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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범여권후보 난립, DJ의 선택은?

5년 만의 외출 ‘金心’ 은 어디로

DJ,범여권 킹메이커로 자리매김 … 낙점 둘러싼 루머 속 정작 본인은 침묵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5년 만의 외출 ‘金心’ 은 어디로

5년 만의 외출 ‘金心’  은 어디로

2006년 6월 8년 만에 전남 목포시를 방문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목포역 광장에서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답례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의 자택에는 요즘 찾는 사람들이 많다. 대선과 총선을 의식한 정치인들이 그를 찾아 ‘도움’을 청한다. ‘초선의 386 인사들이 많다’는 게 측근의 귀띔이다.

그러나 권 전 고문은 되도록 이들과 거리를 두려 한다. 민감한 시기에 자칫 설화(舌禍)에 휘말릴 수 있다는 부담 때문이다. 몇 년간 권 전 고문의 옥바라지를 해온 아내의 만류도 권 전 고문으로서는 외면하기 힘들다. “그만큼 당했으면서 또 정치를 하려느냐”는 아내의 호소에 권 전 고문은 할 말을 잃는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권 전 고문은 요즘 아침이면 골프가방을 메고 집을 나서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따지고 보면 권 전 고문을 찾는 정치인과 386 인사들이 정말 만나고 싶은 사람은 따로 있다. 바로 김대중(DJ) 전 대통령이다. DJ는 여권의 대통합 정국과 후보단일화에 변함없는 상수(常數)다. 총선 흐름도 동교동이 조율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현실정치가 이러니 정치인들이 DJ를 만나 조언을 듣고 눈도장을 찍고 싶은 것은 당연지사다.

그러나 그들은 동교동에 ‘명함’을 내밀 처지가 못 된다. 요즘은 대선주자와 범여권 중진들이 수시로 동교동을 방문하는 시점이다. 그들의 출입도 부담을 느끼는데 초선과 386 의원들에게까지 대문을 열어줄 것을 바라기란 무리다. 말하자면 권 전 고문의 자택은 동교동으로 가기 위한 범여권 인사들의 비상구로 볼 수 있다.

DJ가 2007년 대선의 킹메이커로 나선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정치 현실이 그를 필요로 한 부분도 있지만, 그가 적극적으로 구도를 만든 탓이 크다. 그 결과 DJ는 범여권 최고의 킹메이커로 자리매김했다. 한 언론이 범여권 지지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이 언론은 전·현직 대통령의 대선 영향력에 대해 DJ(68.7%)의 영향력이 노무현 대통령(24.6%)을 압도한다고 보도했다.



DJ는 지금까지 한 가지 메시지를 줄기차게 주장했다. 대선은 양자구도로 가야 한다는 것. 그래야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단일후보를 내니 여권도 단일후보로 맞서야 한다는 단순 논리다.

DJ는 이를 실천할 시나리오로 대통합론을 언급했다. 대통합론은 열린우리당의 틀을 깨는 것을 전제로 한다. DJ의 메시지는 여권 인사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전달됐고, 정치적 함의를 파악한 인사들이 탈당해 통합 대열에 합류했다.

DJ의 대통합론 현재까지 미완성

그러나 대통합론은 현재 ‘미완’의 상태다. 어떻게 보면 실패에 가깝다. 믿었던 박상천 민주당 대표와 김한길 중도개혁통합신당 대표가 6월27일 대통합이 아닌 소통합에 합의해 대통합의 진로를 방해했기 때문이다. 범여권은 이제 열린우리당(73석)과 중도통합민주당(34석), 40여 명의 대통합파가 중간지대에 머무는 구도로 재편됐다. 우리당을 허무는 데는 성공했지만 단일대오 형성에는 실패했다.

5년 만의 외출 ‘金心’  은 어디로

정동영 전 우리당 의장(왼쪽), 한명숙 전 총리.

범여권의 정립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들을 하나로 묶을 원칙과 명분을 찾는 일도 쉽지 않다. 친노(親盧) 주자와 비노(非盧) 주자가 함께 경선을 치를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우리당 관계자들은 힘을 합치자고 하지만, 통합민주당 인사들은 ‘친노가 가세하면 도로 열린우리당’이란 견해다. 그들은 선거가 더 어려워진다는 주장을 굽힐 기미가 없다.

여권의 정치 지형은 대통합의 한계를 뛰어넘어 ‘후보 중심’의 통합론이 힘을 받고 있다. DJ도 생각을 밝혔다. 거듭해서 범여권 대통합을 주문하더니 “민주당에서 대선후보가 나와야 한다”고 역설했다. 전략적으로 변화가 느껴지는 이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동교동 한 관계자는 그 배경에 2002년 킹메이커로서의 애환이 서려 있다고 설명한다. 2002년 대선 때 현직 대통령이던 DJ는 중립을 지켰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역할을 통해 출신 성분이 다른 노무현 후보를 지원, 정권재창출에 성공했다.

DJ는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자신을, 햇볕정책을 인정하고 보호해줄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대북송금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특검을 도입했고, DJ의 수족을 감옥에 넣었다. 참여정부 4년째가 되는 요즘 햇볕정책이 상처투성이라는 점도 DJ로서는 불만이다.

