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63

2008.12.02

소말리아 해역 상선 보호 ‘강감찬함’ 태극기 휘날리며

  • 배수강 bsk@donga.com

    입력2008-11-25 19: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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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말리아 해역 상선 보호 ‘강감찬함’ 태극기 휘날리며

    해적들에게 납치된 중국 어선 톈위(天裕) 8호가 11월17일 인도양을 항해하고 있다. 해적들이 갑판 위에서 선원들을 감시하고 있다.

    기원전 3000년경 지중해에서 배가 다니기 시작한 이래 해적(海賊)은 매춘 여성과 무당에 버금가는 오래된 직업(?)이다. 각국이 최대 30노트(55.5km) 속력의 구축함을 보유하고 첨단 우주선을 쏘아올리는 21세기에도 근절되지 않으니 해적은 무려 5000년을 이어져오고 있다. 바뀐 게 있다면 요즘은 선원의 몸값을 챙긴다는 정도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남중국해와 인도양을 연결하는 말라카 해협은 해적들의 악명이 높았다. 좁은 해협과 수많은 암초는 해적의 활동공간으로 그만이었다. 요즘은 인도양에서 홍해로 들어가는 아프리카 소말리아 근처 아덴 만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아덴 만은 희망봉을 돌지 않고 곧장 수에즈 운하로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항로여서 한 해 1만6000척의 배가 이 길을 오간다. 올해 들어 9월까지 전 세계 199건의 해적질 중 63건이 이곳에서 일어났으니 명불허전(名不虛傳)이다. 11월15일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초대형 유조선 ‘시리우스 스타’호(31만8000t급)가 납치됐다.

    총과 로켓추진수류탄(RPG) 발사기로 선공을 가하는 등 군함에도 ‘대들고’ 있는 소말리아 해적은 해상교통 흐름까지 바꿔놓았다. 해운사들이 돈과 시간이 훨씬 더 드는 희망봉을 우회하는 항로를 채택하기에 이른 것이다.

    해적은 중앙정부가 통제력을 상실하면 주로 발호하게 마련이다. 1991년 독재정권이 붕괴된 이래 내전에 시달려온 소말리아는 압둘라히 유수프 대통령이 이끄는 과도정부가 지난해 3월 수도 모가디슈에 입성했지만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전 과정에서 흘러나온 RPG 등 중화기로 무장한 해적은 선원들의 몸값으로 최신 무기를 사들여 또다시 선박 납치에 나서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해적의 올 한 해 수입이 5000만 달러에 육박해 신랑감 후보 0순위라는 외신보도는 쓴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해적은 가장 오래된 직업 … 조선시대엔 ‘왜구’가 악명 떨쳐



    동아시아의 대표 해적은 왜구(倭寇)였다. 12세기 후반 무사들이 새로운 지배세력으로 등장한 가마쿠라(鎌倉) 막부 시대에 일왕 고다이고가 직접 통치를 꾀하면서 발생한 혼란은 14, 15세기 동아시아 ‘왜구 시대’를 만들어줬다.

    조선은 어쩌면 왜구의 도움(?)으로 건국돼 왜구와 싸우다 왜구로 망한 나라일지도 모르겠다. 태조 이성계가 전북 남원시 운봉읍 일대에서 왜적을 대파한 황산대첩(荒山大捷)으로 전국적 명성을 얻었으니 말이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왜구의 해적질과 대비책에 관한 논의 기록이 731건이나 보인다. 정부가 소말리아 해적 퇴치를 위해 한국형 구축함(KDX-Ⅱ)을 교대로 파견하기로 하고, 1차로 강감찬함(4500t)을 보낼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길이 149.5m, 폭 17.4m인 강감찬함은 5인치 주포 1문과 근접방어무기체계(CIWS)가 장착됐고, 대잠헬기 2대를 운용할 수 있어 입체적인 작전 수행능력을 갖추고 있다니 이름만 들어도 든든하다.

    소말리아 해역에서 상선 보호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덴마크 캐나다 스페인 함정들 속에서 거란 10만 대군을 격멸한 강감찬 장군의 기상이 힘차게 휘날리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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