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5

2009.03.03

1.36명 … 일본 출산율 레드카드!

  • 윤종구 동아일보 도쿄 특파원 jkmas@donga.com

    입력2009-02-25 19: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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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해 전 일본에선 이런 논쟁이 있었다. 자녀가 있는 가정에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것은 자녀가 없는 가정에 대한 차별이다, 아니다. 평생 독신으로 살거나,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아이가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제도’에 대한 불만이 집단화한 것이다. 논쟁은 치열했지만 결국 ‘자녀 있는 가정’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자녀가 있는 가정은 교육과 의료, 일상생활 등에서 일생 동안 막대한 비용을 지불한다. 하지만 무자녀 가정이나 독신자는 양육비가 들지 않기에 노후연금을 두둑하게 들거나 좀더 윤택한 생활을 즐길 수 있다. 수입이 같다면 자녀 있는 가정이 상대적으로 궁핍할 수밖에 없다.

    또한 30년 후를 생각해보자. 이미 노동력을 상실한 노인(지금의 장년층)은 경제활동인구(지금의 어린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들이 지은 집에서 그들이 만든 음식을 먹으며 그들이 제공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할 것이다. 어린이는 나중에 자기 부모뿐 아니라 사회의 모든 노령자를 부양하게 된다. 자녀를 낳아 기르는 것은 개인적 행복이기도 하지만 넓게는 사회 공동체를 유지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런 사회적 비용은 구성원 모두가 분담할 의무가 있다는 게 판정승의 논리였다.

    일본의 고령화는 매일의 일상생활에서 실감할 수 있다. 길거리, 버스, 전철, 매장 어디를 가나 70, 80대 어르신은 많고도 많다. 식료품 마감 세일이 시작되는 저녁 시간대가 되면 도시락을 사러 나오는 독거노인도 많이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이웃은 물론 가족과도 절연된 삶을 살다가 병이 들어 제대로 치료받지도 못한 채 쓸쓸히 죽음을 맞는 독거사(獨居死)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숨진 지 한 달 만에, 혹은 두 달 만에 아파트에서 노인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기사가 신문 사회면에 심심찮게 등장한다.

    급속한 고령화에 지난해 인구 5만1000명 감소



    2035년에는 일본 전체 기초자치단체의 3분의 2에서 15세 미만 어린이 인구의 비중이 10% 이하로 떨어지는 반면, 65세 이상이 주민의 40% 넘게 차지하는 기초자치단체는 전체의 42%에 이를 것이란 게 일본 후생노동성의 추계다.

    최근 일본의 한 여성단체가 실시한 ‘20대 직장여성의 생활과 일’이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이가 없는 20대 기혼 직장여성’의 31%가 “커리어에 도움이 되지 않고 일이 우선이기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일 때문에 바빠서 출산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는 응답도 8.1%. 고령화로 경제활동인구 비율이 줄어들수록 젊은 여성의 사회참여는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는 또다시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 심화를 불러오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그 결과는 인구 감소다. 일본 인구는 지난해 5만1000명 줄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인구가 줄어든 것은 2005년과 2007년, 2008년 세 번뿐이다. 모두 최근이다. 특히 출산 가능 연령대인 25~34세 여성 인구는 지난 10년 동안 78만명이나 줄었다. 올해 새로 성인(만 20세)이 되는 인구는 지난해보다 2만명 적은 133만명으로, 이 또한 사상 최소 기록이다. 당분간 일본 인구의 지속적인 감소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해 일본 여성의 합계특수출생률(여성 1명이 평생 출산할 수 있는 아이의 추정치)은 1.36이었다.

    출생률이나 여성의 직장환경, 보육 여건 등 어느 것 하나 우리가 일본보다 나은 형편이 아닐 것이다. 경각심을 갖고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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