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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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하면 뜬다 … ‘웹2.0 경영’ 혁신

쌍방향 정보공유와 활발한 의사소통… 구성원 창의성 자극, 기업 경쟁력 제고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입력2007-04-04 13: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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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 J씨는 지인의 장례식장에서 모 은행의 검은색 로고가 새겨진 종이컵과 그릇 등 일회용품을 발견하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이튿날 그는 회사 자유게시판에 ‘장례용품을 회사홍보물로 삼자’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불과 10만원 정도의 투자로 회사 인지도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상(喪)당한 직원에 대한 회사의 세심한 배려로 인식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이에 대한 직원들의 반응이 뜨겁자 회사 총무팀장이 직접 ‘좋은 아이디어’라는 글을 남겼다. 회사에서 이미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지만 더 빨리 도입하겠다는 것. 이에 질세라 노조위원장도 나서서 “노조가 해야 할 일을 깨우쳐줘서 고맙다”며 환영의 말을 전했다.

    통하면 뜬다 … ‘웹2.0 경영’ 혁신
    웹 2.0 이란?

    웹2.0의 개념은 2005년 봄 미국의 미디어 전문출판사 ‘오라일리사’의 대표 팀 오라일리가 제시했다. 골자는 참여ㆍ공유ㆍ개방을 특징으로 하는 새로운 웹 환경이 등장했다는 것. 당시 오라일리는 ‘What is web 2.0’이라는 글에서 웹2.0의 대표 모델로 구글, 아마존, 위키피디아 등을 꼽았지만 지금은 웹2.0을 표방하는 기업의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아졌다. 웹2.0 사이트의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플랫폼으로서의 웹(웹을 중심으로 사고)



    2. 원동력이 되는 데이터(데이터베이스 중시)

    3. 참여 시스템에 의한 네트워크 효과

    4. 여러 시공간에 흩어져 있는 독립 개발자들이 공동으로 참여해 혁신하는 시스템이나 사이트

    5. 콘텐츠와 서비스 신디케이션을 통한 가벼운 비즈니스 모델

    6. 기존 소프트웨어의 개발 사이클과는 다른 ‘영원한 베타’

    7. 롱테일(Long Tail)의 힘을 극대화하는 소프트웨어


    통하면 뜬다 … ‘웹2.0 경영’ 혁신

    닷컴 버블시대를 견뎌낸 구글과 위키피디아, 그리고 아마존의 장점이 모여 웹2.0의 모태가 됐다.

    1년쯤 전부터 인터넷 기업들 사이에서 비공식적으로 유통되던 ‘웹2.0’이라는 신조어가 이제는 사회 곳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심지어 일부 대기업까지 앞장서 ‘웹2.0 경영’을 선언할 정도니 ‘지식경영’이나 ‘블루오션’ 같은 첨단 경영철학으로 그 위상을 인정받은 셈이다. 그런데 정작 ‘웹2.0’이란 용어는 대중은 물론 전문가들에게도 낯설다. 과연 ‘웹2.0’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리고 이 모호한 컨셉트가 기업 현장에서 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

    기술 분야의 버전업(version-up)을 의미하는 ‘2.0’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웹2.0은 소프트웨어 혁신을 가리키는 용어가 아니다. 공급자 측면의 변화가 아니라 웹을 사용하는 ‘수용자’의 시각이나 관점의 업그레이드를 뜻한다. 그 저변에는 웹을 단순한 기술로만 바라보지 않겠다는 의미가 잠재해 있다.

    ‘웹2.0 경제학’의 저자인 IT 평론가 김국현 씨는 앞서 언급한 ‘장례용품을 회사홍보물로 삼자’와 관련된 게시판 대화를 대표적인 ‘웹2.0적 경영사례’로 꼽는다. 그는 “만일 회사에 온라인 게시판이 없었거나 사소한 아이디어라도 공유하는 문화가 없었다면, 혹은 경영 파트에서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과연 이처럼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했겠느냐”고 되묻는다. 기존 조직이라면 며칠에서 몇 주일이 걸렸을 합의가 반나절 만에, 그것도 민주적 정당성까지 확보하며 이뤄졌기 때문이다.

    “웹2.0이란 쉽게 말해 ‘인터넷을 통한 혁신’입니다. 혁신 대상이 개인이나 기업, 또는 국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온라인 의사소통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조직의 긴장과 참여자들의 창의성까지 이끌어내는 게 바로 ‘웹2.0 경영’의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방과 참여 통한 기업 혁신

    물론 이 같은 혁신이 그리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온라인을 통한 오프라인의 변화는 이미 사회 전반에 걸쳐 반복되는 실재 상황이다. 여기서 관건은 웹에서의 소통이 실제 의사결정으로 이어진다는 점이고, 나아가 기업 경쟁력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웹의 대표적인 속성으로 ‘개방’과 ‘참여’가 거론된다. 웹을 통해 일방이 아닌 ‘쌍방향 의사소통’이 ‘멀티미디어’로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유행하는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 역시 웹2.0을 설명하는 키워드 가운데 하나다. 웹이 언제나 열린 구조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만, 여기서 주목할 만한 대목은 참여자들의 협업에 의해 기존 전문가를 능가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ww.wikipedia.org)는 이미 양과 질에서 오프라인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넘어섰다. 수많은 비전문가들의 협업으로 탄생한 온라인 지식 네트워크가 소수의 전문가 집단을 압도한 셈이다.

