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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 맛이야!|한국 술

발효 음식엔 막걸리가 딱이지!

  •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foodi2@naver.com

발효 음식엔 막걸리가 딱이지!

발효 음식엔 막걸리가 딱이지!
맛 칼럼니스트 가운데 와인에 푹 빠져 지내는 이가 있다. 와인은 그 종류만큼 제각각 개성적인 맛과 향, 색깔을 지니고 있어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그 오묘한 붉은 바다에서 허우적거리게 돼 있다. 그런데 그에게서 와인의 단점을 들은 적이 있다. 맵고 짜고 강한 맛이 나는 한국음식에 와인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점점 느끼게 되더라는 것. 이해가 가는 말이다. 술은 늘 음식과 함께하게 마련인데 서양에서 발달한 와인은 서양음식과 어울리지 한국음식과는 아무래도 좋은 화음을 낼 수 없을 것이다.

맵고 짜고 강한 맛이 나는 한국음식에는 어떤 술이 어울릴까. 막걸리? 아니면 소주, 약주?

와인은 과일 발효주이고 한국 술은 곡물 발효로 얻는다. 한국의 술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곡물을 익힌 다음 누룩으로 알코올 발효를 해 그냥 거른 막걸리, 용수를 박아 맑은 술만 떠낸 약주, 이 약주에 열을 가해 증류한 소주다. 고기를 구울 때는 소주, 생선회에 곁들일 때는 약주, 발효 음식에는 막걸리가 어울린다.

韓食과 우리 술은 ‘찰떡궁합’ … 다양한 의미 부여 필요

한국인은 대부분 취하기 위해 술을 마시지 음식 맛을 돋우기 위해 마시지 않는다. 또 와인쯤이나 돼야 음식과의 조합을 생각한다. 한국 술은 애초 그런 것을 따지지 않았다.



전국을 돌아다니는 직업 덕분에 한국 술을 꽤 많이 마셔봤다. 그중 한국음식 맛을 훌륭히 이끌어내는 몇 가지 술을 소개한다.

전남 영광 법성포는 예전에 굴비보다 소주가 더 유명했다. 우리나라에 소주가 들어온 것은 고려시대 몽골에 의해서다. 법성포는 몽골의 해양 전진기지 노릇을 했는데 그때 몽골인에게서 소주 내리는 비법을 전수받아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소주 내리는 기술은 그리 간단치가 않다. 불과 물, 알코올의 ‘생리’를 완벽하게 파악해야만 단내가 나지 않고 역겹지도 않은 부드럽고 순한 소주를 내릴 수 있다. 그러니까 소주 내리는 공력이 적어도 20년은 돼야 “소주 좀 내릴 줄 안다”고 말할 수 있다.

법성포 포구 근처 민가에서 몰래 담가 파는 소주를 맛볼 수 있다. 내가 맛보기에 이만한 소주는 드물다. 낮은 불에 내려서인지 단내가 전혀 없다. 깨끗하게 넘어가고 아랫배 저 아래에서부터 술기운이 올라온다. 40도 정도의 술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순한 맛이다.

프랑스에 와인이 있으면 우리에게는 막걸리가 있다. 와인 맛은 포도의 재배환경, 품종, 발효 조건 등에 의해 만들어진다. 막걸리도 이와 다르지 않다. 곡물과 물, 누룩, 발효 조건 등에 따라 집집마다 막걸리 맛이 달라진다. 와인과 막걸리의 차이점이 있다면, 와인은 그 다양한 맛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등급을 매겨 의미를 부여하는 데 비해 막걸리는 다양한 맛 차이를 “어, 그 맛 좋다” 정도로 끝낸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맛본 막걸리 중 최고다 싶은 것이 둘 있다. 경기 가평군 현리 시외버스주차장 건물에 밀주를 파는 식당이 있다. 몇 해 전 이 근처에 캠핑을 갔다가 맛을 보고 반해 이 길을 지날 때면 꼭 들러 한 병씩 사온다. 그때마다 맛이 거의 같다. 누룩 향이 적고 싸한 탄산가스가 풍부하다. 이 술은 엉뚱하게도 백숙과 잘 어울린다. 특히 토종닭의 퍽퍽한 살 맛을 부드럽고 감칠맛 나게 해준다.

둘째는 강원 영월군 주천면 법흥사 계곡의 ‘신라가든’에서 빚는 막걸리다. 첫 맛은 가볍지만 뒤에는 여러 가지 맛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법흥사 뒤 사자산 참나물, 곰취 맛이 깊다. 이 나물을 생으로 된장에 찍어먹고 막걸리를 들이켜면 입 안에서 환상의 조화를 부린다.

집에서는 경주법주를 즐긴다. 두툼한 일본식 생선회를 먹을 때 소주는 너무 강해 생선 맛을 다 죽인다. 그러나 경주법주는 생선회와 찰떡궁합이다.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으면서 깨끗하고 부드러운 느낌으로 생선살 맛을 돋운다(경주법주 홍보하는 거 아니니 오해 없으시길).

이 밖에도 다양한 한국 술이 존재하며 이에 맞는 한국음식도 얼마든지 있다. 혹여 한국 술과 한국음식의 조합을 실전적으로 탐구한 이들이 있으면 정보를 알려주길 바란다. 음식과 술은 나눌수록 맛있는 거니까.



주간동아 2007.06.12 589호 (p88~88)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foodi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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