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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경기장 안팎서 ‘레 블뢰 (佛 축구팀) 망신살’

유로 2012 8강 탈락에 선수 막말 파문, 프랑스 국민 부글부글

  • 파리=백연주 통신원 byj513@naver.com

경기장 안팎서 ‘레 블뢰 (佛 축구팀) 망신살’

조별 예선 탈락이라는 유례없는 부진한 성적을 보이고, 선수들의 단체훈련 거부로 레이몽 도메네크 감독에 대한 경질까지 초래했던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은 전초전에 불과했다. 유럽인의 축구축제 유로 2012에 참가한 프랑스 축구 국가대표팀 ‘레 블뢰’는 또 한 번 자국 축구팬을 실망시켰다. 6월 23일 토요일, 세계 챔피언인 스페인과 8강전을 마친 후 프랑스 대표팀 탈의실에는 침묵이 흘렀다. 다음 날에도 일부 선수만 현지 팬들의 사인 요청에 잠시 응했을 뿐 대부분 아무 말 없이 프랑스행 비행기에 올랐다. 유로 2012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6월 11일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에서 프랑스와 영국의 조별 예선전이 시작됐다. 전반 30분, 영국의 레스콧이 프랑스 골문을 흔들었다. 우크라이나까지 원정 응원을 간 프랑스팀 서포터스 얼굴에 실망감이 역력했다. 그러나 9분 뒤, 맨체스터 시티에서 활약하는 프랑스의 대표 미드필더 사미르 나스리가 회심의 골을 넣었다. 집에서 TV로 경기 중계를 보던 프랑스인들은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고, 중계석의 진행자들도 한껏 들떠 나스리를 칭찬했다.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득점에 성공한 나스리가 검지를 입에 대며 “입 닥쳐”라고 말하는 장면이 TV 화면에 그대로 비친 것. 당시 중계를 맡았던 국가대표 출신 비셴테 리자라주는 “아마도 특정 언론을 향한 메시지인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과연 누구를 향한 욕설인지’ 경기를 지켜본 많은 사람의 호기심이 커져만 갔다.

욕설 후 “기삿거리 생겨 좋겠네”

정황은 이렇다. 사실 나스리는 유로 2012에 대비해 치른 여러 번의 평가전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에 프랑스 최대 축구 전문지 ‘레키프(L’equipe)’는 그의 자질에 관한 부정적 기사를 여러 차례 실었다. 나스리는 기사를 접하고 “코치와 감독이 지시한 대로 따랐을 뿐인데, 매번 이렇게 나를 공격하는 기사가 나면 그 기사를 읽는 우리 가족의 마음은 어떻겠는가”라며 “언론의 표적이 항상 나라는 점이 이제는 지겹다”고 밝힌 바 있다. 언론사에 악감정을 가진 그가 영국과의 경기에서 득점하자 자신을 향한 비판을 자제하라는 의미로 공개 욕설을 한 것이다.



한편 파브리스 주오 ‘레키프’ 편집장은 “나스리의 행동을 심각하게 생각지는 않는다”며 “탄탄한 언론이 이런 일로 흔들릴 염려는 없다”고 대응했다. 더불어 라디오 채널 RTL에 초대된 노엘 르 그라에 프랑스 축구협회(FFF) 회장도 “논란이 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르 그라에 회장은 유럽축구연맹(UEFA)이 나스리를 영국-프랑스전 최고의 선수로 선정한 점을 들어 “축구선수는 개인 행동이 아닌 실력으로만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스리는 주변의 관용 덕분에 가까스로 논란을 피한 듯 보였으나, 스페인과의 8강전에서 두 번째 욕설 파문에 휘말렸다. 경기 패배 후 4강 진출이 좌절된 프랑스팀이 공식 기자회견을 하지 않는 바람에 취재진이 개별 선수의 소감이라도 들으려고 애타게 기다렸다. 이때 각 언론사 기자들이 대기하는 구역 앞으로 나스리가 지나갔다. 기회를 놓칠 수 없었던 한 기자가 그에게 한마디를 부탁했다. 하지만 나스리는 “기자들은 항상 얘기를 지어내 문제를 일으키려고 하니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며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이에 화가 난 기자가 “그럼 꺼져라”라고 대응했고, 자리를 뜨려던 나스리는 걸음을 멈춘 뒤 기자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고는 “이제 됐나? 이러면 기삿거리가 생기니 좋겠네”라고 비아냥거리며 현장을 떠났다.

