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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차고 뒤집기냐 李대로 굳히기냐

이명박-박근혜 캠프 지지율 신경전 가열 … 연말연시 민심 승자가 黨心 대세몰이 유력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朴차고 뒤집기냐 李대로 굳히기냐

朴차고 뒤집기냐 李대로 굳히기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달라졌다. 대중과의 스킨십을 강화하는가 하면 자신을 드러내는 일에도 적극적이다. 지방을 방문할 때면 군중 속으로 들어가 서슴없이 손을 내민다.

한밤중에 기자들에게 전화해 “기사 잘 봤다. 그런데 이 부분은 잘 이해가 안 가는데…”라며 의문을 표하는 경우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요즘 의원들을 찾아 의원회관을 돌기도 한다. 11월 중순 영남지역 K 의원도 박 전 대표의 방문을 받았다. 그는 박 전 대표가 직접 자신의 방을 찾아온 사실에 놀랐고, 지지율과 관련해 이런저런 말이 나오는데도 위축되지 않는 ‘당당함’에 한 번 더 놀랐다. 가족을 경남 진주에 두고 국회 앞 오피스텔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또 다른 K의원은 수능시험 며칠 전 박 전 대표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아드님이 내일 수능시험을 보는데 ‘시험 잘 보라’는 제 격려의 말을 꼭 전해달라. 좋은 학교에 합격하길 기도하겠다.”

아버지인 자신도 깜빡 잊고 있었던 아들의 시험을 박 전 대표가 어떻게 알았는지 K 의원은 지금도 신기할 따름이다. 그러나 당시 박 전 대표가 관심을 표한 의원들의 수험생 자제는 적지 않다.



추석 때부터 변화 10%포인트 이상 벌어져

박 전 대표는 명분을 중시한다. 원칙에 벗어난 말과 행동은 극도로 꺼리는 스타일이다. 도덕교과서 또는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란 지적이 따라붙을 정도다. 정치적 장점이긴 하지만, 무미건조함이 부담이다.

그렇지만 요즘 박 전 대표가 구사하는 용어는 강(强)에 포인트를 둔다. 전투적이고 정치적이다. ‘국가 정상화’ ‘작은 정부 큰 시장’ ‘자율과 경쟁’ 등이 최근 박 전 대표가 입에 올린 용어들. 박 전 대표의 이런 변신은 어디에서 연유하며 왜 변신에 앞장서는 것일까.

박 전 대표 주변에서는 여론조사와 지지율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박 전 대표는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줄곧 수위를 달리거나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1, 2위를 주고받는 ‘빅2’의 위치였다. 그러나 지난 추석부터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10%포인트대를 넘어섰다. 위기라는 진단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10월18일 한길리서치가 한나라당 대의원 826명을 대상으로 당내 대선후보 지지도를 조사했다. 이 조사에서 박 전 대표는 37%로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 전 시장이 35%를 기록하며 턱밑까지 추격했다. 박 전 대표 캠프에 비상이 걸렸다. ‘뭔가 석연치 않다’는 판단에 따라 박 전 대표 캠프는 독자적으로 ‘당심’을 알아보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2%포인트대가 아닌 7%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접했다. 그럼에도 박 전 캠프의 심각한 분위기는 풀리지 않았다. 당심이 빠르게 변하고 있음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10월 말, 박 전 대표와 측근 의원 서너 명이 자리를 같이했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참석 의원들은 박 전 대표에게 “본격적인 경선 행보에 나서라”고 주문했다. 박 전 대표는 참석 의원들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참석한 의원들은 대학특강, 지역(특히 대구·경북) 방문, 소속의원 및 대중과의 스킨십 강화 등 구체적 활동지침을 박 전 대표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이후 박 전 대표 주변에는 변화의 물결이 출렁거렸다.

