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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어린이는 ‘공공의 적’?

8살짜리 대낮 놀이터에서 시끄럽다고 총 맞아 … “교육 제대로 시켜라” 여론이 더 충격

  • 빈=임수영 통신원 hofgartel@hanmail.net

오스트리아 어린이는 ‘공공의 적’?

오스트리아 어린이는 ‘공공의 적’?
연일 35℃를 넘는 폭염이 계속되던 6월, 오스트리아 빈의 한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놀던 여덟 살짜리 사내아이가 어디선가 날아온 총알에 맞는 사건이 일어났다. 천만다행으로 총알이 심장 바로 위로 비켜가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아이와 가족이 받은 충격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범인은 다음 날 검거됐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26세의 마약중독자였다. 범인은 “아이들이 너무 시끄러워 몇 번 주의를 줬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 그래서 겁을 주기 위해 공기총을 쐈다”고 진술했다. 한 정신이상자의 충동적 도발행위로 결말지을 수 있는 사건이었으나, 문제는 이 사건에 대한 오스트리아 여론의 반응이었다.

현장 취재를 나온 한 신문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같은 아파트에 사는 어떤 할머니는 “내 언젠가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알았다. 시끄러워 살 수가 없다”라고, 또 어떤 할아버지는 “(총 맞은) 그놈이 제일 버릇없었다. 조용히 하라고 몇 번을 일러도 귓등으로 흘려버렸다”며 오히려 속 시원해하는 것 아닌가. 신문의 독자투고란에도 “더워서 창문을 열어놓으면 TV 소리가 안 들릴 정도로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장난이 아니다. 짜증난다” “다음 날 출근하려면 일찍 자야 하는데,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밤 11시까지 떠드는 바람에 도무지 잠을 잘 수가 없다. 애들 교육 좀 제대로 시켜라”는 논조 일색이었다. 피해자가 어느새 가해자로 둔갑해버린 셈이다. 대낮에 뛰어놀라고 만들어놓은 놀이터에서 놀다가 총을 맞아도 ‘총 맞을 짓 했다’(?)는 무서운 논리가 득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배경으로 세 가지 원인을 추정할 수 있다. 첫째, 총 맞은 아이가 터키 출신 이민자의 아들이라는 점이다. 워낙 외국인 혐오주의가 강한 사회이고, 극우당인 자유당 총재가 정당대회에서 “외국인은 좀벌레 같은 존재”라는 막말을 거리낌 없이 하는 마당에, ‘시끄럽게 구는 터키 놈 하나 손봐줬을 뿐’이라는 것일까.

정신이상자 충동적 도발사건



밖에서 놀던 아이들이 금발에 푸른 눈, 흰 살갗을 갖고 있었다면 그렇게 대놓고 총질을 해댈 수 있었을까. 아니나 다를까, 같은 단지 내 다른 두 어린이도 이전에 놀이터에서 놀다 범인의 총에 맞았다고 고백했다. 모두 이민자의 자녀들이었다. 이 피해 어린이의 가족은 말이 통하지 않아서, 그리고 후환이 두려워서 경찰에 신고도 못했다고 한다.

두 번째 원인으로는 주거지의 특수성을 들 수 있다. 사건이 일어난 장소는 시립 영구임대아파트 단지였다. 오스트리아는 사회당이 장기간 집권하면서 서민을 위한 복지정책을 많이 펼쳤다. 그중 하나가 영구임대아파트 건설이었다. 사회당의 철옹성인 빈 시내를 돌아보면, 경치와 주거환경이 좋은 부자동네 곳곳에 서민들을 위한 영구임대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다. 부자들만 좋은 동네에 살라는 법은 없다는 것이다. 또 도시 남서쪽 천연 온천지역을 중심으로도 대규모 영구임대아파트 단지가 집중 건설돼 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실패였다. 보통 원룸이 월세 400유로(약 52만원) 이상인데, 그 반값으로 영구임대아파트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초창기에는 일반시민이 많이 입주했다. 하지만 보수공사가 제때 이뤄지지 않는 등 불편한 점이 늘어나 대부분 일반 아파트로 이사를 갔고, 이들이 떠난 자리를 이민자들이 채웠다. 결과적으로 영구임대아파트에는 다른 곳으로 이사 갈 여력이 없는 저소득층 서민과 수용시설에서 나온 후 갈 곳 없는 노숙자, 약물중독자, 정신질환자 및 오스트리아 국적을 이제 막 취득한 터키 유고 아프리카 출신의 이민자들이 모여들게 됐다.

이로 인한 문화 충돌이 범죄로까지 연결됐고, 현재 영구임대아파트는 서서히 게토화, 슬럼화돼가고 있다. 특히 이민자 대부분은 다산을 하는 대가족 체제로, 늦은 밤까지 밖에서 아이들을 ‘풀어놓고’ 놀리는 문화를 선호한다. 아이들이 저녁 7시면 잠잘 준비를 하고, 보호자 없이는 절대 밖에서 혼자 놀지 않으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을 중요시하는 오스트리아 문화에서는 결코 이해하기 힘든 양육 방식인 것이다.

엄마들 “아이에게 적대적인 사회”

세 번째 원인은 자식 키우는 엄마들의 입에서 들을 수 있다. 이들은 오스트리아가 “전반적으로 아이들에게 적대적인 사회”라고 입을 모은다. 일례로, 시내에서 세 살짜리 아들과 쇼핑을 하던 한 엄마는 소변이 급한 아들이 주변에 공중화장실도 없고 상점들도 화장실 이용을 허락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거리 구석에서 볼일을 본 이야기를 들려줬다. 당시 행인들이 눈살을 찌푸리며 한마디씩 했다고 한다. 널린 게 개똥인 거리에서 말이다.

버스나 전철에서 아이들이 떼를 쓰면 곧장 다른 승객들이 째려보기 일쑤다. 달려오는 커다란 개에 놀라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면 “왜 우리 개를 자극하냐”며 아이를 꾸짖는 ‘간 큰’ 개주인도 다반수다. 놀이터 모래장에 쥐약을 숨겨놓거나 폭탄을 설치한 인면수심 살인미수범도 있다.

아이들을 귀찮고 시끄럽고 피곤한 존재로 여기며, 이제는 급기야 테러 목표물로 취급하는 오스트리아의 현실. 언제부터 아이들이 공공의 적이 돼버린 것일까. 하멜의 피리 부는 사나이가 아이들을 싹 쓸어가면 그제야 오스트리아인들은 아이들의 소중함을 깨닫게 될까, 아니면 오히려 조용해졌다고 춤을 출까. 아무리 더워도, 이건 아니잖아!



주간동아 2007.07.31 596호 (p66~67)

빈=임수영 통신원 hofgart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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