첫 번째 욕설 파문과 달리 이 사건으로 프랑스 축구계가 일대 혼란에 빠졌다. 사건 파장이 일파만파 번지자 나스리는 트위터를 통해 심경을 밝혔다.

“요즘 진실과 거리가 먼 소문이 퍼진다. 프랑스 서포터스와 어린 꿈나무들이 내가 진심으로 후회한다는 점을 알아주면 좋겠다. 내가 뱉은 말이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준 것 같다. 하지만 난 프랑스 대표팀과 축구를 사랑하며 대중을 존중한다. 나머지는 나와 몇몇 기자 사이의 개인적인 문제다. 적당한 시기가 되면 모든 것을 자세히 설명하겠다.”

하지만 그의 후회는 너무 늦은 것 같다. FFF는 나스리의 대표팀 영구제명까지 고려하는 상황이다.

나스리에 대한 징계가 불가피한 가운데 또 다른 선수도 자질 문제로 입방에 오르내린다. 제레미 메네즈와 얀 엠빌라, 아템 벤 아르파 등이다. 현재 파리 생제르망에서 뛰는 제레미 메네즈는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후반전에 투입됐으나 경기 내내 자신의 포지션에 소홀했다. 스페인의 골로 직결될 수 있는 위험한 경기운영을 보이기도 했다. 항간에는 메네즈가 경기 도중 자신에게 쓴소리를 하는 주장 위고 요리스에게 욕을 하고, 이탈리아 주심에게도 욕설을 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10만 유로 보너스 미지급 논의 중

스페인전에서 올리비에 지루와 교체된 얀 엠빌라(렌)는 감독은 물론 교체되는 선수와 악수를 해야 하는 전통적인 ‘교체 매너’를 지키지 않은 채 벤치로 직행했다. 이 때문에 그를 기다리고 서 있던 지루가 당황한 기색을 애써 감추며 경기에 집중했다. 벤 아르파(뉴캐슬 유나이티드 FC)는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인 스웨덴전에서 문제를 일으켰다.

예상보다 강하게 압박을 가해온 스웨덴을 상대로 힘겨운 전반전을 마치고, 프랑스 대표팀 탈의실에 들어선 로랑 블랑 감독은 자기 눈을 의심했다. 아르파가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보고 “지금이 통화할 때냐”며 아르파를 나무랐고, 두 사람은 경기 후에도 마찰을 빚었다. 스웨덴에 대패한 후 아르파가 자신이 후반전에 교체된 데 대해 감독에게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문제의 세 사람에 대한 징계 수위로 ‘4경기 출장 정지’를 예측한다.

한편 레 블뢰에게 약속된 보너스도 논란거리다. 유로 2012 8강에 진출한 대표팀은 선수 한 명당 10만 유로의 보너스를 받는다. 그러나 많은 국민은 물론이고 정치계에서도 “받을 자격이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프랑스 급진당의 장루이 보를로 총재는 “대표팀에게 지급할 보너스를 아마추어 축구 발전을 위해 기부하는 것이 낫다”고 언급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측근인 올리비에 포르 사회당 의원도 방송에 출연해 “경제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프랑스 축구 국가대표팀이 부진한 성적을 내고 심각한 물의를 빚고도 10만 유로라는 거액의 보너스를 받는 모습은 서민의 분노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체육부는 보너스를 지급하지 않는 방안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때와 비교되자 당시 온 국민에게 비난받았던 레이몽 도메네크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도메네크 전 감독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요즘 활약하는 젊은 스타 선수들은 관리가 쉽지 않다”며 “축구는 팀워크가 무척 중요하다. 몇 사람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대표팀이 분해되는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로랑 블랑 감독은 계약 연장을 위해 FFF와 장기 협상을 진행 중이다. 르 그라에 FFF 회장은 2년 계약연장 조건으로 감봉과 코칭스태프 전격 감축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랑 감독이 FFF의 조건을 거부할 경우 릴의 뤼디 가르시아 감독과 앙투안 콩부아레 전 파리 생제르망 감독이 후임자 명단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레 블뢰의 다음 경기는 8월 15일, 2014년 브라질월드컵 예선에 대비하는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이다. 블랑 감독에게 또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질지, 팀 구성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주간동아 2012.07.09 845호 (p38~39)

파리=백연주 통신원 byj5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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