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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K-pop 떴다, J-pop 비켜!

서강대 원용진 교수 “한국 대중문화의 힘 한류가 증명, 다양성 인정 땐 더 성장”

  • 이설 기자 snow@donga.com

K-pop 떴다, J-pop 비켜!

K-pop 떴다, J-pop 비켜!
요즘 대중은 드라마나 영화를 ‘그냥’ 보지 않는다. 장면마다 의미를 덧입혀가며 꼼꼼히 ‘뜯어’ 본다. 대본 복습은 기본, 논문 주석 달듯 평론가들의 말을 퍼 나르는 이도 상당수다. 음악, 공연, 인터넷, 애니메이션 등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 덩달아 ‘딴따라’라 불리던 연예인들은 ‘명사’로 지위가 격상했다. 서강대 원용진(53)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대중문화 분야를 대표하는 학자다. 그를 만나 최근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국 대중문화에 대해 집중 질문했다.

‘딴따라’에서 유명인사가 된 연예인

대중문화. 매일같이 쓰면서도 그 뜻을 정의하려니 망설여진다. 고급문화에 반대하는 하위 장르문화? 우리네 대중이 일상적으로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뭉뚱그려 일컫는 말? 원 교수는 “중요한 건 이제 문화와 대중문화의 구분이 거의 사라졌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회 내 존재하는 생활방식 전부가 문화다. 대중문화란 거칠게 말해 대중이 즐기는 문화를 뜻한다. 근대 이전 상류층만 즐기던 문화를 대중이 즐기기 시작하면서 등장한 근대적 용어지만, 지금은 그 구분이 모호하다. 특정 계층이 즐기는 문화란 게 사라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로 범위를 좁히면 1920, 30년대에 일본으로부터 수용한 모던보이 문화가 그 시작이라고 본다. 이후 라디오, TV, 영화 등 매체가 늘어나면서 대중문화도 지평을 넓혔다. 한국 대중문화가 꽃핀 시기는 ‘서태지와 아이들’이 등장한 1992년. 도시인들의 문화가 자리를 잡고, 1980년대 고도성장의 과실을 따먹는 세대가 등장했다.”



최근 일본에서는 한국 걸그룹 열풍이 뜨겁다. ‘소녀시대’ ‘카라’ 등의 의상과 안무를 재현하는 그들이 한국 팬들보다 열정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세계인이 드나드는 유튜브(You Tube)에서도 한국 뮤직비디오나 드라마에 대한 인기가 하늘 높이 치솟는 중. J-pop보다 K-pop이 낫다는 호평도 나온다. 그렇다면 한국 대중문화의 저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문화란 게 올림픽처럼 등수를 매기는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한 차례 한류를 겪고 또다시 한류의 바람이 부는 것을 보면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고 할 수 있다. 국내 대중문화는 1990년대 초반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으로 분기점을 맞았다. 기존 청년문화 대신 청소년 문화가 급성장했고, 내수시장이 커지면서 해외를 바라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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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문화를 신사업으로 삼아서 장려한 점과 일본 문화개방도 기회가 됐다. 특히 일본 문화개방은 우리가 일본에 잠식당하리라는 우려가 컸는데, 역으로 한국이 영향을 줬다. 이는 탄탄한 스토리를 자랑하는 국내 드라마의 힘도 있지만, 타이밍이 좋았다. 일본이 새로운 문화에 대한 갈증을 느끼던 차에, 틈새시장에서 우리 드라마가 선전한 것이다.”

나이 지긋한 신사가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마니아라고 하면 십중팔구 한심하다는 눈초리가 날아든다. 그래서 상당수 성인은 대중문화 취향을 드러내지 않는다. 이는 대중문화가 고급문화의 반대편에 있다는 등식에서 기인한다. 미학적 측면이나 정교함을 따져 재미와 연관 있는 대중문화를 낮은 곳에 위치시키는 것. 이와 관련해 원 교수는 “특정 기준으로 다른 취향을 업신여기는 것은 폭력적이다. 집단에 따라 대중적 취향 문화가 더 큰 즐거움을 줄 수 있다. 고급과 저급으로 문화를 수직 배열할 것이 아니라 수평적으로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대중문화 분석 새 돋보기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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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머플러를 두르고 멀리서 걸어오는 장신의 신사. 그런데 한쪽 다리를 절뚝거린다. “학생들이랑 축구 하다가 다쳤어요.” 궁금한 점을 묻고 답을 듣다 보니 벌써 점심시간. 제자 둘이 똑똑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제 트위터로 점심약속을 한 대학원생들입니다.” 그가 학생들과 운동하고 밥 먹기를 게을리하지 않는 이유는, 최신 문화의 주 향유층인 그들에게서 대중문화 흐름의 변화를 포착하기 위해서다.

