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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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과 길거리 작품의 차이는?

  • 최광진 미술평론가 理美知연구소장

    입력2007-10-04 17: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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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작과 길거리 작품의 차이는?

    45억원에 낙찰된 박수근 씨의 작품 ‘빨래터’.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가끔 아파트 입구나 거리에서 그림을 진열하고 파는 사람들이 있다. 언뜻 보기에 잘 그린 작품 같은데 가격은 10만~20만원에 불과하다. 액자와 물감 값을 제외하면 수고비도 안 나올 것 같은 가격이다.

    얼마 전 경매에서 비슷한 크기의 박수근 작품이 45억원에 낙찰된 것을 감안하면 길거리 작품은 정말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싼 것이다. 백화점과 시장에 있는 물건 값의 차이가 크지만 이 정도는 아니지 않은가.

    이처럼 눈으로 봐서 비슷해 보이는 박수근 작품과 길거리 작품이 차이가 나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예술의 가치가 재료나 기술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삶과 정신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위작자나 남의 그림을 베끼는 사람들은 재료를 사용하는 숙련도와 묘사의 기술이 전부다. 작가의 정신과 영혼이 담겨 있지 않다. 그 포장된 껍질을 벗겨내면 내용물이 비어 있는 것이다. 그 정도는 누구라도 훈련만 받으면 그릴 수 있다.

    이에 비해 걸작들은 작가의 삶에서 형성된 문제의식, 전통에 대한 수용과 거부, 작가의 철학과 비전 등이 농축돼 있다. 걸작이란 이런 사유와 감정의 덩어리들이 하나의 조형양식으로 시스템화된 것이다.



    때문에 걸작은 방송국의 전파처럼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어떤 에너지를 발산한다. 그것은 수신기를 장착한 사람들에게 유용하고 수신기가 좋을수록 선명하다. 상품의 포장지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질 좋은 내용물을 만드는 것은 간단하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다. 작품의 내용은 작가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그림을 볼 때도 작품보다 작가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애널리스트들이 기업을 평가하듯 작가의 기질과 역량, 철학과 비전 등을 파악할 수 있다면, 작품을 볼 때 내용과 진실에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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