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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공유도시 서울’ 어디까지 왔나

공공 차원의 모델 채택 2년, 다양한 도전과 의식 변화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공유도시 서울’ 어디까지 왔나

#1 대학생 정윤우(22) 씨는 올해 초 친구로부터 렌터카보다 저렴한 카셰어링 서비스가 있다는 말을 듣고 나눔카 서비스 ‘쏘카’에 가입했다. 최소 30분에서 10분 단위로 차를 빌릴 수 있어 합리적이었다. 정씨는 “차를 빌리고 반납하는 지점이 집 근처라 자주 이용한다. 자동차 구매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당분간은 이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2 두 아들을 둔 주부 김현아(36) 씨는 어린이집으로부터 아동 의류 공유 서비스 ‘키플’을 소개받았다. 아이가 입을 만한 반바지 새 제품이 8000원대인 반면, 여기서는 양질의 중고 제품을 2000~5000원대에 구할 수 있었다. 그는 “아이들 옷이 어른 옷 못지않게 비싸기도 하고, 좋은 걸 사줘도 얼마 못 입으니 아쉬웠는데 다양한 옷을 입힐 수 있는 서비스를 알게 돼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공유경제’를 이용해 경제적 만족감을 얻었다는 점이다. 공유경제란 2008년 미국 하버드법대 로렌스 레식 교수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 한 번 생산된 제품을 다수가 공유해 쓰는 협업소비를 기본으로 한 경제 방식을 뜻한다. 2011년 4월 미국 ‘타임’지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10가지 방법 가운데 하나로 공유경제를 선정했다.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 차량 중계 서비스 ‘우버’로 대표되는 공유경제는 서구권에서 아시아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2년 9월 서울을 ‘공유도시’로 선언하고 공간, 물건, 경험과 지식, 정보 등의 자원을 함께 사용함으로써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공유서울’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서구권에서 시민단체와 기업 중심으로 공유사업 모델이 이뤄진 것과 달리, 서울시는 세계 최초로 공공 차원의 공유사업 모델을 채택했다.

‘공유도시 서울’ 어디까지 왔나

카셰어링 서비스 ‘쏘카’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주로 온라인 정보에 밝은 20~40대다.

소비 비용 절약에 공동체 형성까지



‘공유도시 서울’ 사업 중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건 승용차 공동 이용 사업(나눔카·카셰어링)이다. 서울시는 나눔카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기업(‘그린카’ ‘쏘카’ 등)을 서울시 공식 사업자로 선정해 카셰어링을 독려하고 있다. 서울시내 709개소에서 차량 1363대를 운영하고, 공영주차장 50% 할인 혜택도 준다. 전국 750여 개 구역에 차량 1300대를 보유한 쏘카 홍지영 팀장은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회원 수가 5만 명이었는데 올해 상반기 크게 늘어 30만 명이 됐다. 하루 이용 건수는 2000여 건 가까이 된다”고 밝혔다. 9월 15일부터는 국내 최초로 허브형 편도 카셰어링 서비스도 시작했다.

“초기에는 마케팅 담당이 2명뿐이었고, 비용도 넉넉지 않아 홍보에 애를 먹었는데 거점이 늘고 입소문이 나면서 회원이 빠르게 증가했어요. 외부 업무가 있지만 회사 차를 쓰기에 상황이 여의치 않은 직장인이나 자영업자 외에 대학생 수요도 많아요.”

‘공유도시 서울’ 어디까지 왔나

아이 옷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키플’은 자치구, 어린이집들 과 연계해 옷을 수거하고 판매해 부모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아이 옷 공유기업 ‘키플’은 자치구, 어린이집들과 연계해 작아서 입지 못하는 아이 옷을 공유하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어린이집을 통해 부모들로부터 아이 옷을 제공받아 가격과 품질에 따라 판매가격의 70%를 키플머니로 적립해주는데 그걸 활용해 다른 아이 옷을 구매할 수 있다. 거래 건수는 지난해 2만2000건에서 올해 4만9000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고, 참여 자치구도 지난해 2개 구에서 6개 구로 늘었다. 현재까지 등록된 아이 옷은 8만3000여 벌로, 이 중 7만여 벌이 새 주인을 찾았다. 키플 이성영 대표는 “중고 옷에 대한 소비자의 선입견을 깨는 것과 홍보가 부족한 점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서비스 활성화를 고심하다 개개인이 물품을 등록, 배송하는 수고로움을 저희가 해소하기로 했죠. 미국 아이 옷 공유 서비스 스레드업(threadup)도 그런 추세로 가고 있거든요. 어린이집을 중심으로 홍보가 이뤄지자 모이는 옷의 볼륨이 커지고 등록되는 옷의 질도 좋아지는 선순환이 일어났어요. 작은 기업은 자치구 쪽과 네트워크를 만들기 쉽지 않은데 서울시가 자치구와 연결해주고 기업 신뢰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됐어요.”

