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5

2009.03.03

유산 후 몸조리는 왕비처럼

  • 입력2009-02-25 18: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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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산 후 몸조리는 왕비처럼
    첫성관계를 맺는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혼전 성경험 비율이 높아지면서 인공유산을 하는 여성도 늘고 있다. 최근에는 전례 없는 불경기 때문에 출산을 연기하려고 인공유산을 선택하는 임부도 적지 않다.

    문제는 인공유산을 겪는 여성 대부분이 건강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산은 여성의 몸에 출산 이상으로 부담을 준다. 정상분만 때는 인체 내 호르몬 변화로 자연스럽게 자궁 수축이 일어나고 출산이 이뤄진다. 또한 출산 뒤에는 자궁이 스스로 수축해 산모의 몸은 차츰 출산 전의 상태로 돌아간다.

    하지만 인공유산은 중절수술로 갑자기 변화한 상황에 몸이 억지로 적응해야 한다. 따라서 호르몬 변화가 더디고 자궁 수축도 늦어지며 신체 기능의 회복도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중절수술 후 자궁 내 유착이 생기면 생리불순, 냉대하, 하복부 통증 등 여성의 몸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유산한 경우에는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를 하는 것 못지않게 몸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유산을 ‘반산(半産)’이라 해서 출산한 것이나 다름없이 몸조리를 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동의보감’은 “정상적인 출산은 밤이 다 익으면 깍지가 저절로 벌어져서 깍지나 밤톨이 아무런 손상도 입지 않는 것과 같다. 그러나 유산은 채 익지 않은 밤을 따서 그 송이를 비벼 깍지를 손상시킨 뒤 밤톨을 발라내는 것과 같아서 자궁이 상하고 탯줄이 끊어진 뒤에 태아가 떨어져 나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유산했을 때는 10배나 더 잘 조리하고 치료해야 한다”라고 언급한다. 유산 후 몸조리에 훨씬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

    유산 후 몸조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축어 후보허(先逐瘀 後補虛)’의 원칙이다. ‘먼저 깨끗이 하고 나중에 보하라’는 뜻이다. 중절수술로 손상된 조직의 어혈이나 오로(惡露·출산 후 나오는 질 분비물)를 없애고 자궁을 깨끗하게 한 뒤 자궁기능을 보호해야 한다는 뜻.



    필자의 한의원에서는 이를 위해 자궁의 어혈과 오로를 몸 밖으로 내보내 자궁을 깨끗하게 하는 탕약을 먼저 처방한다. 다음에는 자궁 및 여성 생식기관에 가해진 물리적 손상을 치료하는 탕약이 주어진다. 이 두 처방은 자궁과 난소의 빠른 회복을 도와 임신 전의 상태로 돌려주는 기능을 한다. 이런 처방은 인공유산 후 나타나는 불임이나 습관성 유산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또 한약재를 이용한 좌훈요법은 자궁을 보호하는 데 효과적이다.

    유산 후 몸조리는 왕비처럼

    <b>이정택</b> 후후한의원 원장

    임신 중절수술로 손상되고 얇아진 자궁내막층이 복원되지 않으면 이후 생리량이 줄어들고 습관성 유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유산으로 인한 우울감, 자책감, 피해의식 등 심리적인 문제는 두통, 소화불량, 불면, 심계항진(가슴 두근거림), 자궁 부정출혈, 생리불순 같은 신체 증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 치료를 위한 탕약은 얇아진 자궁내막층을 원래대로 회복시켜 임신에 적합한 자궁 환경을 조성함과 동시에 심리적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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