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3

2009.07.07

난 실패가 없다는 그 오만과 착각

‘실패하는 사람들의 10가지 습관’

  • 왕상한 서강대 법학부 교수 shwang@sogang.ac.kr

    입력2009-07-01 13: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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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실패가 없다는 그 오만과 착각

    도널드 R. 키오 지음/ 김원옥 옮김/ 더난출판사 펴냄/ 224쪽/ 1만2000원

    필자가 대학 강단에 선 지 올해로 14년째다. 그동안 학생들에게 가르친 내용은 ‘이렇게 해야 한다’는 당위론이 위주였던 것 같다. 하지만 학생 처지에서 배워야 할 것이 성공 사례뿐이었을까.

    ‘이렇게 해야 한다’는 배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사례일 수 있다는 반성을 하게 된다. 어쩌면 성공 비결을 연구하는 것보다 실패 사례로 그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 훨씬 유익한 학습일 수 있으리라.

    인생의 목표가 성공이 아닌 사람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멘토를 찾아 성공에 대한 조언을 듣고 싶어 한다. 유명 최고경영자(CEO)와 기업가, 경영 컨설턴트, 대학교수들의 성공 노하우에 귀를 기울이고 서점의 넘쳐나는 성공학 관련 책을 들여다본다.

    그러나 누구도 인생의 성공을 장담해주진 못한다. 성공을 보장하는 일련의 규칙이나 단계별 공식 같은 것도 없다. 비즈니스처럼 역동적이고 변화무쌍한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60년 동안 코카콜라를 비롯한 일류 기업의 경영 일선에서 활약한 도널드 키오가 기업과 개인이 반복적으로 저지르기 쉬우나 결과는 치명적인 실패습관 10가지를 알려주는 책을 펴냈다. 다른 성공학 책과 달리 성공의 방정식을 들려주지 않는 대신 경영 일선에서 활약해온 저자의 경험이 녹아 있다.



    긴 세월 지치지 않고 기업인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을 실패를 중심으로 역설적으로 알기 쉽게 설명한다. ‘뉴코크’의 실패를 비롯해 코카콜라에서 일어난 다양한 성공과 실패의 사례뿐 아니라 제록스, IBM, 포드 자동차의 성공과 실패 사례도 수록돼 있다.

    우리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도널드 키오는 코카콜라, 맥도널드, 워싱턴 포스트 등에서 근무한 세계적 명성을 지닌 전문 경영인이다. 워런 버핏도 그를 ‘미스터 코카콜라’라 부르면서 코카콜라를 일류 다국적기업으로 이끈 그의 능력을 인정했다.

    도널드 키오는 기업인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을 실패를 중심으로 차근차근 요약 정리했다.

    △모험을 하지 마라 △입장을 절대로 바꾸지 마라 △자기 자신을 격리시켜라 △한 치의 오류도 없는 사람인 척하라 △법은 정도껏 지켜라 △생각할 시간을 갖지 마라 △전문가와 외부 컨설턴트를 무조건 믿어라 △관료주의를 사랑하라 △헷갈리는 메시지를 전하라 △미래를 두려워하라.

    이상 10가지 항목이 저자가 적시한 ‘실패의 노하우 10가지’다. 저자는 완벽한 실패를 위한 마지막 습관으로 ‘일에 대한 당신의 열정을 상실하라. 영원히’를 추가하고 있다. 만약 10가지 노하우 가운데 1가지 이상이 해당된다면 그 기업은(또는 그 사람은) 앞으로 길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 진단해도 좋다. 하지만 10가지 중 어느 것에도 해당하지 않는 기업을(또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다. 코카콜라를 비롯한 세계적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습관을 없애고자 리더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느냐다. 코카콜라 사장이던 찰스 덩컨은 관료주의를 혐오해 식품사업부의 경비와 부서장 사이에 관리자를 두지 않았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일하고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서였다. 또 저자는 코카콜라에 근무했을 때 스스로를 ‘몸값 비싼 잡부’라 부르면서 사장의 권위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했다.

    관료주의가 내부 직원들을 대립하게 만들고 서로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타 부서를 헐뜯기 위해 자신을 찾아오는 일을 금지시킴으로써 대립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했다. 이처럼 실패의 습관을 깨닫고 고쳐가는 과정을 통해 기업은 좋아지고 어제와 다른 기업으로 탄생할 수 있다.

    현재의 경제 위기는 기업뿐 아니라 경영자들이 갖고 있던 실패의 습관에서 비롯된 것이다. 성공가도를 달려온 기업과 경영자들은 성공이 주는 희열에 도취해 자신들은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는 오만과 착각에 빠지기 쉽다.

    저자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기업일수록 실패의 습관에 더 쉽게 빠질 수 있다. 이룬 것이 많을수록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이 책은 한 원로 기업인이 성공에 도취해 방심하거나 이미 실패의 나락에서 헤매고 있는 오늘날의 많은 기업과 경영인에게 이제까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라고 알려주는 따뜻하고 위트 넘치는 충고다.

    “기업의 성공에 대해 쓴 책은 책장 가득히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모든 책보다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빌 게이츠) “당신이 리더라면 이 책을 꼭 읽어야 한다.”(잭 웰치) “사업과 인생의 단계마다 개인과 기업을 유혹하는 실패의 함정을 피하고 싶다면 이 지침서를 놓치면 안 된다.”(워런 버핏) 더 이상의 추천사가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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