동교동 한 관계자는 최근 이런 일련의 상황을 ‘승리한 패배’로 규정했다. 이기고도 진 선거라는 것이다. 그는 두 번 다시 이런 선거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말 대선이 바로 설욕의 기회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DJ의 이 말은 공허하다. 통합민주당은 세력과 호남이라는 지역기반을 보유하고 있지만 눈을 씻고 봐도 대선에 내세울 뚜렷한 주자는 보이지 않는다. 현재 거론되는 범여권 빅3(손학규 - 이해찬 - 정동영)는 모두 대통합파 세력 주변에 진을 치고 있다. 세력과 지지기반이 허약하다는 점이 한계지만, 그들 역시 범여권의 한 축으로 입지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치력을 동원해 이들을 한자리로 모아야 하고, 바로 이것이 킹메이커 DJ의 역할이다. DJ는 그 역할을 수행할 능력도 의지도 강하다.

현재 여권에는 범여권 후보를 둘러싼 온갖 루머가 돌아다닌다. DJ의 ‘손학규 지원설’과 ‘이해찬 낙점설’이 대표적이다. 일각에선 DJ가 킹메이커로까지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가능성도 거론된다.

DJ가 미는 후보를 둘러싸고 전해지는 말이 있다. 얼마 전 정대철 전 민주당 고문이 동교동을 찾아 DJ와 마주 앉았다. 정 전 고문이 넌지시 “염두에 둔 후보가 있느냐”고 묻자, DJ는 “마음속에 있다고 해도 그것을 어떻게 내가 말할 수 있겠느냐”며 웃었다. 소이부답(笑而不答)으로 속내를 숨긴 DJ는 공을 정 전 고문에게 넘겼다고 한다. “정 고문은 경선에서 이기는 사람의 편을 든다면서…. 나도 같은 생각이야.”

범여권 대선주자들은 DJ를 향한 공들이기에 열중하지만 DJ는 먼 산을 바라본다. 측근들은 “당장 특정 주자를 지원할 생각은 없는 것 같다”고 DJ의 침묵을 설명한다. 장성민 전 의원의 말이다.

“범여권에서 국민경선제를 통해 후보가 정해진다면 손을 들어줄 수 있겠지만, 그 전에 DJ가 특정인의 손을 들어줄 수 있겠느냐.”

그러나 호불호(好不好)가 없을 수는 없다. 경쟁력과 정체성, 정치적 노선 등을 통한 평가는 가능하고, 이를 대선주자의 경쟁력으로 평가할 수 있다. 현재 범여권 주자는 이해찬 한명숙 김혁규 손학규 등이다. 동교동은 이들과 친소 관계에 따라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원칙을 적용한다. 그 가운데 상대적으로 정치적 인연이 깊은 대선주자도 있다.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다. 특히 이 전 총리와 친분이 깊다. 그는 국민의 정부 초대 교육부 장관을 지냈을 정도로 DJ가 정치력과 기획능력을 평가했다. 이 전 총리는 노 대통령과의 정치 노선과 참여정부의 각종 개혁정책을 계승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다른 후보에 비해 유리한 면이다. 그러나 동교동은 그의 강한 캐릭터에 부정적이다. 대중성이 낮은 것도 대선후보로서는 결격사유라는 게 동교동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선주자들 金心 잡기 열중 … 제3후보론도 등장

5년 만의 외출 ‘金心’  은 어디로

6월14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7주년 기념만찬.

한 전 총리도 DJ 정부에서 신설된 여성부에 초대 장관으로 발탁됐다. 환경부 장관을 역임하는 등 DJ에게서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천정배 의원, 추미애 전 의원 등도 DJ를 의식한다. 15대 총선 당시 전문가그룹 영입 차원에서 발탁한 이들 가운데 일부는 DJ에게 자식 같은 존재다. 반면 손학규 전 지사는 DJ와 정치적 관계를 맺은 적이 없다. 그러나 그는 범여권 인사들 가운데 국민지지율이 가장 높다. 대중성을 중시하는 DJ가 이를 놓칠 리 없다. DJ는 한나라당 경선 과정을 봐가며 이 가운데 필승카드를 뽑아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이는 도식적 평가에 지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장성민 전 의원은 “DJ 머릿속에는 제3의 후보가 들어 있다”고 설명한다. 지금 후보로는 야당 후보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이 제3후보론의 배경이다.

DJ는 최근 말을 아낀다. 대통합 기류가 난관에 빠졌음에도 직접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과거 대통합의 깃발 아래로 범여권 인사들을 몰아넣던 적극적 태도와는 대조적이다. 그는 한나라당 경선과 범여권을 관통하는 후보 중심의 판짜기를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 눈치다. 일종의 숨고르기와 수읽기의 시간이다.

그러나 DJ 앞에는 적지 않은 난관이 가로막고 있다. 무엇보다 노 대통령의 소극적인 자세가 큰 부담이다. 한나라당의 집권을 저지해야 한다는 전략적 목표에서는 동업자 관계지만, 방법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때로는 경쟁자 관계로 변한다. “반(反)한나라당 대표주자를 결정하는 작업은 결국 DJ와 노 대통령의 대리전 양상으로 진행될 것”이란 말이 나도는 배경이다.

국민도 부활하는 ‘DJ 정치’에 의아함과 허탈감을 표한다. 사면초가(四面楚歌)다. 거기다 카리스마도 예전보다 못한 것 같다. 하지만 의욕은 넘친다. 도처에 할거하는 군웅이 수시로 동교동 눈치를 보는 것으로 보아 웬만큼 힘도 있는 듯하다. 한나라당이 이기면 DJ 대통령 이후 10년이 도마에 오르고, 남북화해와 노벨상은 빛이 바랜다. 연말 대선까지 이제 6개월, DJ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주간동아 2007.07.10 593호 (p12~15)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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