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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LTARY AFFAIRS

북한 火攻, 대책이 없다!

한국군, 北 도발 막을 비책 고심 … 김정일 vs 이상희 치열한 ‘기략 싸움’

  • 이정훈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북한 火攻, 대책이 없다!

북한 火攻, 대책이 없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좌) 이상희 국방부 장관 (우)

지난 2월16일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생일이었다. 그는 1942년생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1941년생이라는 설이 우세하다. 2월16일로 그는 만 67세 혹은 68세가 된 것이다. 많은 언론매체는 이 ‘노인’의 생일날 북한이 대포동을 발사하리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대포동은커녕 노동과 스커드B 미사일도 쏘지 않았다. 왜 북한은 대포동을 발사하지 않았을까.

대포동처럼 큰 발사체는 원하는 날짜와 시간인 ‘D-데이’와 ‘H-아워’를 정해놓고 쏠 수가 없다. 미국이나 러시아 같은 우주개발 강국이라면 사일로(silo)가 있어 정해놓은 시간에 발사할 수 있지만 북한은 이것이 없어 불가능하다. 사일로는 미사일을 보관하는 창고이면서 원하는 때에 이상 없이 미사일을 쏠 수 있게 하는 발사대다. 사일로가 없으면 노지(露地)에서 발사해야 한다. 노지 발사란 거대한 발사대 옆에 미사일이나 우주발사체를 세워놓고 이를 점화해 하늘로 올라가게 하는 것이다.

미사일이나 우주발사체는 발사하기 직전이 가장 무겁다. 연료가 가득 실려 있기 때문. 일단 발사에 성공해 날아가면 연료가 급속히 소진되므로 가벼워지고 빨라진다. 이때 연료를 넣어둔 ‘단(段)’이나 ‘부스터(추진기)’를 떨어뜨리면 무게가 더 가벼워지면서 속도도 빨라진다. 그리하여 중력의 힘이 약해지는 공간에 올라가면 10여 분 만에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가공할 만한 속도를 낸다.

발사 직전의 미사일이나 우주발사체의 무게가 100이라면 최초에는 120 안팎의 힘으로 밀어준다. 무게 100짜리의 뾰족한 미사일을 120의 힘으로 민다는 것은 옆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매우 취약하다는 뜻이 된다. 미사일은 발사 직전까지 발사대에 장치된 ‘팔’에 붙들려 있기 때문에 강한 측풍(側風)이 불어와도 버틸 수 있다. 하지만 발사 직전에는 팔을 풀어 혼자 서 있게 한 뒤 점화하기 때문에 바람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점화한 뒤 강한 측풍이 불어오면 미사일은 쓰러져 큰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

북한 火攻, 대책이 없다!

북한에는 사일로가 없어 날씨가 나쁜 날엔 대포동을 발사할 수 없다.

따라서 북한이 대포동을 쏠지 여부는 발사 기지가 있는 함경북도 무수단리에 어느 정도의 바람이 부는지에 달렸다. 2월16일 북한은 무수단리의 발사대에 대포동을 세우지 않았다. 매우 강한 삭풍이 불었기 때문이다. 노동과 스커드B 미사일도 노지에서 발사되기 때문에 강한 북서풍이 불어올 때는 발사할 수 없다.



南 NLL-北 해상분계선 사이 ‘화약고’

대포동은 길이가 30m에 이르는 초대형 발사체이고 노동과 스커드B, 그리고 한국의 현무 미사일은 10여m 길이의 대형 발사체다. 이런 발사체는 초정밀 유도가 되지 않는 탄도(彈道) 미사일이다. 따라서 공군기지나 기갑부대 밀집지 등 넓은 면적을 공격할 때 사용한다.

