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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日 손정의 “태양광 발전소 투자”

자연에너지 개발 이색 사업에 도전… 비즈니스 모델 구축이 ‘발등의 불’

  • 도쿄=이종각 한일관계 전문 칼럼니스트

日 손정의 “태양광 발전소 투자”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정보기술(IT) 기업인 소프트뱅크 손정의(孫正義·54) 사장의 이색 행보가 화제다. 먼저 손 사장은 개인 자산 100억 엔(약 1300억 원)을 지진 피해자 지원 성금으로 쾌척했다. 개인으로선 가장 ‘통 큰’기부다. 그리고 올해부터 사장직에서 물러날 때까지 연봉 전액을 지진으로 부모를 잃은 고아들을 위해 기부하기로 했다. 손 사장의 연봉은 약 1억800만 엔(2009년 기준, 14억 원).

미국 경제주간지 ‘포브스’가 발표한 2011년 세계 억만장자 목록에 따르면, 손 사장은 개인 자산 약 81억 달러(8조8000억 원)로 일본 최대 부자(세계 113위)다. 그는 개인 기부 외에 소프트뱅크 명의로 10억 엔(13억 원), 야후재팬 명의로 3억 엔(39억 원)을 기부했다.

캐주얼 의류 체인 유니클로의 야나이 다다시(柳井正) 회장 겸 사장이 10억 엔을 내기도 했지만, 이를 제외하곤 일본의 저명 기업인 가운데 개인적으로 성금을 낸 경우는 거의 없다. 인기 연예인 중에는 남성 5인조 보컬 SMAP가 4억 엔(52억 원), 프로야구 선수 이치로가 1억 엔(13억 원)을 기부했다. 천재 10대 골퍼 이시카와 료(石川遼)는 올해 참가하는 모든 대회의 상금은 물론, 시합 중 버디 1개당 10만 엔(130만 원)을 기부(목표액 약 2억 엔, 26억 원)하기로 했다. 이들이 지진 피해자 성금 거액 기부자로 불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손 사장이 낸 기부금이 얼마나 큰 액수인지 짐작할 수 있다.

통신회사에서 에너지 기업으로

손 사장은 재일교포 3세로 미국 유학을 마치고 일본에 돌아와 24세에 컴퓨터 유통업체인 소프트뱅크를 차렸다. 이후 그는 일본 성 야스모토(安本) 대신 ‘손’이라는 한국 성에 ‘마사요시(正義)’라는 이름을 사용함으로써 ‘한국계 일본인’의 길을 선택했다. 일본에 귀화한 것이다. 그는 일본 사회에서 온갖 차별을 받은 재일교포 3세지만, 미증유의 대지진으로 어려움에 처한 일본인을 위해 선뜻 거액을 기부했다. 우리에겐 특별한 의미가 있지만, 일본 매스컴은 손 사장의 거액 기부를 사실 위주로만 차분히 보도할 뿐이다.



거액 기부 후 손 사장은 자연에너지와 관련한 이색 행보로 또 한 번 주목받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휴대전화 등 통신사업 회사로, 자연에너지 분야와는 전혀 관련 없다. 그런데 손 사장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자연에너지의 중요성이 대두하자, 그것의 이용 확대와 관련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

손 사장은 월간지 ‘세카이(世界)’ 6월호에 ‘동일본에 솔라 벨트 지대를…’이라는 논설을 기고했다.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 같은 자연에너지의 확충을 제안한 이 논설을 읽은 간 나오토(管直人) 총리는 5월 14일 도쿄 시내의 한 음식점으로 그를 초대해 3시간 가까이 의견을 교환했다. 이 자리에서 손 사장은 자연에너지 추진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간 총리는 “크게 힘을 얻었다. 재생 가능한 에너지 보급을 열심히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하며 의기투합했다.

