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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법무사 시험 지원율 하락 왜?

로스쿨 영향 법률 시장 변화 불안심리 … 시험문제 어려운 것도 한 원인

  • 이혜민 기자 behappy@donga.com

법무사 시험 지원율 하락 왜?

법무사 시험 지원율 하락 왜?

법무사들은 기존에 자신들이 담당하던 업무를 변호사들이 잠식할까 우려하고 있다.

법무사 지원율이 떨어지고 있다. 대법원 통계에 따르면 정원 120명으로 시작한 2004년(10회)에는 6588명이 지원했지만 2005년(11회) 5602명, 2006년(12회) 5158명, 2007년(13회) 4811명으로 지원자 수가 준 데 이어 올해(16회)는 4135명만이 응시했다. 당연한 결과로 경쟁률 역시 꾸준히 하락해 2004년 54.9대 1이던 것이 2010년에는 34.5대 1이라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표 참조).

그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다름 아닌 ‘법률시장 변화에 따른 지원자들의 불안심리 가중’이다. 실제로 법무사 준비생들이 활동하는 인터넷 카페 ‘법무사를 사랑하는 모임’(cafe.daum.net/LawZzang)에는 시장 변화를 염려하며 시험 준비를 망설이는 이들의 글이 적잖이 올라온다.

“법무사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법무사 시험에 관심이 있는 사람입니다! 로스쿨로 인해 몇 년 뒤에는 변호사가 대규모로 쏟아져나올 것 같습니다. 선진국처럼 집 계약서를 쓸 때도 변호사에게 의뢰하면, 법무사 업무를 잠식당하지 않을까요? 향후 법무사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어렵게 합격해서 이런 꼴 당하면 어떡하죠? 앞으로는 쏟아지는 변호사들과 경쟁해야 할 듯한데…. ㅜㅜ”(닉네임 KMP70)

“(법무사) 공부를 시작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친구에게 법무사 공부한다고 하니 극구 말리네요. 법무사가 과잉 공급되는 데다 로스쿨이 생겨서, 앞으로는 법무사가 큰돈을 벌지 못한다고 합니다. 공무원 출신이 아닌 순수 수험생은 합격해도 큰 비전이 없나요? 비아냥거리는 글은 올리지 마시고, 진지하게 질문하는 것이니 진지하게 답변해주세요. 저는 나이도 있고 해서 매우 심각한 상황입니다.”(닉네임 무림지존)



현장에서 활동하는 법무사들은 수험생들의 고민에 고개를 끄덕인다. 자신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엄덕수 법무사(대한법무사협회 산하 법제연구소장)는 “법률시장은 한정돼 있는데, 로스쿨에서 배출하는 변호사가 2020년에 3만 명까지 확대되면 그들 나름대로 활로를 찾다 법무사가 담당하던 등기시장까지 잠식할 것”이라며 불안해했다. 법무사의 업무는 등기 분야, 소송 분야, 경매 분야, 개인회생 분야 등 다양하지만 대부분 고소장 대리만으로는 수입 창출이 어려워 부동산 계약, 아파트 개발사업에 관여하며 등기 대리를 주 수입원으로 삼고 있다.

법무사면서 폴라리스법학원에서 민법을 가르치는 신정운 강사는 법무사 지망생들의 이 같은 염려는 “지원율 하락의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로스쿨이 시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배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수험생들이 이런 위기감을 체감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 학원 관계자들은 지원율 하락의 근본적 이유로 ‘법무사 시험의 어려움’을 꼽았다. 합격의법학원 김정호 강사와 이재권 법무사 실장의 말을 종합해보면, 무엇보다 시험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졌다. 10회 시험을 전후로 시험문제지의 페이지 수가 과거보다 1.5배 늘었기 때문. 게다가 2차 시험의 경우, 과거에는 단답형이라 암기만 잘하면 됐지만 논술식으로 바뀐 뒤 답안 작성에 시간이 많이 들 뿐 아니라 준비 과정도 만만찮다. 출제 경향이 변하기도 했다. 이전에는 조문 위주로 출제했지만 근래에는 최신 판례(예규 선례) 위주로 출제하다 보니 수험자가 챙겨야 할 것이 늘어났다. 2006년 1차 시험 과목 중 하나인 형법이 민사집행법으로 교체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적어도 3년 준비 … 난이도 조정을”

법무사 시험 지원율 하락 왜?
시험 자체가 어려워지기도 했다.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노명선 교수는 “요즘 법무사 시험 문제는 사법시험 문제와 차이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최근 4년 동안 ‘법무사 2차 시험 합격점수’를 살펴봐도 매년 합격점수가 하락하고 있다. 10회에서 54.125였던 점수가 11회에 51.375, 12회와 13회에 53.000이었다가 14회에는 41.813으로 급격히 떨어진 것이다. 지원자가 줄어드는 건 당연한 이치다.

“공인중개사 시험에 합격한 분들이나 정년퇴직한 분들이 법무사 시험 준비를 많이 했지만, 합격하기까지 적어도 3년이 걸리니 요즘 학원가에서 이분들을 뵙기가 쉽지 않습니다.”(신정운 강사)

“과거에는 사법시험생들이 법무사 시험 공부를 병행하기도 했으나, 민사집행법과 부동산등기법을 새로 공부해야 하는 데다 분량도 만만찮아 망설입니다. 사법시험은 1000명을 뽑지만 법무사는 120명만 뽑으니, 비용 대비 효과를 고려할 수밖에 없습니다.”(김정호 강사)

이런 이유로 시험 난이도를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험이 어려울수록 학생들의 학원 의존도가 높아져, 반사이익을 얻는 학원계가 “필요 이상의 준비를 시키지 말고 실용적인 내용 위주로 시험문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다. 그러나 법무사의 권위를 높이고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현 상황을 유지하자는 주장도 있다.

일각에서는 사법시험에 지원자가 몰리는 이유를 생각하면 ‘법무사 지원율 하락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충고한다. 사법시험이 어려운데도 많은 사람이 공부하는 건 시험을 통과한 뒤의 대가가 크기 때문인데, 법무사 시험 지원자가 주는 건 그만한 대가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 우세하다는 얘기다.

민주당 신학용 국회의원(대한법무사협회장)이 ‘소액사건심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신 의원은 “법무사가 소장은 대신 써줄 수 있지만, 현행법에 따라 재판 대리 출석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법무사를 활용하는 사람이 적다”면서 “일본처럼 소액사건에 한해 법무사에게 소송 대리 권한을 부여하면 법무사의 경쟁력은 물론 서민의 법률서비스 활용도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민으로선 2000만 원 이하 소액사건을 변호사에게 맡기면 착수금, 성공 보수 등으로 수중에 돈이 얼마 남지 않지만, 법무사를 활용하면 10분의 1 비용만으로 해결할 수 있으니 좋지 않겠냐는 것이다.

또한 노명선 교수는 “로스쿨 졸업생의 80%를 변호사로 뽑는다지만 앞으로는 경쟁률이 더 높아져, 결과적으로 변호사가 되지 못한 로스쿨 출신들이 유사 직종에서 활동할 가능성이 커지므로 서민층에게 법률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법무사의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간동아 2010.06.07 740호 (p46~47)

이혜민 기자 behapp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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