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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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비극 ‘소년병’

  • 이명재 자유기고가

    입력2007-05-16 1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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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에서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반군에 끌려간 열두 살짜리 소년이 냉혈한 살인마로 훈련되는 장면일 것이다. 전쟁이 무엇인지도, 사람을 죽인다는 것이 어떤 건지도 모른 채 아이는 단지 살아남기 위해 총을 쏘고 살인을 저지른다. 결국 소년은 아버지에게까지 총을 겨누게 된다.

    영화의 ‘소년병’ 이야기는 영화 속 허구가 아닌 현실이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전 세계에서 적어도 30만명의 소년이 군인으로 징집됐다는 기사를 전했다. 이 취재기는 소년병에 대해 “매우 효율적이고 강력한 무기”라고 밝혔다. “쉽게 조종할 수 있고 충성심이 강하며 겁이 없고, 무엇보다 쉽게 충원될 수 있다는 점이 소년병들을 ‘완벽한 무기’로 만든 이유”라는 설명이다.

    ‘쉽게 조종할 수 있고 충성심이 강한’ 것은 이들이 도덕이나 양심에 대한 자각이 얕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시에라리온 등에서 소년병들은 성인보다 훨씬 잔인한 방법으로 반대세력을 살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시티 오브 갓(City of God)’은 전쟁터가 아닌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빈민촌을 무대로 잔혹한 소년 범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범죄’와 ‘마약’ 속에서 성장하는 빈민가 소년들은 하나같이 총을 들고 상대방을 죽이려 든다.

    이 영화에서 악인을 대표하는 인물인 제페게노의 짧은 삶은 브라질 빈민가에서 나고 자라는 청소년의 일대기를 - 전형이라기보다는 다소 극단적인 모습으로겠지만 - 보여준다.



    제페게노는 어린 시절부터 살인에 눈뜨고 살인과 함께 성장했다. 살인이 그를 ‘키웠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장면이라고 알려진 어린이 살해 장면을 보자. 제페게노는 기껏 10대 초반쯤 되는 소년에게 총을 쥐어주고, 그보다 어린 8, 9세로 보이는 어린이들을 죽이라고 강요한다. 자기 관리 구역에 있는 잡화점의 물건을 털었다는 게 이 아이들의 죄목이다. 제페게노는 아이 둘 중 하나를 살해하라고 명령한다. 실제로 살인행위는 일어난다.

    ‘블러드 다이아몬드’에서 소년병이 잔인하게 상대방을 죽이는 장면, ‘시티 오브 가드’에서 소년이 소년을 총살하는 장면은 무서울 정도로 충격적이다. 그러나 이들 영화에서 진정 끔찍한 것은 이렇게 잔인한 짓을 저지르는 아이들을 비난할 수만은 없다는 사실이다.

    내전이 장기화된 지역에서는 제 발로 군대를 찾아와 자원하는 소년도 적지 않다고 한다. 부모와 집을 잃은 아이들은 앉아서 굶어 죽느니, 군대에 가면 최소한 먹을 것은 해결할 수 있다는 심정으로 자원입대를 한다. 전쟁터든 빈민촌이든 많은 아이들은 생존을 위해 총을 들고, 다른 이들을 죽이는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끔찍한 것은 결코 이 아이들이 아니다.



    영화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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