족집게로 집어내는 것 같은 초정밀 타격은 순항(巡航·크루즈) 미사일로 한다. 순항 미사일은 활주로 정중앙선을 따라 정확히 내리는 항공기처럼 5m 안팎의 오차를 두고 목표물을 때린다. 바다에 떠 있는 함정을 공격하는 대함 미사일이 대표적인 순항 미사일이다. 북한은 육지에서 쏘는 지대함 미사일을 자력으로 개발했고, 함정에서 함정을 쏘는 함대함 미사일로는 구(舊) 소련제 스틱스(styx)를 갖고 있다.

미국의 군사위성을 속이려 할 때, 그리고 한국을 깜짝 놀라게 하고 싶을 때 북한은 탄도미사일보다 순항 미사일을 사용한다. 서해에는 한국이 분계선으로 여기는 북방한계선(NLL)과 북한이 주장하는 해상분계선이 겹쳐 있는데, 북한의 해상분계선은 한국의 북방한계선보다 훨씬 남쪽으로 내려와 있다(지도 참조).

서해에서 고전적인 해전을 벌이면 북한이 필패(必敗)할 것이기에 북한 측은 영악한 도발을 시도한다. 한국 함정의 코앞이자 그들이 주장하는 해상분계선 남쪽 끝을 향해 정밀 유도가 가능한 대함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이다. 그리고 재빨리 “해상분계선까지는 우리 영해이므로 우리는 그 안에서 미사일 시험발사를 했다”고 선언해버린다. 북한으로서는 명분 있는 도발을 한 것이니 한국의 고민은 깊어진다.

한국군은 NLL을 침범당하면 어떤 형태로든 대응해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북한이 미사일을 쐈으면 우리도 미사일로 대응해야 한다. 북한이 지대함 미사일을 쐈다면 이 미사일 기지 옆에 우리의 순항 미사일을 떨어뜨려야 하는데, 그곳에는 북한 주민들이 살고 있다. 북한 함정이 함대함 미사일을 쐈다면 우리는 그 배 옆으로 순항 미사일을 쏴야 한다. 그런데 그곳은 NLL 이북이므로 우리는 북한처럼 우리 영해 안에서 시험발사를 했다고 주장할 수 없다. 북한이 이러한 ‘꽃놀이패 작전’을 펼칠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우리 군부의 오랜 고민이었다.

북한은 다양한 기략(機略)을 펼칠 수 있다.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북한 전투기를 서해 해상분계선까지 ‘찔러’보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백령도와 연평도 상공으로 북한 전투기가 들어오게 된다. 한국군은 북한 전투기의 폭격이 두려워 요격해버릴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한국은 선제 도발을 했다는 부담을 안게 된다. 북한으로서는 생떼를 쓰거나 새로운 도발을 펼칠 명분을 쥘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북한 火攻, 대책이 없다!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북한이 주장하는 해상분계선.

북한은 자연환경을 이용한 색다른 도발도 할 수 있다. 억새 태우기를 하다 참사를 빚은 화왕산 사건과 비슷한 화공(火攻)을 펼치는 것이다. 북한이 주장하는 서해 해상분계선까지 날아온 북한 미사일과 전투기에 대응해 한국이 미사일 등을 쏘면, 북한은 한국의 울창한 산림을 향해 소이탄(燒夷彈·불을 내는 탄환)을 발사한다. 엄격한 산림보호 덕에 한국의 전방 지역은 숲이 울창하다.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는 초봄과 늦가을, 이곳은 잠재적인 ‘화왕산’이 될 수 있다.

북한이 발사한 소이탄으로 도처에서 산불이 일어나면 불을 피하고 끄는 것이 우선이므로 한국군은 작전을 펼치지 못한다. 산속 진지에 은거해 있던 한국군은 모든 장비를 버리고 긴급히 철수해야 한다. 북한은 한국군이나 한국인을 향해 직접적인 사격을 하지 않고도 그 이상의 전과를 올릴 수 있는 것이다. 북한 지역의 산은 헐벗었기에 한국은 북한을 향해 같은 작전을 펼쳐봐야 같은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북한은 비무장지대 북쪽의 상류를 막았다가 일시에 터뜨림으로써 계곡에 있는 한국 군부대를 몰살시키는 수공(水攻)도 펼칠 수 있다. 이때도 “댐이 약해 터져버렸다”고 하면 그만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금강산댐 완공 이후 북한 측의 수공에 대비해 한국이 나름대로 대책을 세웠다는 점. 그러나 화공에 대해서는 대책이 전무하다.

