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90

..

그녀의 진한 살 냄새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11-06-03 17:28: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스타벅스 1호점은 바닷바람이 귀를 간질이는 곳에 있어요. 구멍가게를 닮은 스타벅스에서 커피콩을 사들고 그녀의 집으로 갔어요. 5년 만에 그녀와 마주앉아 밤늦도록 대화를 나눴어요. 시애틀과 그녀는 잘 어울렸어요. 그녀는 몸이 가냘파요. 천생 여자예요. “그 사람은 어떤 일을 해요?” 이 질문을 들으면 우리는 흔히 돈 버는 수단을 떠올려요. 그녀는 자신의 일을 다른 방식으로 말해요. 그녀가 누구냐고요?

    그녀는 ‘중학생 아들을 둔 엄마이면서 평화를 사랑하고 사람을 카메라에 담는 이’예요. 12년 전 그녀는 평범한 주부였어요. 1999년 남편과 헤어진 뒤로 10년 넘게 카메라를 벗 삼아 시에라리온,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같은 곳을 쏘다녔어요. 배낭 하나 달랑 메고 육지의 소말리아 해적 소굴에 들어간 적도 있어요. 사람들은 그녀를 분쟁 지역 전문 tv저널리스트라고 불러요.

    ‘부르카를 벗은 여인들’(KBS) ‘파병, 100일간의 기록, 자이툰부대’(MBC) ‘탈레반, 그들이 꿈꾸는 나라’(SBS) 같은 다큐멘터리를 본 적 있나요? 프리랜서 PD인 그녀가 만든 작품이에요. 무모하다 말려도, 위험하다 걱정해도 그녀는 뚜벅뚜벅 걸었어요. 그것도 싱글맘의 가냘픈 몸으로요. 해적 소굴에 배낭 하나 메고 들어간 여자가 요리한 햄버거는 일품이었어요. 음식에서 여자 냄새가 났어요.

    그녀의 다큐멘터리가 각광받는 것은 전쟁을 겪는다는 점을 제외하면 ‘평범한 이들’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분쟁의 진실을 들여다본 덕분이지요. 그녀는 이렇게 말했어요.

    그녀의 진한 살 냄새
    “카메라에 뉴스를 담지 않아요. 나는 사람을 찍어요. 진실은 뉴스가 아닌 사람에게 있어요.”



    다큐멘터리 PD와 잡지 기자는 닮은 구석이 많아요. 그녀를 흉내 내보려고 해요. 여자 냄새, 남자 냄새…, 그러니까 사람들의 진한 살 냄새가 나는 글을 써보려고요. 아 참! 그녀 이름은 김영미예요.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