“대중문화 전반을 즐긴다. 젊은이들과 이야기하며 그들의 관심사를 묻는다. 그들이 재미있어하는 예능 프로그램, 인터넷 사이트, 드라마 등을 찾아서 본다. 그래야 현재 대중문화 흐름의 전체적인 조망이 가능하다. 나이에 걸맞은 대중문화와 최신의 대중문화 사이에 거리가 있지만, 연구가 아니라 즐기는 자세로 임한다.”

그는 경남 진해에서 나고 자랐다. 진해는 일제강점기 뚝딱 모습을 드러낸 신도시. 일본인들 거주지인 데다 군부대가 있어 소비와 향락이 넘쳤다. 자연히 한국적 고향문화뿐 아니라 외국 문물에 일찍이 젖어들었다. 왕성한 호기심이 덩달아 따라왔다. 대학시절에는 당대 최고 극작가인 고(故) 이근삼 교수의 영향으로 희극과 대중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근삼 교수님의 영향으로 풍자극, 대중문화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서민적 드라마나 코미디를 특히 좋아했다. 일찍이 대중문화 쪽으로 방향을 정했고, 존 피스크 위스콘신대 교수 밑에서 본격적으로 대중문화를 연구했다. 10년간 시민단체인 ‘문화연대’에서 활동하며 학문의 실천도 고민해왔다.”

대중의 삶과 관련해서 문화를 정의하는 방식이 학계로 들어온 것은 최근의 일이다. 그간 학계는 문화를 문예론적으로 설명했다. 즉 다양한 삶의 방식이 아닌 교양, 계발, 계몽, 교육, 예술의 차원으로 문화를 파악해온 것이다. 문화 연구가 학문적 주제로 등장한 것은 90년대 중반. 인문학적 위기와 매체문화에 대한 열광이 맞물려 ‘문학에서 문화로’라는 슬로건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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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론적으로만 보면 새롭게 생성된 대중문화를 읽을 수 없었다. 젊은 세대가 열광하는 매체를 들여다보기 위한 새로운 돋보기가 필요했다. 대중문화가 새로운 학문적 주제로 등장하면서 연세대, 중앙대, 성공회대 등에 문화 관련 학과가 생겼다. 많은 대학이 인문대에 개설한 문화콘텐츠학과도 비슷한 성격이다. 연구 방법은 복잡하고 다양하다. 문화는 시대와 상보적으로 작용하지만, 정해진 공식은 없다. 매체, 수용자, 시기 등의 변수에 따라 복합적으로 얽혀 그 모습을 드러내기에, 들여다보기가 쉽지 않다.”

원 교수는 최근 Mnet의 ‘슈퍼스타 K’에 대한 분석글로 화제를 모았다. MBC ‘무한도전’의 자막에 대한 논문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최근 관심사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모르는 타인들과 온라인에서 일상을 나누는 새로운 매체를 들여다보는 데 골몰해 있다.

“대중문화라면 매체 연구만 떠올리는데, 대중이 누리는 모든 일상을 포함한다. 최근에는 SNS에 관심이 많다. 트위터의 재미에 푹 빠져 있는데, 공동체 개념에 새로운 시사점을 던지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타운(town)’ 개념이 사라졌듯, 한국에서도 동네의 공동체 개념이 사라진 지 오래다. 현재로선 교회 정도가 유일하다. 집에서 TV를 보느라 지역 공동체에서 사람들과 교류하려 하지 않는다. 나는 이 공동체가 사회를 긍정적으로 이끄는 데 필수적이라고 본다. 힐러리 클린턴이 “아이를 키우는 데 동네 사람 전부가 필요하다”고 한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아이가 길에서 아프거나 동네 병원을 가거나 했을 때 따뜻하게 한마디 건네는 어른들이 있다고 상상해보라. 아이도, 아이 엄마도, 동네 사람들도 삶의 만족도가 높아질 거다. 트위터에서의 교류가 실생활로 이어진다면, 공동체를 살리는 하나의 방편이 될 것이다. 그래서 트위터에서 우리 동네인 수원 이야기를 많이 한다.”



주간동아 2011.01.03 769호 (p60~61)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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