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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디지털 저작물 불법유통 몸살

파일공유 서비스 ‘토렌트’ 대표적…최근 ‘TV패드’ 활개 한류 콘텐츠 타격

  • 문보경 전자신문 기자 okmun@etnews.co.kr

지구촌 디지털 저작물 불법유통 몸살

지구촌 디지털 저작물 불법유통 몸살

우리나라에서 인기리에 방송된 미국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위)와 ‘CSI’시리즈.

미국 주요 방송사들이 자사가 제작한 드라마의 한글 자막을 인터넷에 퍼뜨린 국내 아마추어 자막 제작자들을 집단 고소하면서 지난 한 달간 저작권 관련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국내에서 2011년 미국드라마(미드) 동영상과 자막 등의 불법유통을 방치한 인터넷 파일관리 서비스 ‘웹하드’ 운영자를 유죄 판결한 사례가 있지만 자막 제작자에 대한 고소는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저작권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한 번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사실상 미드 열풍을 이끌어온 이들에게 너무 가혹한 처사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6월 29일 워너브라더스와 20세기폭스, NBC, ABC 등 미국 방송사 6곳이 국내 한 법무법인을 통해 자막 제작자와 인터넷 카페 운영진, 업로더 등 15명을 서울 서부경찰서에 고소했다. 저작권법 제136조 1항에 따르면, 원저작자의 동의를 얻지 않고 2차적 저작물을 작성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로 간주된다.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들의 행동이 영리 목적이 아니라고 해도 원저작물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배포한 것이기 때문에 저작권법 위반이 될 수 있다.

미드 한글 자막 제작자 고소

저작권 전문가들은 그동안 원저작물 저작권자가 권리 침해를 당하고도 권리 주장을 안 했을 뿐이지, 저작권법을 저촉한 것은 맞다고 해석한다. 그럼에도 저작권 침해를 둘러싼 논쟁이 붙은 이유는 ‘갑자기 왜’라는 의문 때문이다. ‘미국드라마 콘텐츠’가 인터넷을 통해 갑자기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10여 년 전이다. 미국드라마 콘텐츠가 인터넷에 뜨자마자 자막 제작자들은 이를 한국어 자막으로 번역해 무료로 배포했다.

무료 배포 덕에 한국에서는 ‘미드’라는 용어가 생길 정도로 미국드라마 콘텐츠는 인기를 끌었다. 사실상 미드의 인기 비결은 한국 자막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그동안 미국 방송사들이 저작권 행사를 하지 않았던 데는 이러한 배경이 있을 것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게다가 통상적으로 미국 대형 방송사는 개인에 대해선 저작권 행사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들의 콘텐츠를 한국으로 들여오는 관련 업체들로부터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미국 방송사도 강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미드를 방영하는 국내 케이블방송에선 관련 수익 악화로 대책회의가 열렸고 전문 번역가들도 고사 위기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고소를 통한 합의금이나 손해배상보다 불법관행에 대한 제재 목적이 강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국민 정서다. 자막 제작의 불법성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데다 이미 하나의 ‘관행’으로 정착돼온 터다.

미국 방송사가 자막 제작자를 고소하고 경찰이 수사에 나선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그럼에도 저작권 강화 움직임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라는 지적이 전반적이다. 전 세계가 저작권 진통을 앓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 불법유통은 전 세계 골칫거리 중 하나다.

자막보다 더 큰 문제는 콘텐츠 불법유통에 있다. 미드의 불법유통은 주로 ‘토렌트’에서 시작된다. 토렌트는 사용자가 영화를 내려받으면 동시에 다른 이들에게도 영화 파일을 전송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대표적인 인터넷 파일공유 서비스다.

저작물을 불법으로 공유하는 현상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 퍼져 있다. 이에 맞서 불법공유를 막으려는 움직임도 거세다. 세계 최대 인터넷 파일공유 사이트 ‘메가업로드’와 ‘더 파이어리트 베이’ 설립자는 모두 구속됐다.

지구촌 디지털 저작물 불법유통 몸살

주 1회 인기 영화를 무료 서비스하는 올레 tv 모바일(왼쪽)과 TV패드.

자막을 둘러싼 저작권법 위반 논쟁은 오히려 흔치 않다. 폴란드에서 이 같은 일이 일어났다. 폴란드 경찰이 2007년 무단으로 자막을 제작해 사이트에 올린 사람을 체포한 것. 하지만 8년이 지난 2013년 5월 검찰은 불기소처분을 내린 바 있다. 미국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도 불법자막을 사용한 일이 있다. 넷플릭스는 불법자막을 이용한 사실에 대해 사과했지만 수사를 받지는 않았다.

한국에서 자막 제작자를 고소한 일이 일어나면서 이후 향방에 전 세계 이목이 집중돼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이 같은 분위기는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고소에 대한 국민 정서를 고려해 고소를 취하하고 원만하게 합의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 해도 이런 일이 생긴 이상 앞으로 원저작자의 허락을 받지 않은 자막 제작은 최소한 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각국 방송 무료로 시청

“국내에서부터 불법자막에 대한 기준이 세워져야 다른 나라에도 이를 요구할 권리가 생길 것이다.”

방송계 한 인사의 말이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도 국산 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를 보호하기 위해 외국어 자막 유통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근에는 새로운 개념의 방송수신기기까지 나와 한류 콘텐츠도 저작권 침해를 당하는 실정이다. ‘TV패드’라는 기기인데, 중국에서 제조한 일종의 인터넷TV 셋톱박스라고 할 수 있다. 손바닥만한 크기의 TV패드를 구매한 후 TV나 모니터 등 영상출력장치에 인터넷을 접속하면 특정 서버를 거쳐 세계 각국 방송 콘텐츠를 무료로 볼 수 있다. 실시간방송 시청 기능은 물론, 녹화와 주문형비디오(VOD) 이용도 가능하다.

이 TV패드가 중국에서 확산하면서 한국 방송 콘텐츠는 불법유통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최신 지상파 인기 드라마는 물론, 예능 프로그램과 애니메이션, 영화 등 방송과 영상 콘텐츠가 불법유통의 표적이 되면서 한류 콘텐츠의 해외 시장 창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뿐 아니라 호주, 미국 등지로 TV패드 보급이 확대돼 콘텐츠 불법유통 가능성이 훨씬 커졌다.

국내 방송사들이 이를 막으려고 나섰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TV패드 판매를 금지하려면 이 기기가 콘텐츠 불법유통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를 증명하려면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뿐 아니라 원하는 결과를 얻을지도 단정할 수 없다. 관련 서버가 중국 내는 물론 미국과 호주 등지에도 산재해 있어 서버를 막는 방법도 녹록지 않다. 나라마다 법·제도 적용이 달라 TV패드 확산을 막는 것도 어렵다.

다만, 저작권법이 잘 지켜지지 않았던 중국에서도 불법복제 콘텐츠 사용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은 기대할 만하다. 지난해 7월 중국 경찰 측은 불법 동영상 사이트 운영자를 체포했다. 이는 중국 검찰기관이 처리한 최초의 형사판결이다. 사이트 운영자 장모 씨는 징역 6개월과 벌금 2만 위안을 선고받았다. 중국 정부는 영상저작물 단속 정책인 ‘검망행동’을 실시하는 등 불법복제물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가 디지털 콘텐츠 불법유통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토렌트 같은 파일공유 사이트도 그만큼 발전해 당분간 불법복제물을 둘러싼 논쟁은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4.08.04 949호 (p48~49)

문보경 전자신문 기자 okm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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