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Classical | 조이영의 클래식 산책

도이치 캄머필과 베토벤 연주하다

지휘자 파보 예르비

  • 조이영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lycho@donga.com

도이치 캄머필과 베토벤 연주하다

도이치 캄머필과 베토벤 연주하다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을 이끄는 지휘자 파보 예르비.

요즘 국내 음악애호가 사이에서 파보 예르비(51)만큼 뜨거운 관심을 모으는 지휘자가 또 있을까 싶다.

2011년 파리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와서 ‘휘황찬란한 극채색(極彩色)의 음향’(음악 칼럼니스트 이영진)을 무대에 쏟아냈고, 지난해엔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의 선명하고 강력한 사운드로 한국 관객을 사로잡았다. 예르비는 이 두 악단을 포함해 독일 브레멘의 도이치 캄머필하모닉(도이치 캄머필)을 맡고 있으며, 2015년 시즌부터 일본 NHK교향악단 수석지휘자로도 취임한다. NHK교향악단이 예르비를 위해 악단 역사상 처음으로 만든 자리다.

예르비의 한국 공연을 안내하는 보도자료에서 그는 ‘영리하고 우아한 음악관, 선명하고 강력한 록 사운드’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다. 대개 이 같은 보도자료는 실제보다 과장되고 거품이 듬뿍 차올라 있을 때도 있지만 예르비의 경우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예르비의 손끝에서 피어오르는 음악은 더없이 섬세하고 생생하다. 예르비의 공연은 무대와 객석 간 거리가 느껴지지 않는다. 단원의 경조사를 일일이 챙기고 작은 소리까지 귀 기울여 듣는 예르비를 중심으로 악단이 똘똘 뭉친다고 한다.

2010년 이래 4년 연속 한국을 찾는 예르비는 12월 4, 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도이치 캄머필과 첫 내한 무대를 선보인다. 이번 아시아 투어에선 베토벤 교향곡 9곡을 전부 연주하는데, 클래식 시장이 상대적으로 빈약한 한국에서는 이틀에 걸쳐 3, 4, 5, 7번만 연주한다. 예르비는 이 악단을 두고 “단원들이 매니지먼트, 단원, 지휘자를 스스로 선택한다. 여기서는 계급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 오케스트라에서는 직업으로 일한다기보다 인생을 살아간다는 느낌”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예르비와 도이치 캄머필의 베토벤 연주는 오랜 시간 함께 연마하며 호흡을 맞춰온 결실이다. 예르비는 1990년대 후반부터 10년간 이 오케스트라와 꾸준히 베토벤을 연주하다가 2009년 총 결산 작업으로 뉴욕, 파리, 잘츠부르크, 본 등에서 전곡 사이클을 열어 평단과 관객을 놀래게 만들었다. 예르비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내 신념에 따라 멋진 동료 음악가들과 함께 현대에 어울리는 베토벤을 창조하고 싶다. 외면적으로 눈에 보이는 신선함이 아니라 지적이면서도 감성적인 자극으로 가득 찬 새로운 내용이어야만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연주가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르비와 도이치 캄머필이 RCA 레이블을 통해 발매한 베토벤 전곡 시리즈 음반을 두고 음악칼럼니스트 이영진은 “이토록 용맹하고, 이토록 당돌하며, 이토록 자극적인 베토벤이 요즘 레코딩으로 또 있을까”라며 감탄한다.

예르비는 지휘 명문가의 장남이다. 에스토니아 혈통을 지니고 미국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명장 네메 예르비고, 남동생 크리스티안도 지휘자로 활동한다. 아버지는 핀란드의 거장 파보 베르글룬트를 닮으라는 뜻에서 장남 이름을 지어줬다. 여동생 마리카는 플루티스트다.

예르비는 에스토리아 타린에서 지휘와 타악을 공부했으며,아버지를 따라 이주해 미국 커티스 음악원에서 지휘를 배웠다.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에서 레너드 번스타인을 사사하고 안탈 도라티, 게오르크 숄티, 주빈 메타에게도 지휘를 배웠다. 2001년 미국 신시내티 심포니의 수석지휘자로 부임해 2012년까지 그 자리를 맡아 ‘미국 뉴 빅 5’ 악단에 속하도록 기량을 한껏 끌어올렸다.

예르비와 도이치 캄머필의 조합은 내년과 내후년에도 한국에서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연기획사 빈체로는 “2014년에는 브람스 교향곡 전곡, 2015년에는 슈만 교향곡 전곡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주간동아 2013.11.25 914호 (p69~69)

조이영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lycho@donga.com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218

제 1218호

2019.12.13

“긴 터널 빠져나오자 우울의 고장”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