朴차고 뒤집기냐 李대로 굳히기냐
대선의 해를 맞아 언론과 여론조사 기관들은 연말연시 각종 여론조사를 준비 중이다.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 측은 연말연시 지지율이 대선을 둘러싼 양 진영의 1라운드 대회전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1월1일 신년벽두에 공개되는 여론조사는 ‘대세를 굳히느냐, 아니면 추격 또는 역전을 허용하느냐’의 갈림길이 되기 때문이다.

이 전 시장 측은 이 시점을 전후해 10%포인트대의 지지율 차이를 15%포인트 차로 벌려놓겠다고 벼른다. 연말연시에 대세론을 형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박 전 대표 측은 10% 포인트대의 지지율 차를 오차 범위 내로 좁히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연초 조사에서 격차를 좁히지 못하면 이후 계속 수세에 몰려 추격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밴드왜건 효과에 대한 부담감이다. 정권을 두 번이나 잃은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정서상 앞서가는 후보에게 표가 몰릴 가능성이 높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누가 되느냐보다 누가 여당후보와의 경쟁에서 승산이 있느냐’에 관심이 많다.

2006년 5월 지방선거 패배 후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당의장은 밴드왜건 효과로 지지율이 반 토막 났다. 그는 지금까지 지지율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정 전 의장에 의해 반사이득을 얻은 고건 전 총리도 최근 북핵 문제 등에서 보인 지도력에 대한 회의감 때문에 밴드왜건 효과에 휩싸이는 형국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연구소장은 “10%포인트 이상 지지율 차가 나면 표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고, 15%포인트 내외의 격차라면 ‘민심’이 ‘당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수치”라고 말한다.

이렇게 형성된 새해 벽두 민심은 2월 설 민심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경부선과 호남선을 타고 전국을 돌며 형성된 명절 민심은 어느 시기에 형성된 여론보다 생명력이 질기다. 이 전 시장이 박 전 대표를 따돌리고 수위를 차지한 것도 추석을 통한 명절 민심이 밑거름이 됐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명절 민심을 기반으로 형성된 지지율은 강한 생명력을 바탕으로 6월 경선(예정)으로 연결된다. 결국 연말연시에 형성될 여론과 지지율이 내년 경선의 최대 고비인 셈이다. 야당 대표, 여성 대표라는 틀을 깨고 강인함과 포용력을 가진 국가 지도자로서 거듭나려는 박 전 대표의 변신 배경에는 지지율을 둘러싼 중장기적 신경전이 숨어 있다.

잠자는 민심 언제든 출렁

최근 박 전 대표는 측근에게 지지율에 대해 “시간은 많다. 조급히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추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박 전 대표는 지지율에 대해 이런저런 우려를 나타내는 의원들에게도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 길로 가면 표는 따라온다”는 말로 위로한다. 위기론 속에서도 캠프 주변이 안정되고 있는 배경이다. 박 전 대표 측 관계자는 “그간 숨고르기를 했다고 보면 된다”며 반전을 예고한다. 박 전 대표 측은 ‘선거에 나서서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는’ 박 전 대표의 표 동원력에 기대를 건다.

현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전 시장이 앞서고 있으나 상황이 그리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감성과 이미지를 앞세운 박 전 대표의 표심공략이 본격화할 경우 민심은 출렁거릴 수밖에 없다. 내년 2월쯤이면 여권의 대항마도 등장한다. 그럴 경우 이 전 시장의 표가 잠식될 수도 있다. 그때쯤이면 당 내외에서 본격적인 ‘네거티브’가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이 전 시장은 그 과정에서 심각한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더구나 여권이 추진 중인 정계개편과 이후 등장할 제3의 정당에 대한 부담도 떨칠 수 없다.

이 전 시장 측은 이런 위기상황이 오기 전에 지지율 격차를 벌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래야 지지층의 동요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물귀신처럼 따라다니던 이명박-노무현 연대설이 사라진 것도 10%포인트 이상의 차로 선두를 질주한 후부터다.

대선 후보들에게 지지율은 만병통치약이다. 당분간 지지율을 둘러싼 양 진영의 신경전은 불가피할 듯하다.



주간동아 2006.12.05 563호 (p14~15)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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