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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가족이 힘이다

孝 생각은 풍요, 실천은 빈곤흔들리는 동방효도지국

주간동아-경기문화재단 공동|‘한국 가족·가족 가치의 현실’ 면접 설문조사

  • 송문홍 기자 songmh@donga.com

孝 생각은 풍요, 실천은 빈곤흔들리는 동방효도지국

  • 때가 되면 해(年)는 어김없이 바뀌건만 우리네 팍팍한 일상은 변함이 없다. 정해년(丁亥年) 새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힘들고 지칠 때 힘이 되어주는 존재는 역시 가족이다. 가족 사이의 조건 없는 사랑과 한결같은 격려….
  • 그것이 있기에 세상에 치이고 잡사(雜事)에 휘둘려도 ‘나 자신’을 지탱해나갈 수 있다.
  • ‘주간동아’는 경기문화재단과 함께 2007년 한국 가족·가족문화의 현황을 살펴보기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 이는 변화 속도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른 한국사회에서 현재 가족의 가치가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 가족 구조 및 기능의 변화과정에서 드러나는 부정적인 면을 극복할 방안은 무엇인지 등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사회 구성의 기본 단위인 가족. 그런 만큼 건강한 가족은 개인의 행복은 물론 전체 사회의 안정에 밑바탕이 된다. 가족이 힘이다. <편집자>
설문조사 방법
‘고령화 사회와 효(孝) 가족문화에 대한 국민의식’ 설문조사는 전국 거주 만 20세 이상 성인남녀(제주 제외) 1000명을 대상으로 2006년 11월10~30일(3주일간)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해 실시됐다(표본오차는 95% 신뢰구간에서 ±3.1%포인트.

연령대별 응답자는 20대 20.8%, 30대 24.5%, 40~54세 31.1%, 55세 이상 23.6%). ① 효 관련 의식 수준 ② 노후생활에 대한 태도 및 전망 ③ 노후생활 실태 ④ 고령화 및 가족문화 ⑤ 지역 커뮤니티 관련 의견 등 5개 카테고리로 나뉜 이번 설문조사는 가구방문 직접면접조사를 통해 이뤄졌다.


孝 생각은 풍요, 실천은 빈곤흔들리는 동방효도지국
효에 대한 의식 (조사 대상 : 전체 연령층)

마음 따로 몸 따로, 이중적인 효 의식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서구사회의 노년층들이 한국의 대가족제도를 부러워한다는 언론 보도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곤 했다. 농경사회 전통을 가진 만큼 효를 무척 중시해온 민족이 바로 한국인이다. 그렇다면 풍속과 가치관이 빠르게 변화하는 속에서 한국인의 효 의식은 어떤 변천을 겪고 있을까.



이번 설문 결과로 드러난 한국인의 효 인식은 한마디로 ‘이중적’이었다. ‘효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98.4%의 절대 다수가 ‘중요하다’고 답한 반면, ‘(부모님과 따로 살고 있는 경우) 부모님을 얼마나 자주 만나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 중 42.1%가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만’ 만난다고 대답했기 때문. 급변하는 시대상황 속에서도 전통 가치인 효 문화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은 대체로 유지되고 있지만, 실제로 가족 간의 교류는 매우 적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부모님이 생존해 계신 경우) 현재 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67.2%가 ‘따로 살고 있다’고 답했고, ‘가장 바람직한 부모 봉양 형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책임 있는 자녀가 모시되 경제적 부담은 자녀 모두가 부담하는 것이 좋다’는 답이 가장 많았다(43.1%). 부모님 공양에 대한 전통적인 인식 또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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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효가 제대로 실천되고 있다’는 항목에서는 의견이 절반씩 갈렸다(동의 50.9%, 동의 못함 49.1%). 이 역시 우리 사회가 당위적인 효의 가치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인식하지만, 실생활에서는 제대로 실천되지 못하고 있음을 반영한 지표라 할 수 있다.

이 밖에 한집에 사는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횟수는 일주일 기준으로 ‘3~5회’(29.6%) ?‘1~2회’(23.7%) ?‘6~7회’(19.4%) 순으로 조사됐다. 평균 식사횟수(5.6회)가 일주일 기준임을 감안할 때, 하루에 한 번 정도조차 온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지 않는 실정이었다. 특히 ‘1회 미만’이나 ‘1~2회’에 그친 경우도 27.7%에 달해 가족 간 유대가 급격하게 약화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노후생활에 대한 태도 및 전망 (조사 대상 : 만 20~54세)