    이것이 개방과 참여가 가져오는 웹의 2차 특성인 ‘폭소노미(Folksonomy)’‘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의 힘이다. 이를 조직 운영의 핵심 원리로 활용하자는 것이 바로 웹2.0 경영의 본질인 셈이다.

    2006년 하반기부터 삼성전자나 SK텔레콤 등 국내 대기업들도 웹2.0의 흐름에 주목하면서 이를 경영 현실에 접목하기 위한 실험을 벌여왔다. 최근 삼성그룹이 표방한 ‘웹2.0 경영’이 그 첫 번째 도전이다.

    그간 삼성을 비롯한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사업부별 혹은 팀별로 기간별 목표과제를 설정하고 이를 수행, 점검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유지해왔다. 연구는 연구부서의 몫이었고, 판매는 판매부서의 고유 영역이었다. 그런데 사회 변화가 빨라지면서 이 같은 관료제적 업무 구분이 능사가 아니라는 반성이 나왔고, 정보기술을 통한 극복 방안이 제시된 것이다.

    삼성의 ‘웹2.0 경영’은 현재 16만명이 사용 중인 사내 인터넷망 ‘마이 싱글’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구현될 예정이다. 부서간, 업무간 융합(컨버전스)을 통한 혁신 추구는 물론, 아예 이를 고품격 지식창구로 발전시키겠다는 취지다. 물론 여기서 그치면 ‘웹1.0’에 머물고 만다. 웹2.0적인 특징이란 ‘회사조직과 소비자 간의 장벽을 허무는’ 좀더 극적인 효과에 있다. 그래서 삼성은 장기적으로는 시스템을 외부에 공개해 일반 누리꾼과 정보를 공유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국내 최고의 지식 사이트 중 하나인 삼성경제연구소 온라인 버전 ‘세리’(www.seri.org)의 성공적인 운영을 통한 자신감에서 나온 비전이다.

    온라인에서 매력적인 기업이 성공

    하지만 웹2.0 경영은 여전히 불확실한 미래일 뿐 한국에서 그 실체와 가치를 입증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국내 웹2.0 기업의 대표주자인 태터툴즈의 노정석 대표는 그 이유를 “대기업 최고책임자, 즉 CEO들의 온라인 참여가 저조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한국의 CEO들은 아직도 일방향적인 ‘e메일 경영’ 시대에 머물러 있다는 진단이다.

    수직적 의사소통 구조를 수평적으로 바꾸려면 누구보다 먼저 조직의 수장이 온라인 공간, 특히 블로그를 통해 조직 밖으로 나가야 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블로그를 자신의 표현수단으로 활용하는 대기업 경영자는 손에 꼽을 정도다. 싸이월드로 유명한 SK커뮤니케이션즈의 유현오 사장 정도가 자신의 미니홈피를 운영할 정도.

    해외 CEO들이 블로그를 통해 직원들이나 외부 인재들과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펼치는 것에 비하면 우리 기업의 조직문화는 여전히 경직돼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한상기 겸임교수는 “CEO가 온라인을 통해 발언한다는 것 자체가 미래지향적인 기업임을 입증하는 증거”라고 말한다. 뉴미디어 업계에서는 ‘회사 내에서 의사소통이 안 되는 기업은 온라인에서 기업 이미지가 좋지 않다’는 속설도 존재한다.

    이미 블로고스피어는 거대한 ‘입소문 마케팅의 엔진’이자 가장 효율적인 비즈니스 툴로 정착하고 있다. 한국 HP처럼 블로거만을 상대로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 기업이 등장할 정도다. ‘제2회 웹2.0 코리아’ 행사에서 강연에 나선 강찬구 크림에이드 대표는 “궁극적으로는 온라인에서 매력적인 기업이 성공할 것”이라고 강조해 주목을 끌었다.

    그렇다고 ‘웹2.0 경영’을 ‘기업이 온라인 게시판에 댓글이나 달고 동영상을 찍는 수준’으로 생각해선 곤란하다. IT 평론가 김국현 씨는 “‘웹2.0 경영’의 최종 목표는 결국 ‘지식경영’이나 ‘창조경영’과 맥을 같이한다”면서 “웹 생태계 내에서 다른 기업들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관건”이라고 정리했다. 국내 웹2.0 경영은 이제 막 꽃봉오리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용어해설

    폭소노미(Folksonomy)

    전통적 분류 기준인 ‘디렉토리’ 대신 ‘태그’에 따라 나누는 새로운 분류체계로, ‘사람들에 의한 분류법’(Folk+order+nomos)이란 뜻이다. 폭소노미가 기존 분류체계와 다른 점은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개별 정보에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단위정보를 체계화한다는 점. 예를 들어 기존의 정치, 경제, 사회의 카테고리가 아닌 자유롭게 선택된 키워드를 사용해 구성원이 함께 정보를 체계화하기 때문에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

    웹2.0 시대의 가장 중요한 화두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웹2.0을 표방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사용자 친화적인 구성을 내세우며 집단지성을 활용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처럼 여러 사람이 자신의 지식을 조금씩 모아 거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이루는 ‘집단지성’은 웹2.0의 주요한 특징이며 폭소노미는 집단지성의 한 사례다.

    블로고스피어(Blogosphere)

    블로거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가상 커뮤니티를 뜻하는 말로 지적인 공간을 의미한다. 블로그(blog)와 그리스 어원 로고스(logos), 그리고 공간(sphere)에서 유래한 신조어지만 블로그와 바이오스피어 (biosphere·생물권)라는 단어를 합성했다고 알려지면서 회자되기 시작했다. 달리 말하면 미디어 생태계로서의 웹 공간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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