰하게 활용했다. 피는 메밀과 보릿가루, 마늘 같은 약간의 양념과 함께 제주식 전통 순대 ‘수애’로 만들었다. 수애와 삶은 돼지 살코기 한 점, 말린 두부 둔비를 담은 접시 ‘반’을 아이에서 노인까지 골고루 나눠 먹었다. 거기에 몸(모자반)과 수애, 돼지 뼈, 살코기, 내장 등을 넣고 끓인 몸국을 곁들였다.

메밀과 돼지 피로 만든 전통 순대 수애는 거의 사라졌다. 재래 돼지 사육으로 유명했던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는 아직까지 수애를 맛볼 수 있는 ‘가시식당’이 있다. 돼지 냄새가 살짝 나긴 하지만 밀도 있는 초콜릿 같은 수애는 먹을 만하다.

제주 토박이는 돼지에서 나는 냄새에 육지 사람만큼 민감하지 않다. 바닷가 사람들이 생선 비린내를 당연히 여기는 것과 같은 이유라고 볼 수 있다. ‘가시식당’ 근처에 3년 전 둥지를 튼 로컬푸드 요리사 박소연 씨는 아플 때 몸국 한 그릇을 먹으면 몸이 좋아진다고 했다.

제주에서 가장 큰 동문시장에는 육지식 제주 순대의 터줏대감 ‘광명식당’이 있다. 제주에는 해방과 6·25전쟁을 거치면서 군인, 피난민이 몰려들었다. 피난민은 주로 호남 사람이었다. 그리고 1970년대 초 호남에 기근이 발생해 또 한 차례 육지 사람들이 대거 유입됐다. 육지 사람들은 동문시장에서 장사로 생계를 이어갔다.

자체적으로 순대를 만들고 내장을 다듬는 순대 전문점이 많이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제주 광명식당은 토박이에게도 순대와 내장을 맛볼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찹쌀을 넣은 순대도 판다. 보성시장 순대골목은 허영만 만화 ‘식객’에 등장하면서 현지인은 물론 관광객도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보성시장에 있는 작은 상가 대부분이 순대 전문점이다. 시장에 들어서면 보성시장 순대골목의 특징인 소창 순대를 말리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선지와 당면 등이 들어간 육지식 순대의 전형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수애는 오랫동안 잔칫날 먹는 음식이었다. 하지만 제주 서문시장에는 수애와 다르고 육지식 순대도 아닌 외식용 순대가 있다. 이곳은 관광객이 거의 찾지 않는 작은 시장으로, 제주 전역 식당에 순대를 공급하는 소형 순대 제조업체 몇 곳이 영업하고 있다. ‘할머니순대집’은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순댓집으로 일제강점기 때 장사를 시작했다. 그다음으로 역사가 오래된 ‘할머니 몽실순대’는 길 앞쪽에 있다. 이곳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순대를 사갈 수는 있지만 앉아서 먹을 수 있는 공간은 없다는 것이다. ‘할머니 몽실순대’에서 파는 순대는 선지, 멥쌀, 양배추와 함께 당면을 넣는 것이 특징이다.

대중적인 당면 순대는 서울 신림동에서 1970년대 이후 본격화됐다. 일제강점기 제주에는 당면공장이 있었고, 당면을 넣은 순대가 서문시장에 아직도 남아 있다. 잔칫날 먹는 수애와 외식용 순대는 좀 다르다. 방금 만들어낸 것임을 감안해도 ‘할머니 몽실순대’의 내장과 순대는 돼지 냄새가 없고 기품이 있다. ‘할머니 몽실순대’ 주인의 여동생은 제주 건입동 용진교 부근에서 이 집 순대와 내장을 파는 ‘하나로국밥’을 운영한다. 서문시장식 순대를 맛볼 수 있는 공간이다. 제주의 순대는 다양하고 맛 편차도 상당한 편이다.

돼지 냄새 살짝 전통 순대 ‘수애’ 씹는 맛이 최고

‘보성식당’의 육지식 순대(왼쪽)와 ‘가시식당’의 수애.





주간동아 2014.10.06 957호 (p69~69)

박정배 푸드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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