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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시골의사’의 책장

유대인 성공비결을 염탐하다

앤드루 서터의 ‘더 룰(The Rule)’

유대인 성공비결을 염탐하다

유대인 성공비결을 염탐하다
“전 세계 민족 중에서 가장 박해를 많이 받은 민족은 유대인이다. 그럼에도 전 세계 민족 가운데 앞으로도 적당한 견제를 받아야 마땅한 민족이 있다면 그것 역시 유대인이다.”

아마 적지 않은 사람이 이 명제에 동의하거나 최소한 그럴 수 있다고 고개를 끄떡일 것이다. 하지만 유독 유대인이 박해를 받게 된 이유를 물어보면 적지 않은 사람이 오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금세 알 수 있다. 그중 잘 알려진 이유 가운데 하나는 ‘유대인이 예수를 죽게 했다’는 것.

성서학자나 종교학자의 상당수가 이 명제의 진위에 의문을 표하지만, 거꾸로 보면 종교적 편견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다. 심지어 불교나 이슬람교를 주로 믿는 나라에서조차 유대인은 환영받는 존재가 아니니 말이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기독교가 공인된 이후 300년 동안은 어디에서도 유대인에 대한 기독교인의 박해가 없었다. 오히려 기독교 내부의 분열로 정통성 논쟁이 벌어지면서부터 유대인을 적으로 삼았고, 십자군 원정이 이뤄질 무렵에는 공식적으로 유대인을 ‘기독교인의 적’으로 규정하기 시작했다.

유대인이 내부 문제의 희생양이 된 셈이다. 이런 사정은 이슬람교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이슬람 경전에 ‘유대인은 개와 같은 존재’라고 비하하는 표현이 있을 정도다. 이런 시각은 예루살렘이라는 성지를 관할하는 문제에서 파생됐으리라는 게 정설이다.



이뿐 아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은 ‘돈을 갚지 못한 대신 가슴살을 베어낸다’는 계약을 맺는다. 하지만 놀랍게도 당시 영국은 유대인이 모두 대륙으로 추방된 상태였고, 전후 50년간 영국에서는 유대인 고리대금업자는 물론 유대인의 그림자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니 셰익스피어는 영국 고리대금업자의 이야기를 멀리 이탈리아에 있는 유대인 고리대금업자로 덧씌워 창작한 셈인데, 정작 이자를 갚지 못할 경우 신체 일부를 가져가는 것은 당시 영국의 고리대금업법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즉, 셰익스피어는 영국 고리대금업자의 사악함을 풍자하면서 유대인의 이야기를 극적으로 가미한 희곡을 탄생시킨 것이다.

이쯤 되면 ‘바빌론 유수’ 이후 유대인의 역사적 비극은 이루 말할 필요조차 없다. 나치의 아우슈비츠나 러시아 이탈리아 등 기독교나 정교회의 영향이 미치는 곳곳에서 유대인 박해는 상시적으로 일어났고, 유대인의 역사는 그야말로 탄압과 박해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유대인은 그 엄청난 고난을 극복하고 지금 세계에서 중요한 민족의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대체 그 이유는 뭘까. 필자는 주변의 지인 중 적지 않은 사람이 그 점을 궁금해하며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하는 것을 목도했고, 그 가운데는 책을 내도 서너 권은 족히 출판했을 만큼 유대인의 역사와 성공에 정통한 사람도 부지기수였다. 그런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분들의 성과가 나오기도 전에 유대인 앤드루 서터가 유대인의 성공비결을 다룬 책 ‘더 룰’(북스넛 펴냄)을 출간했다.

이 책은 유대인의 성공을 다뤘지만, 그렇다고 상투적인 성공담을 기록한 책은 아니다. 이 책은 ‘유대인은 하나도 다를 바가 없고 유대인의 자질이 우수하다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유대인이 성공한 이유는 ‘단지 하나를 잊지 않았을 뿐이고, 또 그 하나를 이어왔을 뿐’이라고 한다. 여기서 그 하나란 ‘지혜’다.

유대인은 할아버지로부터 ‘혀끝에서 세계가 펼쳐진다’는 가르침을 듣고 살아왔다. ‘혀’는 새로운 세상, 생각, 사상, 꿈을 뜻하고 유대인은 그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대화용 언어 ‘이디시어’를 통해 불문율인 ‘이디시 코프’를 배워왔다. 그리고 그것을 삶의 원리로 삼았다.

자는 이것을 ‘두뇌를 현장에 심어라’ ‘영감을 무한 리필하라’ ‘미쳐야 보인다’ ‘날아오른 새에게는 국경이 없다’ ‘마음을 터치하라’ 등, 평범한 자기계발서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5갈래의 주제어를 중심으로 18가지 습득지침을 내세워 설명한다. 이쯤 되면 ‘그렇고 그런 책’이라는 생각이 들기 쉽다. 그런데 이것이 묘하게 매력 있다.

유대인 성공비결을 염탐하다

박경철
의사

세계 인구의 0.2%인 유대인이 노벨상 수상자의 40%를 휩쓸고, 억만장자의 30%를 점유한 이유와 로스차일드, 소로스, 아인슈타인, 에디슨 등 이름을 다 대기도 벅찬 유대인이 성공한 비결을 이 책이 모두 다뤘다고 말할 순 없다. 그래도 최소한으로 말한다면 유대인, 혹은 유대인의 성공에 대한 ‘염탐’에 성공한 보기 드문 책임은 분명해 보인다.

http://blog.naver.com/donodonsu



주간동아 2009.08.18 699호 (p8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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