자기는 명절 때만 부모 찾으면서 ‘내 자식은…‘

노후생활에 대비해야 하는 만 20~54세 조사대상자(764명) 중 66.0%는 본인의 노후생활이 ‘행복할 것’(매우 11.0% + 아마 55.0%)으로 전망한 반면, 32.2%는 ‘그저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 계층별로 보면 ‘행복할 것’이란 긍정적 기대는 연령이 낮을수록(20대 72.6%), 화이트칼라(71.6%)에서 높게 나온 반면 ‘그저 그럴 것’이라는 답은 연령이 높을수록(40~54세 37.0%), 주부(42.3%)에게서 많이 나왔다. 교육비와 주택구입비 등으로 지출이 많은 40~

54세 계층에서 ‘행복할 것’이라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온 점도 생각해볼 부분.

노년기에 자녀와 동거할 의향을 묻는 항목에는 ‘가능하면 따로 살고 싶다’는 의견(79.1%)이 ‘가능하면 같이 살고 싶다’(20.9%)보다 4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자녀와 따로 살게 될 경우 얼마나 자주 만나는 것이 적당한지에 대해서는 ‘월 1~2회’가 66.2%로 가장 많았고, ‘주 1~2회’는 19.4%,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만’ 만나는 게 적당하다는 응답은 12.4%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는 부모님과 따로 사는 응답자들이 실제로 부모와 만나는 횟수(‘명절이나 특별한 날에만’ 42.1%)와 큰 차이를 나타내, 현실과 기대감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있음을 보여준다.

노후 준비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준비 못하고 있다’는 쪽에 절반 가까운 45.5%가 응답해, 향후 노후생활에서 사각지대에 놓이게 될 가능성이 있는 국민이 상당수임을 알 수 있다. 노후와 관련된 여타 질문들로 ‘노후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에 57.6%, ‘앞으로 자식에게 경제적 지원을 받을 생각이 없다’에 74.9%,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기보다는 노후생활을 위해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에 87.7%, ‘노후생활에 대한 책임은 개인보다 국가에 있다’에 61.4%가 손을 들었다. 이는 본인의 노후에 대해 어느 정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으나, 노후생활은 당사자의 문제로서 자식과 연관짓지 않으려는 독립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본인의 현재 노후생활 실태 (조사 대상 : 만 55세 이상)

내 노후 행복은 돈이 좌우한다?

은퇴 직전이거나 은퇴한 만 55세 이상 노년층(236명)만을 대상으로 노후생활의 행복도를 측정한 결과, ‘행복하다’라는 응답이 45.3%로 ‘보통’(46.6%)과 비슷한 수준으로 조사됐다. 만 20~54세에서 예상한 노후생활 행복도 전망(66.0%)보다 실제 노후생활에서 느끼는 행복 정도가 조금 낮음을 알 수 있다. 계층별로는 여성(47.3%), 블루칼라(48.5%), 농·임·수산업 종사자(52.4%),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행복하다’는 응답이 높게 나온 반면, 무직/기타와 저소득층에서는 ‘불행하다’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또한 자녀와 세대 차이를 느끼는 경우(42.1%)와 현재 갈등을 갖고 있는 경우(23.7%)에 ‘행복’ 응답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난 반면, 자녀와 따로 사는 경우(48.8%)에는 행복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노후생활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건강 문제’(47.5%)와 ‘경제적 문제’(43.2%)로 나타났으며, ‘건강 문제’는 여성(56.6%), ‘경제적 문제’는 남성(51.4%)에서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한편 현재의 노후생활 행복도를 동시에 고려할 경우, ‘행복하다’는 응답자는 주로 ‘건강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우려하고 있는 반면, ‘보통’이거나 ‘불행’하다고 응답한 경우는 ‘경제적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어 경제적 여유가 노후생활의 행복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또 조사대상자 10명 중 9명(90.7%)은 현재 경제활동 중인 자녀가 있으며, 경제활동 중인 자녀가 있는 경우(214명)에 자녀에게 경제적 지원을 받고 있는 경우는 43.9%, 지원받지 않는 경우는 56.1%에 달했다. 자녀에게 경제적 지원을 받는 경우는 저학력자와 소득 수준 하층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만 55세 이상의 조사대상자 중 절반 정도(51.3%)는 자녀들과 ‘모두 따로 살고 있다’고 응답했고, ‘함께 살고 있다’는 20.8%, ‘함께 사는 자녀도 있고 따로 사는 자녀도 있다’는 28.0%로 조사됐다. 따로 사는 자녀가 있는 경우, 온 가족이 모두 모이는 횟수는 1년에 ‘4~6회’가 35.3%로 가장 많았고, 전체로는 연평균 16.6회로 매달 한 번 이상은 만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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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및 가족문화 (조사 대상 : 전체 연령층)