공간 공유 사업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세계적인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는 창업 3년 만에 기업가치 10조 원을 돌파해 화제가 됐다. 토종 숙박 공유 서비스 ‘코자자’ 조산구 대표는 “국내의 외국인 관광객은 늘었지만 호텔은 모자란다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서울 358만 가구의 0.1%만 참여해도 많은 방을 확보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업 3년째에 접어들면서 서비스가 궤도에 올랐어요. 한옥을 공유하는 ‘한옥 스테이’ 외에 고급 주택을 공유하는 ‘파인 스테이’ 모델도 개발했죠. 전략도 경험도 있어서 치고 나가기만 하면 되는데 리소스가 부족한 상황이라 정부 차원에서 공유기업을 지원해주는 펀드가 있다면 서비스 확대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다행히 미래창조과학부와 정부정책자문위원회 등에서 이런 문제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요.”

공유경제의 일석이조 효과

약 3000면의 주차장을 운영하는 주차장 공유기업 ‘쎌팍’. 그들이 운영하는 주차장 중 10%는 음식점 오발탄, 서울 오피스텔, 개인 주차장 등 사유 공간이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받으면 빈 주차장을 찾아 유료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재이용률은 85% 선. 쎌팍 강찬룡 대표는 “서비스를 마다하는 사람은 없는데, 홍보가 잘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자전거나 차는 나눠 탈 수 있다는 인식이 있는데, 주차장에 대해서는 그 정도 인식이 없다 보니 사유 주차장 확보가 쉽지 않아요. 인천시청과 협의해 아시아경기대회 기간 무료 주차장으로 쓸 운동장 정보를 제공하고, 무료 주차장 정보와 월 주차가 가능한 사유 주차장을 안내했죠. 대대적인 홍보와 사회적 인식 변화가 필요한 상황인데, 일개 기업의 힘만으로는 인식을 바꾸기가 쉽지 않아요.”

공유경제는 세대 간 차이를 이해하고,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일석이조 효과도 낸다. 노원구청, 광진구청, 종로구청, 서대문구청에서 벌이는 ‘한지붕 세대공감’은 빈 방이 있는 65세 이상 어르신과 자취방이 필요한 대학생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내는 사업이다. 월세는 시세의 50%에 불과하다. 청년은 어르신의 말벗이 되고 소소한 일을 도와드리며 자원봉사시간을 인정받고, 어르신은 적적함을 덜 수 있다.

현재 서울 49가구에 학생 55명이 거주 중이다. 노원구청 정미경 주무관은 “설문조사에서 80% 이상이 만족했다. 학생과 어르신이 마음만 맞는다면 졸업 때까지 묵는 것도 가능하다. 학생들 신청은 많은데, 어르신들이 ‘집을 공유한다’는 개념이 익숙지 않아 어르신들에게 지속적으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유도시 서울’ 어디까지 왔나

숙박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코자자’에서 한옥 체험을 한 구글 에릭 슈미트 회장.

재능·물품 공유 공동체인 ‘은평 e-품앗이’는 2011년 5월부터 은평구 지역 내에서 통용되는 공동화폐 ‘문’을 통해 지역 주민의 물품과 재능을 공유하고 있다. 1문은 1원의 가치를 지닌다. 가입 회원은 1747명, 오프라인 가맹점은 54곳이다. 은평구에는 서울시 자치구 중 최초로 내년 4월 물품공유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은평 e-품앗이 운영자 장형선 씨는 “물품공유센터에서 생활필수품 공구(공동구매)와 캠핑 장비 대여가 이뤄지고 DIY(do it yourself) 체험교실도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 내역은 온라인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은행처럼 통장을 만들지만, 수기로 입력하는 게 특징이에요. 현금거래를 하지 않는 건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누는 공동체를 이룬다는 궁극적인 목표 때문이에요. 돈이면 다 되는 세상에서 돈이 아니어도 할 수 있는 게 있다는 것과 미약하지만 가정에 도움이 된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거든요. 저도 직장인이지만 어느덧 공유경제 전문가가 됐고, 전업주부이던 아내도 학생들에게 공유경제에 대해 교육하는 강사로 나설 정도가 됐죠.”

