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의 ‘쇠고기 협상’에서 실익을 챙기고 있는 미국이 이번엔 일본을 압박하고 나섰다. 6월27일 열린 ‘미-일 쇠고기검역 기술협의’에선 격론이 오갔다. 미국은 국제수역사무국(OIE)이 자국을 광우병(BSE) 위험 통제국으로 분류했다면서 모든 쇠고기 제품의 수입을 허용하라고 일본을 몰아붙였다. 이에 일본은 국민 건강이 걱정된다며 현재 ‘20개월령 미만의 쇠고기’만 수입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20개월령 미만’인가.
한국은 현재 ‘30개월령 미만 뼈 없는 쇠고기’에 한해 수입을 허용한다. 일본이 한국보다 까다로운 기준을 관철한 것은 20개월령 이상, 30개월령 미만 소에서도 광우병이 발생하기 때문이다(20개월이 안 된 소가 광우병에 감염된 사례는 거의 없다). 정부는 “30개월령 이하에서도 (광우병이) 발생한 적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여기서 중요한 것은 BSE 감염소의 경우에도 ‘살코기’에선 BSE 원인체인 프리온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런데 ‘뼈 있는 쇠고기’를 포함한 미국산 쇠고기가 추석(9월25일) 전후로 수입될 것으로 보인다. 전면 수입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가 현재 전체 8단계 중 4단계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정부가 미국 현지에서 위생 실태조사를 벌인 뒤 7월 말께 쇠고기 협상이 재개될 예정이다. 뇌와 척추 등 광우병 직접 위험물질을 제외한 모든 쇠고기 제품을 수입하라는 게 미국 측 요구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그렇다면 미국인들은 어떤 쇠고기를 먹을까?
미국인들도 20개월 미만 때 도축
‘주간동아’가 입수한 농림부 자료 등에 따르면 미국의 비육장에서 사육되는 소는 보통 생후 14~23개월(평균 18개월)에 도축된다. 식용으로 주로 쓰는 거세우와 미경산우(새끼를 낳지 않은 암소)로 한정하면 90% 이상이 태어난 지 20개월 안에 도축된다. 미국인들도 20개월 넘지 않은 소를 도축해서 먹는다는 얘기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광우병 위험을 배제할 수 없는, 20개월 넘게 자란 소가 한국으로만 몰려들 수 있다. 상식적으로 일본으로는 20개월 미만 소가, 한국으로는 20~29개월령 소가 주로 수출되지 않겠는가. 일본 사람들은 사실상 안전한 쇠고기를 먹는데, 우리는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는 쇠고기를 먹는다는 건 난센스다. 미국인, 일본인도 안 먹는 쇠고기를 우리가 먹게 되는 셈이다”라고 주장했다.
‘쇠고기 관세 문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협상 대상이었으나 위생검역 문제는 FTA와 ‘직접 관계’는 없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FTA 협상 체결과 관련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는 “미국의 뼈 없는 쇠고기, 뼈 있는 쇠고기, 고기 부스러기, 다양한 부위 고기 등이 모두 포함된 전면적인 수입 개방을 하지 않으면 한미 FTA 비준안이 의회에서 통과될 수 없다”고 한국 측에 경고했다고 한다. 일각에서 “경제적 잣대에 따라 국민의 건강까지 거래되는 것 아니냐”는 눈초리를 보내는 까닭이다.
이른바 인간광우병(人間狂牛病, v. Creutzfeldt-Jakob disease)은 광우병이 사람에게 전염된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곱병’을 일컫는 말이다. 광우병에 걸린 소의 고기를 먹은 사람에게 나타나는데, 이 병에 걸리면 뇌에 구멍이 뚫려 사망한다. 감염 초기 기억력 감퇴와 감각 부조화가 나타난 뒤 평형감감이 둔화되고 치매로 발전하며, 나중엔 움직이거나 말을 하지 못한다. 진단을 내리기도 쉽지 않으며 잠복기도 10~40년으로 긴 편이다.