위기 시 행동 규정한 플랜B, 플랜C

필패가 분명한 확전을 피하면서 한국의 민심을 극도로 흉흉하게 만들 수 있는 북한의 도발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이 작전의 열쇠는 이상희 국방부 장관이 쥐고 있다. 김 국방위원장과 이 장관 간의 기 싸움, 기략 싸움이 2009년 한반도 위기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다. 김 국방위원장도 기행(奇行)을 많이 하지만, 이 장관도 유아독존 식으로 대찬 행동을 많이 하는 사람이다. 이 장관의 이러한 성품은 평상시 주위를 불편하게 만들지만, 난세에는 위기를 벗어나는 힘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1월30일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북남 사이의 정치, 군사적 대결은… 불과 불, 철과 철이 맞부딪치게 될 전쟁 접경으로까지 왔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이 나온 데는 이유가 있다. 이 장관의 측근인 김태영 합참의장이 지난해 3월26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의 핵공격에 대처할 방법을 묻는 질문에 “북한의 핵기지를 찾아내 (선제) 타격하는 것”이라고 답변한 것이다.

그날 이후 이 장관과 김 의장은 이 같은 기조를 바꾼 적이 없는데, 이것이 북한의 ‘꼭지’를 돌게 했다. 북한이 서해에서 도발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이 장관은 국산 단거리 대공 미사일 천마(天馬)를 서해 5개 도서에 배치하는 것을 검토하도록 했다. 유효 사거리 20km의 천마가 배치되면 북한은 전투기를 동원한 NLL 침투에 큰 부담을 안게 된다. 이 장관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가겠다는 자세를 취한 것이다.

북한 火攻, 대책이 없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이를 요격할 주한 미군의 최신형 패트리어트(PAC-3).

2월16일 이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답변에서 “1차 연평해전과 2차 연평해전의 교전 시간은 14분과 18분으로 매우 짧았다. 따라서 현장 지휘관은 (상부에 보고부터 하지 말고) 알아서 대응해야 한다”는 요지의 답변을 했다. 현장 지휘관의 최대 실책은 뚫리는 것이므로 이 말은곧 적이 도발하면 적을 ‘작살내라’는 뜻이 된다.

이 장관은 합참 작전본부장(중장) 시절부터 초전에 적의 중심 화력을 무력화하는 데 관심을 기울였다. 작은 화력을 주고받다 큰 화력을 교환하게 되면 사태가 복잡해지고 확전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또 북한은 초전에 핵무기나 화학무기 같은 가장 센 화력을 사용할 수도 있으니, 초전에 북한의 중심 무력을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이 장관은 위기 시 실제 행동을 규정한 ‘플랜B’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플랜B는 유사시 북한이 가할 수 있는 6대 위협을 선정하고 이를 제거할 방법을 정리해놓은 것. 6대 위협으로는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 수 있는 240mm와 170mm 방사포 ○○○문을 가진 북한 육군의 ○○개 포병 대대, △북한 공군의 ○○개 공군기지, △한국 공군기를 위협할 ○○개의 대공 레이더와 대공 미사일 기지, △스커드B와 노동 미사일을 보유한 ○개 미사일 연대, △김 국방위원장이 피신할 것으로 보이는 특각(特閣) 등 ○○개 아지트, △3성 장군 이상이 숨어서 지휘하는 ○○개 포스트 등이다. 플랜B에는 이 위협을 초장에 날리는 방법이 나열돼 있다고 한다. 이 장관은 플랜B에 이은 플랜C까지 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관과 김 국방위원장의 기 싸움은 누구의 승리로 귀결될 것인가.



주간동아 2009.03.03 675호 (p38~40)

이정훈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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