‘메트로폴리스 어워즈’ 특별상

LG경제연구원 성낙환 책임연구원은 7월 ‘공유경제 소비자들의 롱테일 수요 깨운다’라는 보고서를 내고 공유경제의 성장세와 그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는 “공유경제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제 성장이 정체되고 가계수입이 줄면서 소비 비용을 줄이고 추가 소득원을 마련하려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실리콘밸리에서도 공유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다. 공유경제가 친환경 트렌드에도 부합하고,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좀 더 쉽고 안전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 덕을 본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유경제 서비스의 성공 관건은 많은 가입자 확보입니다. 그러나 대다수 서비스가 초기에 대대적인 광고를 하기 어렵기에 ‘우버’처럼 구전 효과를 활용합니다. 거래 물품의 품질과 거래 주체에 대한 신뢰 확보도 중요하죠. 기존 사업자의 반발, 기존 제도와의 마찰도 고려해야 해요. 제대로 된 공유경제 활동이 이뤄지려면 지속적인 관리와 피드백이 이뤄져야 합니다.”

신개념과 기존 제도가 충돌한 대표적인 사례가 글로벌 차량 중계 서비스 ‘우버’에 대한 논란이다. 서울시는 5월 우버코리아와 차량대여업체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34조(유상운송 금지 등)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7월에는 국토교통부에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유상운송행위 알선 금지 규정 신설을 건의했다. 국토교통부는 자가용으로 손님을 태우고 대가를 받는 우버엑스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제81조 자가용 자동차의 유상운송 금지)을 위반한다고 봤지만, 우버 측은 우버엑스와 유사한 서비스를 서울시에서도 시행 중이니 법적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우버엑스는 무료 시범운영 기간이라 당장은 단속 대상이 아니다.

우버코리아 강경훈 대표는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미니스커트나 장발도 예전에는 단속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기존 틀만 고수한다면 혁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도 장기적으로는 우버만 막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쏘카 홍지영 팀장은 “진정한 의미의 공유경제가 되려면 개인 소유 차량을 나눠 탈 수 있는 플랫폼이 마련돼야 하는데, 유상운송금지법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 또한 카셰어링에 대한 법이 없어 무인 서비스지만 차고지를 등록하고 사람을 둬야 하는 등 비효율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코자자 조산구 대표는 “국가와 사회가 글로벌 공유기업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서울이 공유도시라면 그걸 끌어갈 대표적 기업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그런 기업이 많지 않아요. 홍보를 넘어 공유경제를 선도해갈 기업을 장려하고, 국가 차원에서 공유도시 서울 프로젝트를 보강할 필요가 있어요. 우버가 택시업계에 혼란을 준다고 말이 많지만, 택시는 시작에 불과해요. 에어비앤비 같은 거대 기업이 호텔업에 손을 대면 아마 사태는 더 심각해질 겁니다. 공유경제는 오프라인의 인터넷과 같아요. 그냥 두면 우버가 오프라인의 구글이 되고 에어비앤비가 오프라인의 아마존이 되는 상황이 오겠죠.”

‘혁신 과정은 플레이어 교체를 유발한다. 혁신은 기존 행위자들과의 사회적, 경제적 논란을 야기하지만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미국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의 말이다. 서울시의 ‘실험’에 해외 전문가들도 주목하고 있다. 서울시는 ‘제5회 메트로폴리스 어워즈’에서 ‘공유서울’ 정책으로 10월 8일 특별상을 받는다. 1985년 설립된 세계 대도시 연합인 메트로폴리스가 2002년부터 3년마다 시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기여했다고 판단한 세계 도시 우수 정책을 선정해 부여하는 상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와 유사한 도시 문제로 고민하는 저개발 국가 등에 정책을 전파해 도시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서울시 공유정책을 시민의 삶에 실질적 보탬이 되는 정책으로 발전시켜나가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사회혁신담당관 이계열 혁신기획 팀장은 “앞으로도 공유경제가 활성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공유경제국제자문단을 활용해 해외 전문가와의 교류 협력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유경제가 새로운 현상이고 실험이라 기존의 법, 제도와 충돌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공유경제로 나타난 현상, 공유경제를 방해하는 제도와 기존 법, 규제는 어느 선에서 개선되고 준수돼야 하는지 심도 있는 토론이 필요합니다. 기존 법체계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공유가치를 실현할 방법도 고민해야 하고요.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관련 이해관계자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 시민에게 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방안을 만들어나가겠습니다.”



주간동아 2014.10.06 957호 (p40~42)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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