그렇다면 한국도 일본처럼 광우병 감염 소가 거의 없는 ‘20개월령 미만’의 소만 수입하는 것으로 협상할 수는 없었을까?
정부는 “일본은 유일하게 (자국 소에 대해) 광우병 전 두수 검사를 하므로 동등성 원칙을 바탕으로 미국과 합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은 광우병 발생국가다. 따라서 전 두수 광우병 검사는 일본 국민의 건강을 위한 당연한 조치다. 광우병이 한 차례도 보고되지 않은 한국은 쇠고기에서만큼은 일본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미국과 검역 관련 협상을 이끌 수 있다는 지적이다.
‘쇠고기 압력’ 깐깐한 대응 필요
일본은 미국과의 협상과정에서 소의 나이를 측정하는 치아감별법이 과학적이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출생기록이 없는 소는 12~17개월로 반입 가능한 소의 사육기간을 더 낮췄다. 한국은 치아감별법을 인정하고 있는데, 치아 마모 상태로만 소의 나이를 가늠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간동아’가 입수한 ‘BSE 관련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검토’라는 농림부 문건의 ‘전문가 검토의견’란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허용하되 아직 BSE가 과학적으로 구명되지 않았고, 미국의 BSE 방역시스템이 완벽하지 않은 점을 감안해 국제기준보다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적시하고 있다. 다만 이 보고서는 OIE가 미국을 광우병 위험 통제국으로 분류하기 이전에 작성된 것이다.
세계화는 거스르기 힘든 추세다. 소비자 주권 차원에서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론을 제기하기 어렵다. 소비자들과 식당 업주들은 수입이 일부 재개된 미국산 쇠고기에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 서울의 쇠고기 값은 로스앤젤레스 런던보다 3~4배 비싸다. 축산업이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복잡한 유통구조 탓이다. 중국산 캔 쇠고기가 시중에 유통되는 것도 국내산 쇠고기 값이 지나치게 비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민 건강과 관련해서는 깐깐하게 협상해야 하지 않을까? 앞으로 미국의 ‘쇠고기 압력’에 대처하는 한국과 일본 정부의 행보를 꼼꼼하게 비교해볼 일이다.
그렇다면 왜 ‘20개월령 미만’인가.
한국은 현재 ‘30개월령 미만 뼈 없는 쇠고기’에 한해 수입을 허용한다. 일본이 한국보다 까다로운 기준을 관철한 것은 20개월령 이상, 30개월령 미만 소에서도 광우병이 발생하기 때문이다(20개월이 안 된 소가 광우병에 감염된 사례는 거의 없다). 정부는 “30개월령 이하에서도 (광우병이) 발생한 적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여기서 중요한 것은 BSE 감염소의 경우에도 ‘살코기’에선 BSE 원인체인 프리온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런데 ‘뼈 있는 쇠고기’를 포함한 미국산 쇠고기가 추석(9월25일) 전후로 수입될 것으로 보인다. 전면 수입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가 현재 전체 8단계 중 4단계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정부가 미국 현지에서 위생 실태조사를 벌인 뒤 7월 말께 쇠고기 협상이 재개될 예정이다. 뇌와 척추 등 광우병 직접 위험물질을 제외한 모든 쇠고기 제품을 수입하라는 게 미국 측 요구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그렇다면 미국인들은 어떤 쇠고기를 먹을까?