혼전 동거, 국제결혼 긍정평가 ‘쑥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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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하면 먼저 어떤 느낌이 드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서럽다/외롭다/쓸쓸하다’(17.3%), ‘건강 약화/건강 문제’(11.5%), ‘힘들다/무기력하다/힘이 없다/힘없는 보호 대상/약하다’(10.7%), ‘안쓰럽다/불쌍하다/측은하다’(10.3%), ‘생활력이 없다/무능력하다’(9.2%) 등 상위에 부정적 이미지가 주로 언급돼 노인 계층의 사회적 위치와 처우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전체 20개 답변 중 ‘존경/공경’(1.5%), ‘경험/연륜’(1.5%), ‘효도’(1.4%), ‘여유’(1.3%) 등 긍정적인 이미지는 4개뿐으로 그나마도 10위권 밖이었다.

현재 급속도로 진행 중인 고령화 현상에 대해서는 10명 중 9명 정도(89.7%)가 심각성을 인정했다. 고령화 사회의 가장 큰 사회적 문제로는 ‘은퇴 후 일거리 부족으로 인한 의욕 상실’이 31.8%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노인들의 삶의 질 저하’(26.0%) ?‘부양 인구와 노인인구의 불균형 심각’(22.9%) ?‘부양 자녀들의 물질적·정신적 부담감 가중’(12.9%)의 순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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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문화 전반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가 71.1%(매우 긍정적 3.3%+대체로 긍정적 67.8%)로 부정적 평가(28.9%)보다 훨씬 높았다. 계층별로 긍정적 평가는 30대(76.7%), 소득 수준 상층(75.3%)에서 높게 나온 반면, 부정적 평가는 55세 이상(35.2%)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조사됐다. 젊고 소득이 높아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으면 가족문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한 반면, 과거 전통적 가족문화를 경험한 고연령층은 현재의 가족문화 세태에 다소 불만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혼전 동거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묻는 항목에는 ‘반대’ 의견이 63.6%였으나, ‘찬성’ 의견도 36.4%나 되어 결혼에 대한 시각이 개방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연령별로는 20대의 55.3%, 30대의 42.4%가 혼전 동거에 찬성한 반면 40~54세는 27%, 55세 이상은 25.8%만이 찬성해 세대별 갈등을 드러냈다. 자녀의 국제결혼에 대해서도 ‘찬성’이 무려 70%에 달해 개방화 흐름이 의식 변화에 큰 영향을 끼쳤음을 추측케 했다.

하지만 ‘주변에서 국제결혼 자녀(혼혈인)를 볼 때 어떤 느낌이 드는가’라는 질문에는 ‘한국인으로 인정은 하지만 이질감이 느껴진다’는 답이 58.9%나 나왔다. 이를 앞의 항목과 관련지어 볼 때, 한국인은 국제결혼 자체에 대해선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지만 실제 생활에선 거부감을 갖는 모순적인 현상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국제결혼 자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차별이 심각하다’(70.2%)라고 하면서도 국제결혼 자녀의 군 면제 처분에 대해선 ‘반대한다’(78.9%)는 이중적인 태도에서도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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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커뮤니티 관련(조사 대상 : 전체 연령층)

앞으론 혈연 대신 이웃이 가족

‘혈연(가족) 공동체가 갈수록 약화되는 추세에서 향후 고령화 사회에서는 어떤 커뮤니티(공동체, 모임 등)가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항목에 ‘이웃끼리의 친목모임’(40.4%) ?‘동호회 등 취미모임’(21.4%) ?‘전통적 혈연공동체의 강화’(14.9%) ?‘사회봉사모임’(12.5%) 순으로 답이 나왔다. 하지만 ‘지역 내에 친하게 지내는 커뮤니티가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없다’(56.0%)가 ‘있다’(44.0%)보다 높게 나타났다. 지역 내에 커뮤니티가 없는 이유로 ‘특별히 친해질 계기가 없어서’라는 응답이 65.7%로 가장 많았다는 점을 볼 때, 약간의 계기나 동기부여가 이뤄진다면 지역 내 커뮤니티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설문조사는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고령화 추세 속에서 한국 가족문화의 현황을 다각적으로 정밀하게 짚어봤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설문조사를 주관한 경기문화재단의 윤여빈 전문위원은 “전통적 가족 가치의 긍정적인 측면을 유지하면서 새롭게 떠오르는 가족 형태의 부정적인 측면을 제도적·사회적으로 보완하기 위한 범국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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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2007.01.02 567호 (p26~30)

송문홍 기자 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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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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