간 총리는 손 사장과 면담하고 10여 일 후인 5월 26일 프랑스 파리에서 개막한 G8 정상회담에서 “일본 내에 자연에너지를 적극 확충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일본 전체 발전량에서 자연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20%로 늘리는 시점을 종전 2030년에서 ‘2020년 가능한 한 빠른 시기’로 앞당기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발표했다. 현재 일본의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 등 자연에너지 도입량은 가정 등의 자가 소비분을 합쳐도 3%에 불과해 다른 환경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 상태다. 일본이 앞으로 자연에너지 확충을 대폭 늘려나가기 위해서는 태양광발전이나 풍력발전에서 나온 전기를 고가로 구입해주는 제도를 확립하고, 자연에너지를 송전선에 가장 먼저 보내는 시스템을 확대해야 하는 등 난제가 산적해 있다.

19개 지자체에서도 참여 의사

간 총리가 G8 정상회담에 참가해 자연에너지 확충을 표명하기 하루 전 손 사장은 소프트뱅크와 시즈오카(靜岡) 현, 나가노(長野) 현 등 19개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와 협력해 ‘자연에너지 협의체’를 설립하고 “대규모 태양광발전소(메가 솔라)를 전국에 설립하는 등 자연에너지 보급 사업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즈오카 현 등의 지사 3명과 가진 이날 기자회견에서 손 사장은 “소프트뱅크의 연간 매출액 3조 엔(39조 원) 가운데 일정 부분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전국 휴경전(休耕田)과 방치된 땅 약 54만ha의 20% 정도에 태양광발전을 위한 메가 솔라를 설치하면 5000만kW의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면서 “이는 (여름 전력사용피크 시에) 도쿄전력의 공급 능력에 필적한다”고 강조했다. 효과적으로 활용할 경우 휴경지 한 곳에

2만kW급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할 수 있다는 게 손 사장의 주장이다.

자연에너지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에 대해 손 사장은 “원전을 얼마나 위험한 상태에서 운영하는지를 그동안 의식하지 못했다. 원전사고 후 한 달여 동안 필사적으로 에너지 문제에 대해 고민했다”면서 “새로운 에너지를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결론에 도달하자 손 사장은 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손 사장과는 별개로 원전사고 후 전국의 각 도도부현(都道府縣)에서 자연에너지 추진 정책을 거론하고 있었다. 태양광발전 사업을 결심한 손 사장은 가나가와(神奈川) 현의 구로이와 유지(黑岩祐治) 지사에게 협력을 제안했고, 두 사람 사이에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결국 지자체가가 땅을 제공하고 소프트뱅크가 자금, 기술, 운영을 책임지는 것으로 얘기가 진행됐으며, 이 구상에 동참하는 지자체가 19개로 늘어났다.

하지만 태양광발전소 프로젝트에는 걸림돌도 많다. 가장 큰 과제는 채산성이다. 자연에너지로 발전한 전력을 도쿄전력 같은 전국 민간 전력 회사가 전량 구입해주지 않으면 사업 자체가 성립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2년부터 전량 구입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해놓은 상태지만, 대지진 복구 및 부흥에 따른 정부의 재원 부족으로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소프트뱅크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한 전력 회사 간부는 “각지에서 메가 솔라를 운영하는 사업자와 마찬가지로 구입 요청이 있으면 할 것”이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소비자인 국민의 이해도 구해야 한다. 정부 지원이 부족할 경우 자연에너지로 생산한 전력 비용은 결국 전기요금에 보태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손 사장은 앞선 기자회견에서 “사회공헌을 하고 싶지만 적자가 나지 않게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프트뱅크에 이어 후속 사업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태양광발전을 보급하는 일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소프트뱅크는 자연에너지 사업에서 흑자를 확보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시급히 구축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1000년 만의 대지진이 초래한 원전사고를 계기로 자신의 사업 영역인 IT 산업을 뛰어넘어 자연에너지라는 이색 사업에 도전한 손 사장. 과연 그의 모험이 일본의 ‘탈(脫)원전’에 얼마나 기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주간동아 790호 (p46~47)

도쿄=이종각 한일관계 전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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