미국인들도 20개월 미만 때 도축
‘주간동아’가 입수한 농림부 자료 등에 따르면 미국의 비육장에서 사육되는 소는 보통 생후 14~23개월(평균 18개월)에 도축된다. 식용으로 주로 쓰는 거세우와 미경산우(새끼를 낳지 않은 암소)로 한정하면 90% 이상이 태어난 지 20개월 안에 도축된다. 미국인들도 20개월 넘지 않은 소를 도축해서 먹는다는 얘기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광우병 위험을 배제할 수 없는, 20개월 넘게 자란 소가 한국으로만 몰려들 수 있다. 상식적으로 일본으로는 20개월 미만 소가, 한국으로는 20~29개월령 소가 주로 수출되지 않겠는가. 일본 사람들은 사실상 안전한 쇠고기를 먹는데, 우리는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는 쇠고기를 먹는다는 건 난센스다. 미국인, 일본인도 안 먹는 쇠고기를 우리가 먹게 되는 셈이다”라고 주장했다.
‘쇠고기 관세 문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협상 대상이었으나 위생검역 문제는 FTA와 ‘직접 관계’는 없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FTA 협상 체결과 관련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는 “미국의 뼈 없는 쇠고기, 뼈 있는 쇠고기, 고기 부스러기, 다양한 부위 고기 등이 모두 포함된 전면적인 수입 개방을 하지 않으면 한미 FTA 비준안이 의회에서 통과될 수 없다”고 한국 측에 경고했다고 한다. 일각에서 “경제적 잣대에 따라 국민의 건강까지 거래되는 것 아니냐”는 눈초리를 보내는 까닭이다.
이른바 인간광우병(人間狂牛病, v. Creutzfeldt-Jakob disease)은 광우병이 사람에게 전염된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곱병’을 일컫는 말이다. 광우병에 걸린 소의 고기를 먹은 사람에게 나타나는데, 이 병에 걸리면 뇌에 구멍이 뚫려 사망한다. 감염 초기 기억력 감퇴와 감각 부조화가 나타난 뒤 평형감감이 둔화되고 치매로 발전하며, 나중엔 움직이거나 말을 하지 못한다. 진단을 내리기도 쉽지 않으며 잠복기도 10~40년으로 긴 편이다.
그렇다면 한국도 일본처럼 광우병 감염 소가 거의 없는 ‘20개월령 미만’의 소만 수입하는 것으로 협상할 수는 없었을까?
정부는 “일본은 유일하게 (자국 소에 대해) 광우병 전 두수 검사를 하므로 동등성 원칙을 바탕으로 미국과 합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은 광우병 발생국가다. 따라서 전 두수 광우병 검사는 일본 국민의 건강을 위한 당연한 조치다. 광우병이 한 차례도 보고되지 않은 한국은 쇠고기에서만큼은 일본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미국과 검역 관련 협상을 이끌 수 있다는 지적이다.
‘쇠고기 압력’ 깐깐한 대응 필요
일본은 미국과의 협상과정에서 소의 나이를 측정하는 치아감별법이 과학적이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출생기록이 없는 소는 12~17개월로 반입 가능한 소의 사육기간을 더 낮췄다. 한국은 치아감별법을 인정하고 있는데, 치아 마모 상태로만 소의 나이를 가늠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간동아’가 입수한 ‘BSE 관련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검토’라는 농림부 문건의 ‘전문가 검토의견’란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허용하되 아직 BSE가 과학적으로 구명되지 않았고, 미국의 BSE 방역시스템이 완벽하지 않은 점을 감안해 국제기준보다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적시하고 있다. 다만 이 보고서는 OIE가 미국을 광우병 위험 통제국으로 분류하기 이전에 작성된 것이다.
세계화는 거스르기 힘든 추세다. 소비자 주권 차원에서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론을 제기하기 어렵다. 소비자들과 식당 업주들은 수입이 일부 재개된 미국산 쇠고기에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 서울의 쇠고기 값은 로스앤젤레스 런던보다 3~4배 비싸다. 축산업이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복잡한 유통구조 탓이다. 중국산 캔 쇠고기가 시중에 유통되는 것도 국내산 쇠고기 값이 지나치게 비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민 건강과 관련해서는 깐깐하게 협상해야 하지 않을까? 앞으로 미국의 ‘쇠고기 압력’에 대처하는 한국과 일본 정부의 행보를 꼼꼼하게 비교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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