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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그 많던 비보이는 어디로 갔을까 03

배틀보다 공연예술로 거듭나야

비보이 1세대의 조언…유행 피하려면 문화적, 질적 변화 필요

  • 이우재(B-boy Fire) 한림예고 실용무용과 학과장

배틀보다 공연예술로 거듭나야

배틀보다 공연예술로 거듭나야
한국 비보잉을 세계가 인정하고 세계 언론이 집중하자 대중매체는 비보잉에 대한 특집기사와 얘기를 쏟아냈고, 그들의 삶은 고스란히 파헤쳐졌다. 물론 불미스러운 일도 없지 않았지만, 그것은 그들의 문화를 지키기 위한 하나의 방편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대중매체가 오도한 기사는 화려한 무대와 달리 그들을 처량한 모습으로 비치게 만들었고, 그들의 삶에 편입된 오해로 비보잉팀들은 와해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힘든 상황 속에서도 놀이문화로 인식하고 즐기는 데 의미를 둔 외국 비보이와 달리 한국 비보이는 전문 직업의식을 갖고 비보잉을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였기에 그 발전 속도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문화에 대한 장기적 안목 부족

비보잉이 냄비문화로서 한때의 유행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문화적, 질적 변화가 중요하다. 하위문화로 인식돼온 비보잉은 힙합문화의 대표 브랜드로 그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했다. 힙합음악과 더불어 대중에게 알려진 비보잉은 2001년 이후 한국에서 빠른 속도로 발전을 거듭했다.

세계대회 우승은 한국 대중에게 알릴 충분한 기회를 제공했고, 그에 따라 비보잉은 배틀대회에만 머무는 문화가 아닌, 공연예술문화로 발전을 꾀할 수 있었다. 또한 비보잉을 공연예술작품으로 창작해 그 가치를 인정받으며 일약 하위문화에서 주류문화로 급부상했다. 거리의 춤을 극장 춤으로 변화시킨 한국 비보잉을 세계에서도 인정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관심 속에 2005년 국정홍보처는 한국을 알리는 대표 문화로 비보잉을 선정했다. 한국 전통문화가 아닌 서구에서 유입한 대중문화를 한국 대표 문화로 선정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인 일이다. 미국과 일본에서도 이러한 경우는 없었으며, 비보잉을 예술로 승화하려고 어마어마한 자금을 투자하는 프랑스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사례다.

또한 한국관광공사에서 지원하는 R-16 KOREA 세계비보이대회는 세계가 인정하는 16개 팀을 초청해 경연하는 국제대회로 거듭나고 있으며, 한국이 세계 비보잉의 중심에 섰다는 것을 보여주는 근거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한국은 유행에 너무 민감해 문화에 대한 장기적인 안목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장기적 관점에서 비보잉 문화를 배틀문화보다 공연예술문화로 발전시키고 있다. 공연예술문화야말로 문화의 중점 가치로, 유행이 지나도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대응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적 비보잉 문화 체계적 정립을

그러나 한국은 세계적인 실력을 갖춘 한국 비보잉을 공연예술문화로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지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팩(한국공연예술센터)과 시댄스(서울세계무용축제)에서 지원하기는 하지만 미약한 편이다. 대부분 상업적으로 이익을 안겨주는 배틀대회에만 치중하고 있어 유행이 지나면 비보잉 문화는 한낱 추억 속 놀이로 끝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을 방지하려면 교육환경과 교육기관이 장기적 발전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교육이 앞서면 문화도 앞서게 돼 있다. 한국은 외국의 비보잉 교육에 비해 정식 교육기관이 활성화돼 있어 교육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 정식 고등교육에 학과로 편성돼 있는 것이다. 그만큼 전문 지식을 갖춘 인재를 지속적으로 양성할 수 있으며, 그 풍부한 인적 자원이 여러 분야로 발전할 가능성도 높다. 물론 외국의 경우도 교육환경이 좋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식 고등교육 과정으로의 편입은 한국에만 있는 흔치 않은 사례다. 바로 이러한 점이 한국 비보잉이 한국적 이미지를 가진 다양한 문화로 발전해 외국 비보잉을 앞설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이다. 또한 전문적인 비보잉 교육은 다양한 측면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도 지닌다. 즉 전문 비보잉 교육은 창작을 활성화하고, 창작은 예술로 승화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 정체된 춤이 아닌 흐르는 춤으로 발전시킬 수 있기에 춤의 기능을 넘어 예술적, 사회적 관계로 풀어나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교육의 질을 담보하려면 그와 관련한 학문 영역을 넓히면서 체계적으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 비보잉에 관한 석학들의 논문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비보잉 전공자들도 비보잉에 관한 학위를 취득해나가고 있다. 또한 여러 학문적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한국의 비보잉을 외국에 종속된 것으로 인식하기보다 한국적인 비보잉 문화로 보는 긍정적인 인식도 연구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 비보잉의 현실적 열악함은 그들 자신이 만든 것이 아니라 대중매체의 그릇된 견해에서 나온 것일 수도 있다. 매체에 의해 편견을 갖게 된 대중이 그 편견에 기반을 두어 그들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모든 문화와 예술에는 어두운 측면이 있게 마련이다. 비보잉의 어두운 측면에만 집중하기보다 개선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에 집중해야 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외국에 앞서 비보잉을 공연예술문화와 교육문화로 생각하고 발전시켜나간다면 단순히 거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국 특유의 공든 탑을 쌓는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비보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문화에 관한 문제다.

우리는 세계에 내세울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문화가 사람들의 정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그 문화가 새로운 가치관으로 새롭게 만들어 새로 탄생한 한국적인 비보잉이었으면 한다. 다른 어떤 것이라도 좋다! 그것은 문화를 삶 속에서 누리는 우리가 관심을 갖고 해야 할 일이다.



주간동아 2012.07.09 845호 (p18~19)

이우재(B-boy Fire) 한림예고 실용무용과 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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