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3

2006.12.05

베이징도 아파트값 폭등 내 집 마련 꿈 산산조각

  • 입력2006-11-30 15: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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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푼 안 쓰고 20년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다니….”

    한국의 서울 얘기가 아니다. 중국의 수도 베이징(北京)의 집값 얘기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한 지 5년째인 왕잉(王迎) 씨의 월급은 5000위안(약 59만6000원). 대학을 졸업한 회사원치고는 높은 편이다. 그러나 내 집을 마련해보겠다는 그의 소박한 꿈은 아파트 분양 현장에서 산산이 부서졌다. 11월15일 베이징의 한 분양 현장에 나붙은 ㎡당 분양가격은 무려 1만 위안(약 119만2000원). 한국식으로 치면 평당 394만원꼴이다.

    중국의 중산층이 일반적으로 찾는 100㎡ 크기의 아파트를 사려면 100만 위안이 필요하다. 게다가 중국은 골조만 만들어 분양하기 때문에 약 20%의 실내장식비가 추가로 들어간다. 왕씨가 120만 위안을 마련하려면 20년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한다. 번 돈의 50%씩 저축한다 해도 40년을 모아야 겨우 살 수 있는 거액이다. 그나마 아파트값이 더는 오르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 계산이다. 월급이 평균 800위안인 농민공(농촌에서 올라와 도시에서 막노동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은 125년간 고스란히 모아야 하니, 베이징에서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꿈을 접는 게 낫다.

    2년 전만 해도 베이징의 아파트 가격은 평균 ㎡당 7000위안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폭등에 이어 올해도 10월 말까지 무려 10.7%나 올랐다. 전국에서 최고 상승률이다.



    주택값이 이처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면서 외지에서 올라와 베이징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이곳에서 직장을 잡은 대학생들은 2~4명, 심지어 6~8명이 한 집에 모여 사는 게 유행(?)이다.

    시골에서 올라와 베이징에서 대학을 다닌 뒤 베이징에서 직장을 잡을 정도라면 모두 ‘수재’에 가깝지만 이런 수재도 천정부지로 오른 아파트값 앞에서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베이징 소재 대학에서 졸업을 해도 실력이 좋지 않으면 직장을 구할 수 없어 고향으로 내려가야 한다.

    현재 베이징에서 100~150㎡ 크기의 아파트 임대가격은 월 3500~6000위안. 시내에서 약간 외곽으로 나가면 1800~2600위안이다. 대학을 졸업한 뒤 받는 임금이 보통 2000~3000위안인 점을 감안하면 혼자는 절대 감당할 수 없는 임대료다.

    문제는 베이징의 부동산 가격이 내리기는커녕 더욱 오를 가능성이 많다는 점이다. 수도로 몰려드는 외지인이 많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데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겹쳐 가수요까지 붙어 있기 때문이다. 판스거(潘石屹) SOHO 중국 총재는 “베이징의 집값은 현재 기름통 위에 앉은 것처럼 폭발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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