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가 보기에도 이들은 좌파나 일부 지역 지도자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나 21세기 무한경쟁 시대에 선진화를 지향해야 할 대한민국 지도자가 되는 데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우리나라에 좌파세력과 농민만 사는 게 아니다. 우파와 중도파 성향의 사람들도 있고, 농업 외에 우리 경제를 먹여 살리는 수많은 제조업 및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이라면 국민 대다수의 이익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할 텐데, 두 의원은 자기편을 제외한 다른 국민을 무시하고 심지어 적으로 간주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연거푸 선거에서 참패하고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서 두 의원은 뼈를 깎는 반성을 하겠다며 사과하고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대체 무엇을 반성했는지 알 수가 없다.
참여정부는 친북좌파적, 과거지향적, 국론분열적, 반기업적, 반시장적, 반국민적 국정운영으로 경제를 망가뜨리고 서민과 빈곤층의 삶을 어렵게 했으며, 소득 및 부동산가격 양극화를 심화했다. 무엇보다 철 지난 이념논쟁을 촉발해 국민을 좌우로 갈라 철천지원수처럼 싸우게 했다.
그런데도 김 의원과 천 의원을 포함한 일부 여권 인사들은 한미FTA를 하면 우리 경제가 미국 식민지가 된다는 수구좌파들의 시대에 뒤떨어진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는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준다. 국가지도자가 되기를 원한다면 우리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 추구해야 할 비전과 정책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나라가 FTA와 지역경제협력을 통해 살아남을 수단을 강구하는 이때, 우리만이 개방을 하지 않고 세계 제일의 경제대국과 경제협력을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경제를 성장시켜 선진국이 될 수 있단 말인가. 평소 자유시장경제와 개방에 적대적 태도를 보여온 두 의원에게 선진화를 이끌 정책대안이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한미FTA 반대 단식투쟁 무책임한 선동
시민단체 지도자라면 모를까, 자신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개진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진 헌법기관으로서의 국회의원들이 독재시대에나 마지막 저항수단으로 의존해야 할 극단적 단식투쟁을 한다는 것은 무책임한 선동이다. 이들은 참여정부의 장관으로 재직 시 온갖 논리로 한미FTA 지지 발언을 하다 지금 와서는 180도 말바꾸기를 하고 있다. 인간적 신뢰를 저버린 행동이다.
강조하건대, 수출로 먹고사는 개방형 소국경제인 우리나라는 개방과 국제경제협력 강화를 통해서만 살아남을 수 있고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서로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각자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해 미국과 FTA를 성사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개방으로 피해를 보는 부문에 대해서는 적절히 보상하고 자체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올바른 정책이다. 지난 10여 년간 100조원이 넘는 재정이 투입되고도 우리 농업이 자생력과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채 농민들은 여전히 빚더미에 앉아 있으니 그동안의 무조건적 보호정책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우리는 농민들이 국가지원과 다른 국민의 동정에 의지하지 않고 자립해서 잘살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줘야 한다. 한미FTA를 그 계기로 활용하는 것이 국가지도자가 할 일이다. 농민을 위하는 척하면서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만 챙기는 것은 올바른 행동이 아니다.
주간동아 580호 (p104~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